⑬ <마더> ‘마더’와 ‘머더’를 오가는 어긋난 모성애
⑬ <마더> ‘마더’와 ‘머더’를 오가는 어긋난 모성애
  • 김수연 기자
  • 승인 2009.08.19 02:15
  • 호수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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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 배우 원빈이 5년 만에 복귀한 작품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마더>. 원빈의 이름과 스타감독 봉준호의 파트너십으로 연일 매스컴을 달구며 그 열기를 더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 이후 칸 영화제 재입성과 더불어 개봉 4일 만에 영화 <마더>는 ‘19세 이상 영화’로는 최초로 단기간에 100만 돌파를 통해 스타 브랜드의 저력을 보여준 명분적 결과라 할 수 있다. 처음 <마더>라는 제목만 들었을 때는 모성애를 주제로 한 눈물겨운 어머니의 내리사랑 이야기라 짐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사회적인 분위기가 가족애 및 사랑을 소재로 다뤄지는 드라마, 책, 영화가 그간 꾸준히 인기를 끌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는 달랐다. ‘혜자’는 장애가 있는 아들에 대한 사랑이 모정이라기보단 그의 장애를 감싸기 위해 자기와 자식을 동일시하면서 집착에 가깝게 그려진다. 그래서 자식의 오점도 엄마의 잠재인식 속에는 ‘내 아들은 그럴 애가 아냐 그럴 일 없어’라는 생각이 어미의 극단적 모성애 광기로 나타난다. 그래서 자신의 아들을 제외한 타인들에게는 무서운 냉정함과 황망한 얼굴로 아들 앞에서와는 다른 이중적인 어미의 모습으로 관객들의 긴장을 쥐었다 폈다 한다. 봉준호 감독은 왜 이런 역설적 모성애를 표현 한 것일까? 매스컴에서는 <마더>를 광기어린 모성애의 역설이라고 표현했다. 영화 <마더>는 현 시대의 사회 부조리들을 묶어 놓고 우리들의 삶을 되짚어보며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시간을 제공해 준다. 그러한 것이 할 일없이 빈둥대다 본드를 빠는 청년, 할머니를 부양하려고 몸을 파는 소녀가장, 동반자살을 기도해 아들에게 농약을 먹이는 엄마의 얼굴이다. 영화 속의 각 인물들은 정상과 비정상을 넘나들며 결정적 단서를 제공해 관객들에게 조금씩 영화의 결론을 예상하게 한다. 영화의 후반부로 가면서 그 어둠은 더욱 짙어진다. 진실을 감추는 공간속에서 어미가 ‘형사’가 되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면서 아들의 모순을 알아버린다. 하지만 자기암시를 통해 어미는 또 하나의 죄악을 저지르고 사건은 또 엉퀴어 버리지만 아들을 위해 모든 사건을 위장하여 덮어둔다.  봉준호 감독은 제작 발표회에서 "엄마의 사랑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는 강남 엄마들의 치마 바람 등 ‘슈퍼맘’을 요구하는 현실이 반영돼 관객들의 감성을 흔든다는 것이다. 사실 요즘 엄마들은 '슈퍼맘'이 되고 싶어서 되는 게 아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가는 자식들이 약하고 안돼 보여서 어쩔 수 없이 자기가 강해지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마더’는 강한 어미의 모습이 아니라 한 없이 약한 자식의 모습은 아닐까?

 

김수연 기자
김수연 기자

 loveme29@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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