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肝膽相照
⑤肝膽相照
  • 조상우(교양학부) 교수
  • 승인 2009.08.19 15:56
  • 호수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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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마음속을 툭 털어놓고 숨김없이 친하게 사귄다는 뜻

 당신은“친구가 몇 명입니까”하는 물음에 뭐라고 답하겠습니까. 많거나 적다고 하겠지요. 만약 친구가 많은데, 그 중에서 진정한 친구는 몇 명입니까 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옛날 이야기 중 아버지가 아들이 친구가 많다고 하자 아들 친구들을 시험해 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돼지 한 마리를 삶아 지게에 매고 아들 친구를 찾아가서‘내가 사람을 죽였다’고 하자 아들 친구들은 다 도망갔습니다. 이후 아들을 데리고 아버지가 아들이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아버지 친구에게 찾아가‘내가 사람을 죽였네’하니 아버지 친구는 아버지를 누가 볼까 조심스럽게 집안으로 모시고 들어 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얘기는 친구를 진정으로 사귀라는 교훈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 중 당대의 두 명문 대가에 한유(韓愈)와 유종원(柳宗元)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함께 고문부흥운동(古文復興運動)을 제창한 문우로서 절친한 사이였습니다. 그러던 유종원은 유주자사(柳州刺史)로 좌천되는 등 한유보다는 힘든 삶을 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종원은 연로한 어머니를 두고 변경인 파주(播州) 자사로 좌천, 부임하는 친구 유몽득(劉夢得)을 크게 동정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한유는 유종원의 깊은 우정에 감동하였습니다. 당나라 11대 황제인 헌종(憲宗) 때 유종원이 죽자 한유는 <유자후묘지명(柳子厚墓誌銘)>을 썼습니다. 이 묘지명은 자신의 불우한 처지는 제쳐 놓고 친구를 걱정한 유종원의 진정한 우정을 찬양하면서도 경박한 사귐을 증오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내용을 조금 보겠습니다.

 “사람이란 곤경에 처했을 때라야 비로소 절의가 나타나는 법이다.평소 평온하게 살아갈 때는 서로 그리워하고 기뻐하며 때로는 놀이나 술자리를 마련하여 부르곤 한다. 또 흰소리를 치기도 하고 지나친 우스갯소리도 하지만 서로 양보하고 손을 맞잡기도 한다. 어디 그 뿐인가.‘ 서로 간과 쓸개를 꺼내 보이며’(肝膽相照) 해를 가리켜 눈물짓고 살든 죽든 서로 배신하지 말자고 맹세한다. 말은 제법 그럴 듯 하지만 일단 털끝만큼 이라도 이해관계가 생기는 날에는 눈을 부릅뜨고 언제 봤냐는 듯 안면을 바꾼다. 더욱이 함
정에 빠져도 손을 뻗쳐 구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더 깊이 빠뜨리고 위에서 돌까지 던지는 인간이 이 세상 곳곳에 널려 있는 것이다.”

앞에 서술한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처럼 아들이 술을 사는 등 돈을 많이 쓰기에 주위에 친구가 많았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친구들은 친구인 아들이 힘들 때 도와줄 진정한 친구들은 아닙니다. 한유가 묘지명에서 쓰고 있듯 ‘털끝만큼이라도 이해관계가 생기면 안면을 바꾸는 것’이 현대사회의 일반적인 현상이 되었습니다. 세상이 그만큼 각박하다는 말입니다. 그렇기에 누가 진정한 친구인가를 알아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공자는‘논어’<자한편(子罕篇)>에 보면,“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뒤늦게 시듦을 알 수 있는 것이다(歲寒然後知松柏之後彫也)”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은 소인이 태평성대에는 군자와 다를 것이 없지만 오직 이해를 당하고 사변을 만난뒤에야 군자의 지킴을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곧 세상이 어려울 때충신(忠臣)을 알 수 있다는 말입니다.

 평생에 진정한 친구 한 명 만나기 힘들다고 합니다. 진정한 친구라면 친구의 단점까지 고쳐줘 가며 이해해야 합니다. 자주 연락하지 않는다고 해서 화낼 것이 아니라 그럴 이유가 있겠지 라며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흔히 대학에서는 진정한 친구를 사귈 수 없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다 커서 만났기 때문이라고들 합니다. 학생들이여! 지금부터라도 자기 주위의 사람들을 잘 살펴보고, 챙겨주십시오.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평생을 같이 할 소중하고 꽃보다 아름다운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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