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권위는 실력에서 나오는 겁니다
교수님, 권위는 실력에서 나오는 겁니다
  • 조영갑(언론영상·4)
  • 승인 2009.08.19 00:21
  • 호수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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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이른바 ‘민주화’가 페달을 밟으니, 사회 곳곳에서 ‘터부 무너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정치적 민주화가 이뤄졌고, 더디지만 경제적 민주화가 진행됐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철밥통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 떨어졌다. 대학사회에도 곧 이 개혁의 폭풍이 상륙했다. 한국 사회에서 대표적인 철밥통으로 여겨져 온 교수‘님’에 대한 거센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이런 배경으로 나온 것이 교수들을 평가하겠다는 교수평가제이고, 이 일환 중의 하나가 ‘강의평가제’다. 

강의평가는 평가의 대상일 따름이었던 학생들이 역으로 스승님의 강의를 평가해 수업권을 보장받는다는 취지다. 학생들이 한 강의평가가 교수들을 심사하는 하나의 평가 기준이 돼 안이한 교수사회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수업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군사부일체의 기풍이 흐르고 있는 한국에서, 스승님을 평가하겠다는 것은 한 마디로 ‘불온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 불온한 발상의 원산지는 미국이다. 미국의 강의평가는 철저하다. 강의평가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고 이 강의평가가 교수들의 승진 등에 미치는 영향 또한 작지 않다. 강의평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당장 다음 학기부터 해당 과목을 맡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강의평가 자체는 보편화 됐지만 평가 결과에 대한 공개와 이를 교수 평가에 반영한다는 자체를 두고 여전히 논란이 존재한다.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변화가 없지는 않다. 2007년 동국대는 최초로 강의평가를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2학기에 1941개 강의를 맡았던 교수 1049명의 강의평가 점수를 게재한 것이다. 동국대 교수회는 “잘못된 강의 평가 공개를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언론에서도 비중있게 다뤘다. 아직 교수 사회의 반발이 거세다는 증거다.

반대의 논리는 정연하다. 전문적인 분야인 대학 교육을 학생들의 인기투표에 맡기는 행위이며, 평가 문항 자체도 매우 형식적이라 정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학생들의 평가능력 자체도 신뢰하기 힘들다고 덧붙인다. 실제로 우리 대학에서 이뤄지는 강의평가를 보면 위는 틀린 말이 아니다. 일단 학생들은 자신에게 좋은 점수를 준 교수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고, 평가 문항 자체도 20개 남짓이다. “과제물 확인은 잘 되는가”라는 식의 형식적 질문이 대부분이다. 각 전공의 특성을 무시하고 한 가지 잣대로 평가하는 것도 문제다. 학생들의 평가능력이 신뢰할 만한 수준인지도 확실치 않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시대는 광속으로 변하는데 강의록은 몇 년째 한 치의 변화가 없는 수구세력, 외부 일정을 핑계로 휴강을 진지 잡수시듯 하는 외유인들, 강의 일정 대부분을 학생 발표로 대체하는 편의주의 세력이 버젓이 존재하는 한 한국 대학에는 미래가 없다. 이래서 강의평가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고 그 결과 역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는 학생들이 좋은 강의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도, 게으른 교수는 도태돼야 한다는 당위론에 있어서도 바람직한 것이다. 단, 전제는 누구나 납득할 만한 평가기준이다. 이를 위해 대학 사회가 중지를 모을 필요가 있다. 평가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하다. 본인이 가르치는 학생들을 못 믿겠다는 것은 ‘자기부정’에 다름 아니며, 권위만 앞세우는 것은 실력 없는 자의 궁색한 자기변명일 뿐이다.  

조영갑(언론영상·4)
조영갑(언론영상·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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