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영조의 가족 사랑
24) 영조의 가족 사랑
  • 김문식(사학) 교수
  • 승인 2009.08.19 01:32
  • 호수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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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과 경종, 인현왕후를 효성으로 섬기며 가족들과 따뜻한 사랑을 나눈 영조


왕(영조)은 어릴 때부터 모든 행동거지가 법도에 맞아 어른과 같았다. 숙종을 뵐 때는 반드시 무릎을 꿇었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도 어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육상궁(영조의 생모)께서 왕이 어려 혈기가 고르지 못한 때에 오랫동안 꿇어앉아 있으면 발등이 뒤틀릴까 걱정하여, 버선을 만들 때 뒤쪽을 보통 아이들보다 더 넓게 꿰매서 주었다. 나이 많은 궁인이 전하는 말이다.

왕께서 잠저에 계실 때 매일 궁궐에 나가기를 빠트리지 않았다. 몇 년 후 숙종의 환후가 위독해지자, 그로부터 7년 동안 왕은 매일 약을 달이며 효도와 공경을 다했다. 첫닭이 울면 일어나 궁궐에 도착하여 기다렸고 밤이 깊어서야 돌아갔다. 매일 이렇게 하여 한 시각도 틀리지 않았다.


왕은 인현왕후(숙종의 둘째 왕비)를 지극한 효성으로 섬겼다. 다섯 살 때 금원에 핀 꽃들을 따서 손수 술을 빚어 왕후께 바쳤는데, 왕후께서 매우 칭찬하시며 “효우(孝友)는 천성에 바탕을 둔다고 하지만 이렇게 일찍 성취한 사람은 보지 못했다.”고 하셨다. 신사년(1701)에 왕후께서 세상을 떠나시자 왕께서 슬퍼하신 것이 숙종이 돌아가신 경자년(1720) 때와 같았다. 그 때 왕의 나이는 8세였다.

왕의 효성은 천성으로 타고나 어느 왕보다 뛰어난데다 모친을 오래 모시지 못해 평생토록 사모했다. 매일 새벽이면 영취정으로 가서 한참 동안 엎드렸다가 육상궁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저녁에도 그렇게 했는데, 아무리 춥거나 더워도 그만두지 않았다. “경희궁에 온 이후로 그래도 바라보고 의지할 곳이 있게 되었다.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은 바로 혼정신성(昏定晨省, 아침저녁으로 부모님을 봉양함)의 뜻이다.”라고 하셨다.
왕은 경종 섬기기를 숙종을 섬기듯이 했다. 경종이 병환이 들었을 때 약을 달이고 음식 시중을 들며 옷에서 허리띠를 풀지 않았다. 4년을 하루같이 했는데, 좌우에서는 왕이 게으른 기색을 보지 못했다.

1776년 영조가 사망한 직후 정조가 작성한 「영종대왕행록(英宗大王行錄)」이란 글이다. ‘행록(行錄)’이란 왕실의 가족이 돌아가신 국왕의 행적을 기록한 것을 말하는데, 가족들만 알 수 있는 국왕의 사적인 생활을 위주로 했다. 가족이 작성한 행록은 신하에게 전달되어 국왕의 일생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행장(行狀)의 자료로 활용되었다.

정조는 총 66가지의 일화를 기록했는데, 여기에서는 영조와 가족 사이에 있었던 일화만 소개한다. 처음 두 가지는 부친 숙종에 관한 일화로, 어릴 때부터 부친 앞에서는 항상 무릎을 꿇고 앉아 버선의 뒤꿈치를 넓게 만들었고, 영조가 궁 밖에 살림을 차렸을 때 숙종이 병이 나자 매일 궁 안으로 들어가 부친을 간호하다가 밤늦게 집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다. 이는 정조가 궁궐 안에서 전해들은 이야기다.

다음은 모친 인현왕후에 대한 것인데, 다섯 살 때 궁중에 핀 꽃을 따서 술을 담가 모친에게 드렸고, 여덟 살 때 모친이 돌아가시자 부친이 돌아가셨을 때처럼 슬퍼했다는 이야기다. 이후 숙종은 인원왕후와 결혼했는데, 영조는 인원왕후도 각별하게 봉양하여 훗날 국왕이 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받았다.

다음은 생모인 숙빈 최씨에 관한 일화이다. 숙빈은 후궁의 신분이라 아들을 직접 키운 시간이 짧았고, 영조가 궁 밖에서 생활하는 동안 사망했다. 영조는 이런 생모에 대해 애틋한 정을 가졌는데, 국왕이 되어서도 매일 아침저녁으로 경희궁 영취정에 가서 생모의 사당(육상궁)을 바라보다 돌아왔다고 한다. 현재 종로구 궁정동에 있는 칠궁은 육상궁에서 시작된 것이다.

마지막은 형 경종과 우애를 나눈 이야기다. 영조는 경종의 후사가 없자 왕세제로 책봉되어 궁궐로 돌아왔는데, 이후 4년 동안 형의 병수발을 담당하며 옷의 허리띠를 풀지 않았을 정도로 정성을 기울였다고 한다.
이상의 일화를 보면 영조는 가족들과 따뜻한 사랑을 나눈 보통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다.

김문식(사학) 교수
김문식(사학)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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