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피겨스케이팅 역학
(82)피겨스케이팅 역학
  • 신동희(과학교육) 교수
  • 승인 2009.08.19 17:08
  • 호수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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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신의 표현에 따르면 김연아는 Yuna Queen이 되었다. 김연아를‘빙상 위의 요정’이라고 불렀던 때가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김연아가 있기 전, 피겨스케이팅은 우리와 상관없는 종목이었다. 예전부터 TV를 통해 세계적 선수들의 피겨스케이팅 모습을 수없이 보아 왔지만, 그 한 가운데 우리 선수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못했다. 스포츠지만 ‘표현력’이라는 영역이 중요한 평가 잣대가 되는 피겨스케이팅은 스포츠와 예술의 중간쯤 되는 종목인 것 같다. 이번 피겨 세계선수권에서 김연아가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펼친 데는 물리학 법칙을 책이나 문제가 아닌 몸으로 아름답게 익혔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피겨스케이팅에서 가장 환호하는 기술은 점프다. 점프를 잘 하려면 도약하는 힘과 회전하는 힘이 관건이다. 점프를 높이 해야 체공 시간이 길어져 더 많이 회전할 수 있다. 높게 뛰어오르려면 다리의 힘과 복근이 중요하다. 20대 초반 여성의 평균 체지방률이 23%인데 비해 여자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의 체지방률이 평균 14%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피겨스케이터들이 점프를 하기 위해 필요한 힘의 원천은 근육임을 알 수 있다.

 일단 뛰어오르고 난 후에는 빠른 속도로 회전할수록 유리하다. 빠르게 회전하려면 힘을 축적해야 한다. 점프할 때 팔과 다리를 넓게 벌리는 동작은 회전하는 힘, 즉 토크(torque)를 증가시킨다. 토크는 회전시키려는 물체의 회전축으로부터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팔다리가 긴 김연아는 피겨스케이팅에 유리한 신체 조건을 타고 났다. 점프할 때 최대한 크게 벌린 양팔은 회전할 때는 다시 몸에 바짝 붙는다. 이는 빠른 회전을 방해하는 저항력인 관성모멘텀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착지 직전 팔다 리는 다시 벌어지는데 이는 계속 회전하려는 힘을 줄이고 몸의 균형을 잡아 주게 된다. 착지할 때 왼쪽 다리는 최대한 몸 바깥쪽으로 뻗고, 오른쪽 다리의 무릎을 굳히는데 이는 몸의 무게 중심을 낮춰 넘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인체의 무게중심은 배꼽 부위인데 무게 중심이 높은 경우 몸이 수직선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쉽게 넘어지게 된다.

 피겨스케이팅 기술의 정점에 점프가 있지만, 스핀이 빠진 피겨스케이팅은 상상할 수 없다. 상체와 한쪽 다리가 수평으로 일직선이 되는 T자 모양의 카멜 스핀을 하면 회전 반경이 커져 스핀의 속도가 작아진다. 반면, 상체를 뒤로 젖혀서 도는 레이백 스핀을 하면 회전 반경이 작아져 회전 속도가 빨라진다. 여기에는 각운동량 보존 법칙의 원리가있다. 반지름이 작아지면 속도가 빨라지고 반지름이 커지면 속도가 느려짐을 설명하는 이 법칙은 역학의 주요 법칙 중 하나다. 김연아의 몸은 유연성이 뛰어나 회전 반경을 최대한 늘리고 또 최대한 줄일 수 있어 환상적인 스핀을 하기에 적합하다.

 이와 같이 김연아는 긴 팔과 다리, 유연성 등 피겨스케이팅에 유리한 위한 신체 조건을 타고 났지만, 피겨스케이팅의 역사에 이름을 새길 수 있게된 데는 피눈물 나는 노력이 있었다. 머지않아 세계 최고가 된 김연아의 성공 스토리에 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다. 이 책들은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고, 부모들에게는 교육의 힘을 새삼 깨우치게 할 수도 있다. 또한, 새로운 물리 교과서에는 김연아의 사진과 더불어 살아 있는 역학의 법칙 설명이 제시될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김연아의 영향력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신동희(과학교육) 교수
신동희(과학교육)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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