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죽음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노무현의 죽음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 박준범 기자
  • 승인 2009.08.19 01:22
  • 호수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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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과 강호순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이코패스’라는 말이 유명해졌다. 동시에 동기 없는 살인을 저지르는 정신질환 범죄자들의 책임이 과연 ‘개인’의 것인지, 아니면 ‘사회’가 함께 져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쟁도 있었다. 단순히 미친 사람들의 살인 행각에 사회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상관없는 것인지에 대한 논쟁 말이다.

일찍이 이런 논쟁에 답을 내린 학자가 있었다. 에리히 프롬(Erich Pinchas Fromm)은 『자기를 찾는 인간(Man for Himself)』에서 “개인의 정신건강과 노이로제 문제는 사회의 윤리 문제와 분리할 수 없게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정신병이 사회의 책임과 무관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에리히 프롬이 말하는 사회적 책임의 근거는 ‘사회적으로 정형화 된 결점’으로 설명된다. 사회적으로 정형화 된 결점이란 많은 사람들이 함께 지니고 있어 심각한 정신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결점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군중이 돌을 던질 때 함께 던지는 것이 눈치 보이지 않은 것, 남들이 욕을 할 때 같이 조롱하는 것이 편한 것 등이 사회적으로 정형화 된 결점의 하나이다.

정신질환은 이렇게 사회가 공유한 결점을 개인이 자각하며 갈등하는 과정이 깊어지며 생긴다. 경험이나 지식과는 무관하게, 인간이라면 태어나면서부터 갖고 있는 ‘양심’이라는 것이 개인의 마음속에서 작동해 사회와 개인 사이의 갈등을 야기한다. 너무나 당연히 했어야 하는 일들인데 이런저런 핑계로 애써 외면했던 일들이 쌓여갈 때, ‘그러면 안 되잖아’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사회의 분위기에 맞추며 함께 돌을 던질 때 양심의 소리는 더욱 강해진다. 따라서 사회의 병이 깊을수록 개인의 ‘탓하는 부름(양심)’은 강해지고, 이러한 괴리감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 정신병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지난주는 우리 사회가 공유하고 있던 결점인 ‘상식적으로는 성공할 수 없는 대한민국’이라는 정형화 된 결점을 되돌아 본 한 주였다. 개개인이 마음속에는 갖고 있었으나 우리 사회의 이질적 존재로 취급받기 싫어 억누르던 탓하는 부름이 사회 곳곳에서 표출된 한 주. 우리 대학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마련돼 그동안 외면했던 양심을 향불로 되살려냈다.

사회가 함께 공유하던 견고한 결점 하나가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무너진 듯 보인다. 학연과 지연, 야합, 기타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을, 이제는 마음 놓고 지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생긴 것처럼 보인다. 지난 한 주가 단순히 슬프지만은 않았던 것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며 스스로의 과거에 진실해지고 화해를 구했던 ‘치유의 시간’이어서가 아닐까. 우리 대학, 그리고 사회가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박준범 기자
박준범 기자

 psar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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