⑭ <국가대표>
⑭ <국가대표>
  • 고민정
  • 승인 2009.08.15 14:17
  • 호수 12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평범한 다섯 청춘의 아름다운 비행

 

비인기종목 스포츠의 설움과 현실 아닌 ‘희망’과 ‘용기’ 스키점프는 120m 정상에서 시작해 38도 경사로를 타고 내려오다 경사가 멈춘 지점에서 점프하여 착지하는 동계 스포츠다. 영화 <국가대표>의 소재가 된 스키점프는 우리에겐 아직 생소한 스포츠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심 받지 못하는 비인기종목임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실제로도 스키점프 종목의 국가대표로 등록된 선수는 5명이 전부이며 턱없는 지원으로 훈련비조차 선수들의 사비를 털어 충당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에는 입양아, 약물중독자, 청년가장, 바보 까지 이렇게 힘없고 환영받지 못하는 이들이 선수로 등장한다.

자신도 대표하지 못하는 다섯 청춘들이 국가대표로 거듭나는 과정에는 모든 희로애락이 담겨있다. 어처구니없는 훈련과정을 통해 유쾌한 웃음을 자아내기도, 갖가지 가슴 아픈 사연으로 눈물을 쏟아내게도 한다. 선수들은 “더 이상 쓰레기로 살지 말자”라는 코치의 말에 한쪽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무모한 도전을 결심한다. 비록 올림픽에서 최하위라는 부끄러운 성적을 남겼지만 그들의 노력과 용기는 모두를 감동시켰다.

또 꼴찌가 끝이 아닌 다시 뛰어 오를 수 있는 희망이라는 것도 일깨워준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그들이 포기하지 않던 이유는 국가대표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꿈은 바로 그들이 두려움과 맞서는 이유이다. 그들의 절망을 딛고 일어서려는 작은 몸부림은 마치 더 멀리 날기 위한 스키점프의 날개 짓처럼 보인다. 영화 주인공들과 스키점프는 사회에서 소외받고 있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그 때문인지 소외계층인 영화 속 주인공들은 메달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더 큰 행복을 느낀다.

고독하게 설원 위를 나는 진짜 국가대표 선수들도 마찬가지 일거란 생각이 든다. 그들에게 가장 힘든 현실은 나라의 턱없는 지원도 고된 훈련도 아닐 것이다. 그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건 바로 따뜻한 ‘관심’일 것이다. 우리가 축구에 열광했던 것처럼 이제는 푸른 광장을 넘어 하얀 설원 위도 붉게 물들일 때라고 생각된다. 영화의 마지막 순간에 공개된 진짜 국가대표팀이 이뤄낸 놀라운 성과는 씁쓸한 현실 속에 벅차오르는 감동을 전한다.

영화 <국가대표>가 전해주는 메시지는 단순 ‘비인기종목 스포츠의 설움과 현실’만이 아니다. 무관심과 비루한 현실 속에서도 다시 뛸 수 있는 ‘용기’이다. 아무리 어려운 고비라도 포기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약하자. 당신의 화려한 날개 짓에 지친 세상은 발아래로 멀어질 것이다.

고민정
고민정

 mjko921@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