⑫ ‘칙릿소설’
⑫ ‘칙릿소설’
  • 고민정 수습기자
  • 승인 2009.08.19 02:16
  • 호수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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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touch’는 한 주의 화제가 되는 TV프로그램, 인물, 문화 등을 짚어보고 그 문제점 혹은 영향 등을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2009년 제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백영옥의 <스타일>이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순위 안에 진입했다. 작가 백영옥은 패션지의 에디터로 일하면서 에세이집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를 펴낸 것을 시작으로 ‘칙릿소설’을 추구하는 젊은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칙릿(chick+literature)’이란 젊은 여성을 겨냥한 영미권 소설들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90년대 중반에 나온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그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어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섹스앤더시티>등이 출판되고 영화화 되면서 칙릿소설은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는 시대 변화를 보여주는 문화적 흐름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부터 이런 유의 소설이 서점 신간 소설 코너에 하나 둘 늘어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현재에는 문학상 수상작 코너를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대중소설로 인식되는 칙릿소설에 문학상이라는 감투를 달아 본격문학의 새 경향으로 인식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칙릿 소설이 한국 소설 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까?

쏟아져 나오는 칙릿소설의 주된 골격은 대도시에 사는 2~30대 직장 여성이 일과 사랑 속에서 갈등하며 내외적으로 성장해 간다는 것이다. 일과 사랑, 그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2~30대의 도시 여성들의 재기발랄, 거침없는 도발이 재미있게 읽혀지는 칙릿. 칙릿은 오래도록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억압되어 왔던 여성들의 욕망을 표출하기도 하고 여성들은 여기서 대리만족을 얻는다.

그러나 칙릿 소설의 대표적 공식인 브랜드 놀음은 일명 ‘된장녀’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주 범인이다. 솔직히 같은 여자도 모를 희한한 브랜드들까지 마치 평범한 것처럼 이야기해내는 재주는 소비를 조장하다 못해 그런 브랜드들을 모르면 바보취급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칙릿소설 속의 인물들은 도시 중산층에 사는 한국 여성의 삶에 관한 오해를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 한국의 장르 문학들이 점차 도식성에서 벗어나 작가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듯 칙릿소설도 ‘폼생폼사의 프라다’를 벗겨야만 문학과 대중성을 겸비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대표적 칙릿소설인「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스타일」
 

 

고민정 수습기자
고민정 수습기자

 mjko921@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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