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와 사랑이 머무는 곳, 냉정과 열정사이
봉사와 사랑이 머무는 곳, 냉정과 열정사이
  • 박준범
  • 승인 2009.08.15 15:58
  • 호수 1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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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사랑이 이루어지기 힘든 이유는 '경험'이 없어서다. 마냥 좋아하는 마음과 열정적인 감정이 영원할 것이라는 환상을 품는 것이 첫사랑의 특징이다. 그래서 사랑의 경험이 없는 커플들은 이런 열정이 식는 것을 사랑이 식는 것으로 오해하고 두려워한다. 열정만이 자신이 하는 행동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할 때,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 사랑이 머무는 곳이 '냉정과 열정 사이' 라는 말이 나온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열정을 앞세운 단국대학교 해외봉사단이 직면한 어려움 역시 그러한 냉정과 열정 사이의 중간 찾기였다. 현지의 현실에 대한 냉정한 지식 없이 도와주겠다는 열정만으로 찾ㄴ아간 캄보디아의 현실은 봉사단의 뜨거운 마음을 금세 식게 만들었다.

 봉사활동 첫날, 열악한 환경으로 시발을 신지 못해 맨 발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을 마주한 봉사단의 마음은 '봉사'로 가득 찼다. '정을 줘야 겠다, 베풀어야겠다'는 마음이 가득했던 봉사단의 의지는, 하지만 그들이 접한 몇 가지 특별한 상황들로 오래 가지 못했다. 하루 종일 살갑게 따라다니며 정을 붙이던 한 아이가 헤어질 때쯤 꽃을 팔며 돈을 요구했던 일이나 매일 밤 호텔 인근 마트 주변을 서성이며 "Give me one dollar"를 외치던 아이들이 봉사단의 마음을 어지럽게 했다. '이 아이들에게  교육봉사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라는 고민이 열정을 식게 했다.

 하지만 봉사단이 알게 된 그곳의 현실은 냉정했다. 현지 선생님들의 월급이 20달러인 반면, 아이들이 구걸을 해서 하루에 1달러만 벌어도 한 달이면 선생님들보다다 많은 30달러를 벌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그래서 돈맛을 알게 된 아이들은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을 정도이다. "평소보다 학교에 많이 나오는 아이들을 보며 뿌듯하고 봉사단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는 소감을 밝힌 프레닿 초등학교의 교장선생의 말이 이런 현실을 대변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봉사단이 찾은 냉정함은 '이이들에게 행복한 학교 만들기'였다. '아이들이 1달러 버는 것보다 학교에 가는 것이 더 재미있고 행복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한 봉사단의 냉정함은, 교육 내용 전달보다는 아이들과 함게 뛰어 놀며 활기찬 학교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교육봉사의 초점을 움직이게 했다.

 죽전캠퍼스 해외봉사단을 이끌었던 심상신(체교) 학생지원처장은 봉사활동 첫날 "3~4일 정도의 잛은 봉사로 할 수 있는 최선은, 잉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봉사단의 힘으로는 변화시켜 줄 수 없는 이들의 여건과 환경을 생각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봉사'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는 주문을 했다, 봉사단이 찾은'최선', 그것은 서로가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냉정과 열정 사이의 봉사활동이었다.

박준범
박준범

 psar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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