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 도착한 후 우리팀 DI들은 각자 배정된 학교로 흩어지게 됐다. 나를 포함해 동쪽에 있는 세 학교로 배정된 여섯 친구들은 기차를 타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길다는 다리를 건너 코펜하겐에 도착, 네 시간 남짓 여유를 부릴수 있었다. 비가 오는 바람에 잠시 도시를 둘러보는데 그쳤지만, 그렇게 맛있다는 덴마크 핫도그를 먹으며 우린 관광객 흉내를내기도 했다. 친구들과 닷새 후 콘서트장에서 만나자며 헤어졌다. 나는 Hellebaek 가는 기차에 올랐는데 잠시 정신을 놓는 바람에 한 정거장 일찍 내리는 실수를 범했지만, 다행히 학교 선생님 한 분이 직접 역으로 마중을 나와 무사히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학교는 넓고 깨끗했고, 선생님 한 분이 우리의 늦은 저녁을 위해 직접 닭고기스프를 끓여주시기도 했다.
다음 날 아침, 다이닝홀에서 창문 밖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꿈꾸던 풍경, 바다 건너 정말 스웨덴이 보였고, 덴마크와스웨덴을오가는페리들이 보였다. 흥분을 감출 수 없었지만 나는 마음을다잡고콘서트준비를위한미션에 돌입하기로 했다. 키친을 담당하는 선생님이 아시안 스타일 파스타, 그린 파스타, 야채샐러드, 구운 닭가슴살 등 우리가만들음식에관해소개해주셨고, 후에 우린 재료를 점검하고, 야채를 컷
팅하는등기본적인작업에임했다.
학교의 학생들은 마약이나 술 등으로 문제아로 찍힌 아이들이었다. 나는 함께 음식을 만들고 이브닝 프로그램등에 참여하는 등 몸을 부대끼며 그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덩치 큰 한 남자아이는 중국 영화에서 보고 배운 엉터리 중국어로 내게 계속 장난을 걸기도 했는데, 후엔 나는 그가 동양문화에 호기심이 많다는것을알게됐다.
1800인분의 파스타와 치킨을 오븐에 익히고 식히는 데만 하루 이상이 소요됐다. 우린 생강과 레몬 등을 이용해 샐러드 소스를 만들기도 했다. 콘서트 이틀 전엔 학생들이 일렬로 서서 완성된 음식들을 플라스틱 도시락에 옮겨담는 작업을 했다. 1800인분을 모두 담아내는 순간, 우린 환호했다. 다들 음식 냄새로 잔뜩 찌들긴 했지만, 표정은 어느 때보다도밝았다.
다음날, 우린새벽같이콘서트장으로 향했다. 나는학생들이들떠있다는것을 눈치 챘다. 콘서트장에 도착해 나는 닷새 만에 만난 팀원들과 포옹을 나눴고, 우린그간머물렀던각자의학교자랑을 하느라 바빴다. 친구 Leili는 나를 함께 만든페인팅이걸린콘서트장의벽앞으로 데리고 갔는데, 우리 둘은 뿌듯함에 다시한번진한포옹을나눴다.
12시간 진행된 콘서트는 클래식, 오페라, 재즈 등 모든 장르를 복합적으로 즐길 수 있는 문화의 장이었다. DI들 역시 콘서트의 절반 이상을 관람할 수 있었는데, 한국에서 공연 관련해 기사를 써 왔던 내게 콘서트는 잊고 있던 즐거움을 다시 환기시켜줬다. 내겐 젊은 여성 피아니스트의 라흐마니노프의 곡 연주와 오페라‘세빌리아의 이발사’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콘서트를 즐기면서도 동시에 우린 음식 세팅 및 테이블을 청소, 뒤늦게 찾아온 관람객을 위해 표를 판매하는 등 다양한 일도 수행했다.
콘서트의 대미는 댄스타임. 아프리카 음악가들이 직접 흥겨운 음악을 연주했고, 이에 맞춰 우린 다함께 손을맞잡고 아프리칸 댄스를 배우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기도 했다. 콘서트는 자정이 넘어 끝이 났다. 우리 DI들은 마지막까지 남아 청소를 해야 했는데 1800명이 머물렀던 흔적을 지워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청소 도중 콘서트가 여전히 끝나지 않았음을 발견하고 웃고 말았다. 팀원들 모두가 댄스타임에 즐겼던 아프리카 음악을 흥얼거리며 각자의 흥겨운 리듬에 맞춰 테이블을옮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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