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동양의 관점에서 본 자살
24) 동양의 관점에서 본 자살
  • 이종우(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 강사
  • 승인 2009.08.19 01:38
  • 호수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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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지키기 위해 선택한 자살은 명예로운 죽음으로 봄

[우문] 요새 유명 인사들의 ‘자살’이 유난히 잦습니다. 유명인 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동양사상가들은 ‘자살’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 을사늑약 파기와 을사오적 처단을 주장하며 자결, 순국한 연재(淵齋) 송병선(1836~1905·사진) 선생.
[현답] 동양사상 중에서 동아시아의 주류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 유학에서는 "몸은 부모로부터 받았기 때문에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다"(소학, 명륜편) 라고 하였습니다. 이로 미루어 보았을 때 자살이란 몸을 훼손하는 것이므로 불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에 입각한다면 자살을 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러하지는 않습니다. 공자는 "독실하게 믿으면서도 학문을 좋아하며, 죽음으로써 그것을 지키면서 도를 닦아야 한다"(논어, 태백편)고 말했습니다. 죽음으로써 지켜야 한다는 것을 보면 타살 뿐만 아니라 자살의 가능성도 내포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켜야 할 것은 죽음도 불사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으므로 그렇습니다. 이 때문에 선비들은 나라가 망했을 때 자살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경우 을사늑약과 한일합방 때 당시 저명한 유학자인 송병선과 송병순 형제, 박세화 등의 자살이 그와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자살은 논어에 입각했을 때 도를 지키기 위하여 선택한 명예로운 죽음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명예로운 죽음에 대하여 공자 역시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는 특히 권력과 부를 추구하다가 죽는 것 보다 더욱 가치있게 다루었습니다. 그가 제나라 경공이 권력과 부를 누리다가 죽은 것 보다 굶어 죽으면서도 명예를 지켰던 백이숙제를 더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러함을 알 수 있습니다. "제나라 경공은 수레를 천대나 소유하였으나 죽는 날에 사람들이 덕을 칭송하지 않았고, 백이와 숙제는 수양산 아래에서 굶어 죽었으나 사람들이 지금에 이르도록 칭송하고 있다."(논어, 계씨편) 경공은 제나라의 임금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부와 권력을 누리면서 살았습니다. 특히 당시 제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하여 강대한 나라였습니다. 반면에 백이와 숙제는 무왕이 은나라 주왕을 죽이고 주나라의 왕이되자 그 땅에 나는 곡식도 먹지 않겠다고 하며 수양산에 들어가 굶어 죽었습니다. 백이숙제는 고죽국의 왕자였기 때문에 잘 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양산에 들어가 굶어 죽었다는 것은 자살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입니다.

부모에 대한 효도를 생각한다면 자살을 해서는 안됩니다. 반면에 도를 지키기 위한 방법 또는 멸망하는 국가를 위한 것으로서 자살은 용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와 도 또는 국가 중에서 무엇인 우선이고 중요한 것인지 그것이 문제가 됩니다. 하지만 부모에게 물려받은 몸이 먼저이므로 자살을 선택하는 것은 천륜을 끊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일어나고 있는 자살은 위와 같은 의미와는 다릅니다. 주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러한 자살은 자기부정이며 고통스러운 현실을 잊고자하는 현실도피성이 강합니다. 자살하게 되면 자신은 그러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그와 관련된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가족, 친지들은 그로 인하여 고통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살이란 이기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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