[공간의 영혼] 23. 750만가지 견해 중 15가지 견해 (International Conference for Sustainable Urban Regeneration)
[공간의 영혼] 23. 750만가지 견해 중 15가지 견해 (International Conference for Sustainable Urban Regeneration)
  • 이원상(도시계획·부동산·05졸)
  • 승인 2009.08.15 14:10
  • 호수 1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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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k Floyd: The Wall(Movie) : 로저 워터스(Roger Waters)의 자전적 이야기를 컨셉 앨범화 한뒤 그것을 다시 영상화한 이 작품은 시대에 대한 증오와 아버지 세대에 대한 반발, 반전, 애욕, 파시즘 등 많은 논쟁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

알랜파커가 사이키델릭 프로그래시브의 황재 핑크플로이드의 기념비적인 ‘The Wall’을 스크린으로 옮기면서 고민한 것은 어떻게 하면 음률에 덮혀 있는 가사를 공간적으로 구현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데코레이션을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자칫 사족처럼 보일 수 있는 위험이 있었다.

이러한 위험을 제거하기 위하여 알랜파커는 분절된 스토리텔링과 감각적인 이미지의 편린, 상징, 압축적 메타포를 동원하였다. 그래서 알랜파커의 ‘The Wall’의 전체 스토리라인을 파악하는 것은 별의미가 없다.


지난 8월 6일과 7일 인천광역시 송도컨벤시아에서는 ‘2009 인천세계도시축전’ 프로그램의 하나인 ‘도시재생 국제 컨퍼런스’가 진행되었다. 각 국에서 온 15명의 발표자들이 각기 다른 견해를 피력하였다. 여기서 도시재생이란 활력을 잃은 도시공간을 활력있는 공간으로 재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글은 이들 15개 발표에 대한 필자의 인상비평 정도가 될 것이다. 이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가 도시재생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과 시각이 워낙 판이하여 전체의 이야기를 하나의 통일된 논제로 볼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알랜파커의 ‘The wall’처럼 한 개의 발표를 한 개의 분절된 인상으로 파악하는 것만이 전체적 윤곽을 기술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서울대 김광중 교수(이하 존칭 생략)는 한국도시쇠퇴에 대한 세밀한 사례 보고를 제시하면서 쇠퇴의 원인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미츠비시부동산의 토시오 나가시마(Toshio Nagashima)는 동경에서 자신들이 이룬 도시개발의 민관합작 안에서 어떻게 시민사회가 개입하여 자본의 재창출이라는 시장주의로부터 사업을 일정부분 지킬 수 있었는지를 자랑하였다.

뉴욕대의 로버트 쉬블리(Robert G. Shibley)는 캐나다, 뉴욕 등지와 마주한 버팔로시가 정부와 민간사업체를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근린지역과 다운타운을 연결하는 작업을 어떻게 이뤄갔는지를 마치 오디세이처럼 이야기하였다. KAIST 박희경은 탄소제로시티의 선진 사례 속에서 자존심 있는 우리 기술을 이야기하였다. 동시에 세계적 규모의 경쟁이 이미 서막을 열었다고 단언하였다.

미수이 푸도산의 다카시 야마모토(Takashi Yamamoto)는 일본의 거품경제 붕괴 이후 뉴욕·런던 등 세계도시와 경쟁할 수 없는 동경의 상황 속에서 일개 기업이 동경 미드타운 재개발을 어떤 방식으로 헤집고 들어갔는지 설명하였다. 자원재순환에 대한 자신들의 의지를 표명하였다. 사이버텍쳐사의 제임스 로(James Law)는 빌딩을 아이팟과 같은 아이디어 상품으로 접근하자고 제안하면서 건축과 전자시스템의 결합, 첨단기술과 자연주의, 문화주의로서의 도시정신을 설파했다.

세운상가 4구역 국제현상공모에 당선된 바 있는 코에터&수지김 건축설계사의 프레드 코에터(Fred Koetter)는 자신들의 국제적인 프로젝트, 이를테면 유럽과 북미를 아우르면서 한국, 아프가니스탄까지 지평을 넓히고 있는 그들의 경험에 비추어 인천개발의 골자가 되는 개념을 넌지시 제시하였다. 명지대 김석철은 인천의 역사적 출발점을 ‘고려시대’부터 보아야 한다는 차별화된 인식론을 전제하면서 베이징, 상해, 오사카, 동경, 서울-인천을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의 경쟁구도 속에 핵심 지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구조적 모색과 실천을 강변하였다.

하버드대의 후안 부스케(Joan Busquets)는 식민주의를 끌어안고 있는 자신들의 역사를 부정하지 않는 가운데 바로셀로나의 페르소나는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제기와 도시의 기운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병렬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런던대의 매튜 카모나(Matthew Carmona)는 이제 식상해 버린 런던 도크랜드 개발사업을 마치 사업홍보부서 직원처럼 세밀하게 소개함으로써 이 프로젝트의 위상을 항변하였다.

동시에 카나리워프 지역의 부흥과 과정상에서 아일랜드 커뮤니티 위기가 맞물려 있음을 사회학적인 시각으로 설명하였다. 네덜란드 크리스테인 아키텍사의 렐드 기에테마(Ruurd Gietema)는 하펜시티 워터프론트 재개발이 복합구조적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공간의 기능을 되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방점을 찍었다.

화어권의 한 발표는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잠시 바람을 쐬러나간 사이 끝났으며, 동경대 기타자와 타게루(Kitazawa Takeru)는 일본의 12%인 행복지수에 비해 부탄의 행복지수가 97%가 된다면서 공존하는 도시, 창조와 창의성이 담긴 도시 개념에 대해 논의하고자 제안하였다. 마지막으로 인천발전연구원 김용하는 인천항의 여러 항구들이 연계적으로 재건되어야 하며, 마스터플랜이 국가적 규모의 계획들과 맞물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들의 견해 속에서 얻어가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애써 고개를 저었다. 내 옆에서 나와 같이 젊은 어시스턴트들이 뛰어다니고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방향성이 있는 열정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이 여름날에.

 

이원상(도시계획·부동산·05졸)
대한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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