⑫ 진실성과 공익성 그리고 명예훼손
⑫ 진실성과 공익성 그리고 명예훼손
  • 최호진(법학과) 교수의
  • 승인 2009.08.19 01:46
  • 호수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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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죄의 경우 진실성과 공익성이 있으면 처벌하지 않아

A동아리회장으로 선출된 김단국은 평소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전임 회장 갑이 자신에게 업무인수를 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전임회장이 동아리운영과 관련된 서류를 파기하고 관련자료를 넘겨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전임회장이 동아리회비를 동아리운영에 사용하지 않고 개인적 용도를 지출한 사례와 2만원으로 구입가능한 체육복을 4만원에 가까운 비용으로 구입하였다는 것을 알았다. 이에 김단국은 이러한 사실을 각 회원들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동아리게시판에 A4용지 4장분량으로 작성하여 게시하였다. 이에 갑이 김단국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겠다고 한다. 과연 김단국은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는가? 현대 민주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는 여론을 자유롭게 형성하고 전달함으로써 다수의견을 집약시켜 민주적 정치질서를 생성·유지시켜 나간다는 점에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는 핵심적 기본권으로서 다른 어떤 기본권보다도 우월한 지위를 누리지만, 그에 못지 않게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 등 사적인 법익의 보호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일정부분 법적 제한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맥락에 따라 우리 형법도 제307조에서 일반적인 명예훼손죄를 규정하고 있으며,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제61조는 정보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형법 제310조에서 명예훼손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위법성조각사유를 두고 있다. 즉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 공익에 관한 것으로서 진실성이 있으면 명예훼손죄는 성립하지 아니하는 것이다. 많은 경우에 개인의 명예를 보호한다고 하여 오히려 진실이 은폐되고 건전한 비판이 봉쇄되어 사회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예훼손의 위법성이 조각되기 위해서는 우선 적시된 내용이 진실할 것(진실성)을 요한다. 다만, 세부적인 부분까지 모두 진실하여야하는 것은 아니고, 주요사항이 진실하면 세부사항은 다소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한다 할지라도 진실성이 인정되며,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주된 사항이 진실하면 진실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 우리 판례의 입장이다. 순수한 의견이나 가치판단, 논평만으로는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인정되지 않지만, 의견 등을 표명하는 방법에 사실이 적시되어 있거나 간접적 또는 우회적인 방법으로라도 전제되어 있으면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명예훼손의 위법성이 조각되기 위해서는 공익성이 있어야 한다. 이는 오늘날 민주주의의 요체인 언론의 자유는 비판의 자유를 그 핵심으로 하고 있고 공정한 비판이야말로 사회 발전의 불가결한 요소인데, 적시되는 사실이 진실이고 또한 그 적시가 공익성을 지닌 경우까지 처벌한다면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가 중대한 제한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형법의 이러한 태도는 인격권으로서의 개인의 명예보호와 민주정치에 필수불가결한 언론의 자유라고 하는 두 법익이 충돌하였을 경우 사회의 여러 이익을 고려하여 언론의 자유에서 얻어지는 이익과 인격권의 보호로 달성되는 이익을 비교형량하여 그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공익성에 관하여 반드시 국가나 사회 전체의 이익에만 국한하지 아니하고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되며, 전체적인 내용과 동기·경위, 시기 및 목적 등에 따라 종합적으로 공익성을 평가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동아리 전임회장의 횡령의혹사건은 적시된 사실의 진실성과 공공성이 있다면 형법 제31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될 것이다. 공익성은 적시된 사실 자체의 내용과 성질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사실을 적시한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
른 목적이 있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된다.

최호진(법학과) 교수의
최호진(법학과) 교수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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