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조포(弔砲) 21발
69) 조포(弔砲) 21발
  • 신동희(과학교육) 교수
  • 승인 2009.08.19 01:35
  • 호수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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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노무현 전대통령의 장례식에 조포 21발이 울렸다. 6년 전 제16대 노무현대통령 취임식 때도 예포(禮砲) 21발이 울렸었다. 군예식령(軍禮式令)에 따르면 국가 원수에 대한 예를 갖출 때 예포 21발을 발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요 행사에서마다 예포를 발사하는 유래는 옛 유럽의 전쟁에서 찾을 수 있다. 싸움에 패한 적에게 남아 있는 탄약을 모두 발사하게 함으로써 탄약을 재공급 받을 때까지 무력화한 채 놔둔 것이 예포의 시작이다. 17세기 바다 위 함정(艦艇)에 적재할 수 있는 포의 수가 일곱 개여서 7발의 포가 해군 예포로 사용되었다. 육지에서는 더 많은 화약을 비치할 수 있어 21발의 포를 쏘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통적인 숫자는 3과 7이다. 불교에서 삼보(三寶)는 부처, 경전, 승려를 일컫는다. 기독교에서는 삼위일체, 삼인의 동방박사, 예수가 죽은 후 3일만의 부활, 신을 향한 3가지 덕목인 신앙, 희망, 은총 등 숫자 3의 의미가 남다르다. 3은 도형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 수이기도 하다. 이에 고대 그리스 아테네 학파에서는 사물을 구성하는 기본 도형을 삼각형이라 여겼다. 조선시대의 3정승, 즉 영의정, 우의정, 좌의정도 오늘날의 3부 요인, 즉 대법원장, 국회의장, 국무총리도 모두 숫자 3이 기준이다. 생활 속에서 3의 의미도 다양하다. 사후 삼일 만에 장례를 올리고, 아기가 탄생하면 삼칠 금줄을 쳤다. 가위바위보 삼세번, 만세 삼창도 다 세 번이다. 한 번, 두 번까지는 미완성이지만, 세 번이면 완성의 느낌이다.

7도 행운의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불교에서 석가모니는 7년 동안 구도(求道)의 고행을 했으며, 명상 수행에 들어가기 전 보리수나무를 일곱 바퀴 돌았다. 극락도 일곱 천계로 이루어져 있다. 기독교에서도 7은 영적인 완전수다. 하나님은 6일 동안 천지를 창조하고 일곱째 날에 쉬셨다. 아담의 7대손인 라멕이 777세에 죽었고, 노아의 방주에 동물들이 들어간 후 7일 동안 홍수가 내렸으며, 노아는 비가 그친 다음 7일 후에 비둘기를 날려 보냈다. 기원전 350년경 아리스토텔레스는 세계의 둥근 천장이 7개의 투명한 껍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위로 태양과 달, 행성들이 있어 지구 주위를 돈다고 생각했다. 한편, 중국인들은 7을 여성과 관련 깊은 수로 여겼다. 여자 아이는 일곱 달 만에 젖니가 나고 일곱 살이 되면서 빠진다. 또 7의 2배수인 14살이 되면 2차 성징이 나타나고, 7의 7배수인 49세에 폐경을 맞는다. 여성의 생리 현상도 7의 4배수인 28일을 주기로 한다고 보았다. 또, 중국인들은 칠삭둥이는 생존하지만, 팔삭둥이는 생존하기 어렵다고 믿었다. 현대 과학의 관점으로 보아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수학적으로 보면 숫자 7은 1~10까지의 숫자를 서로 곱하거나 나누어서 생기는 숫자가 아니기에 더욱 돋보인다.

이렇게 완성도가 높은 숫자로 여겨지는 3과 7의 곱이 21이다. 예로부터 생후 삼칠일, 즉 21일이 지나야 신생아의 외출이 허용되었다. 단군신화에 따르면, 곰은 마늘만 먹은 지 21일 만에 인간이 되었다. 최근 들어 21이란 숫자는 21세기와 맞물려 여기저기서 ‘새로움’을 상징하는 숫자로 활용되고 있다.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당선된 ‘개혁의 상징’ 노무현 전대통령의 장례식장에 울려 퍼진 조포 21발의 소리가 유난히 장엄하게 들렸던 것은 그가 시도했던 미완의 과제를 완성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기 때문일 것이다.   
 

신동희(과학교육) 교수
신동희(과학교육)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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