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없는 MT
술 없는 MT
  • 정시내(스페인어·3)양
  • 승인 2009.08.19 15:15
  • 호수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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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참여하여 함께 준비하는 MT가 되어야 보람도 가치도 배가 된다

 언제부터인지 우리의 친목모임은 술이 없으면 이루어지기 힘든 것으로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서로간의진심을 털어 놓기 위해서는 술자리가 불가피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남에게 보이는 것이 어려운 일임은 인정하는 바이지만, 언제나‘적당히’를 넘어서는 무절제함이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얼 마 전 뉴스에서도 대학 내 모임에서 자신의 주량을 넘어 강요하는 대로 술을 마시다가 숙소창가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는 일들이 몇 차례 방송되어, 이제 대학 내에서의 음주로 인한 사고는 모든 사회가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니 부모님께‘저 MT 갑니다’라고 말씀드리면 부모님은 걱정부터하시기 마련이다.

 우리 대학생들도 MT를 가게 될 때에 가장 많이 고려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술 마시며 레크리에이션을 하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그 시간이 학우들 간의 관계가 제일 많이 형성되는 시간이라나 뭐라나. 한 종교분과 동아리에서는 놀랍게도 MT를 갈 때에 술자리는 전혀 준비하지 않는다. 다른 학우들은‘술 없이 어떻게 노느냐, 그렇게 MT가면 재미가 있느냐’등의 의문스러운 질문들을 하지만, 정작 그 동아리 구성원들은‘정말 재미있게 놀았다, 심심할 틈이 없었다’는 식의반응을 보인다.

 내 기억에 가장 남는 MT는 고등학생 때에 동아리에서 떠난 수련회였다. 명칭은 다르지만 동아리 임원들
의 계 획 아 래 에 순 수 하 게Membership Training만을 위해 떠났기에 지금 우리의 MT와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 없었던 수련회였다. 고등학생이기에 당연히 술은 준비하지 않았지만, 대학교를 들어온 이후로도
그렇게 즐거웠던 MT는 떠올리기가힘들다.

 그 수련회 때에는 동아리 구성원들 모두가 함께 모여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준비했으며, 그룹을 정해 한그룹당 하나씩의 프로그램을 빠짐없이 준비 하도록 했다. 아무도 몰 랐 지 만 준비하는 동안 동아리 구성원들의 Membership은 이미 형성되고 있었다. 그러니 MT를 떠나는 동안이나 도착해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펼쳐지는 것은 당연한 일. 하나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한 명도 빠짐없이 충실히 임해주었으며, 끝나고 나면 준비하느라 수고한 그룹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쳐 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임원이 모든 수고와 박수를 받는 지금 우리의 모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모두의 수고로 만들어낸 시간을 함
께 보낸 후에는, 서로에게 친밀함과 믿음이 쌓여서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MT의 본질적 의미는 바로 이런 것이다. 서로가 함께 보낼 시간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서로 도와가며 준비하고, 그 준비한 수고에 칭찬과 박수를 보내는 것. 장담하건데, 그러는 동안에 Membership은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충분히 쌓인다. 술은 꼭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믿기지 않는다면, 이번 봄 MT의 테마는 깔끔하게‘술 없는 MT’로 잡아보는것이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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