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이슬람성원을 찾아
한남동 이슬람성원을 찾아
  • 김현지·김유진·박준범 기자
  • 승인 2009.08.19 17:46
  • 호수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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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살라 알라이쿰' 당신에게 평화가 함께 하길…

 같은 공간이라도 그 장소를 찾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고향에 온 듯 편안한 표정으로 산책을 하는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을 낯설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장소가 있다. 같은 공간이 주는 이질적 분위기, 그리고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공간이 서울 한복판에 있다. 바로 이태원에 있는 이슬람 성원이다. <편집자 주>

#1. 익숙함
 서울 속 작은 외국이라는 이태원. 이태원역에 도착해 길을 걷다보니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길가를 걷고 있고 다양한 외국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이 낯선 풍경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곳이 있다면 바로 이슬람성원이다. ‘여기가 한국이 맞나?’이런 생각을 하며 성원 입구를 바라보고 있는데 무슬림 신도들이 자연스럽게 성원에 들어간다.
 

 이슬람성원에는 다양한 인종의 무슬림 신도들이 모인다. 낯선 한국 땅에서 살고 있는 그들은 이슬람성원에서만큼은 낯설지 않음을 느낀다. 매 주 금요일 예배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는 아짐 카리미(기술자) 씨는 1991년 처음 한국에 와서 우연히이슬람성원을 발견하고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매우 기뻤다고 한다. 그는“서방 세계의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이슬람 세계의 이미지가 테러리스트와 연관되어 있어 한국 사람들이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성원을 찾아오는 한국 사람들의 시선에서는 그런 것들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배 시간이 가까워 졌는지 무슬림 신도들이 하나 둘씩 모인다. 무리를 지어 계단을 오르고 있는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그 중에서 아빠를 따라 예배를 드리러 온 꼬마아이가 눈에 띈다. 모로코에서 왔다는 일리어스는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 살아서 인지 한국말을 곧잘 한다. 아이는 수줍게 웃으면서“학교에 가면 흑인 친구, 백인 친구, 한국인 친구들이랑 모두 친하게 지낸다”며“그래도 이슬람성원에 올 때가 제일 기분이좋다”라고 말했다. 이슬람교에서는“앗살라 알라이쿰!”이라고 인사를 건넨다. 이것은‘당신에게 평화가함께하길!’이라는뜻이다. 이곳을 찾는 신도들의 표정은 그들의 인사처럼 평화로워 보였다. 낯선한국땅에서이슬람 성원과 그 주변만큼은 그들에게 더 이상 낯선 곳이 아니다.

#2. 낯설음
 이태원의 이슬람성원이 있는 골목을 걷다보면 카메라를 손에 들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원 안으로 들어가도 사람들 중 한국인들이 반절인데 그중 대부분이 관광차(?) 방문한 이들이다. 편안하게 성원 곳곳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외국인들과 달리 익숙하지 않은 몸짓으로 성원을 서성거리는 그들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그들은 카메라를 들고 호기심 그리고 기대가 담긴 눈빛으로 성원을 거닌다. 아마 그들이 뷰파인더에 담아 가고자 하는 것은 낯설음이 담긴 새로운 세상일 것이다.

 “사진 한방 찍어주세요.”이슬람 성원 입구 계단 앞에서 대학생으로 보이는 세 남녀가 사진을 부탁해 왔다. 카메라를 받아드니 이슬람성원 앞에서 일렬로 서서 기도하는 포즈를 취한다. 포즈가 멋있다고 말하자“이슬람 사원이니까 이 정도는 찍어줘야할 것 같아서…”라며 쑥스럽게 웃는다.

 커플들도 눈에 띈다. 처음 와보는 공간에 약간은 압도당했는지 두 손을 꼭 붙잡고 성원을 구경하고 있었다. 박지호(대학생) 군은“이태원에 처음 왔는데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이슬람 사원이 있다고 해서 들러봤다”며“굉장히 이국적이어서 꼭 우리나라가 아닌 것 같다. 건물 안에도 들어가 보고 싶은데 왠지 무서워서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하며 여자 친구의 손을 꼭 잡는다.

 어느 한 곳에 있는 새로운 공간이 너무나도 익숙한 우리나라를 낯설게 만든다. 그 낯설음은 경험이 되고 우리에게 더 넓은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태원의 이슬람성원은 종교를 넘어서 새로운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3. 조화
 “아프카니스탄 전쟁 이후 오히려 이곳을 찾는 한국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성원 사무실 입구에서 만난 누란 씨는 한국말을 잘 못한다면서도 전쟁 이후 한국인 방문자 수가 늘어났다는 말부터 꺼낸다. 무슬림 신도들에게만 편안함을 주던 이 장소가, 전쟁을 계기로 한국인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소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글쎄요, 1976년 이태원에 이슬람 성원이 세워진 이후, 내국인들의 주목을 받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아프카니스탄 전쟁이 일어난 2001년 이후입니다.” 사무실을 찾아 누란 씨의 말을 확인했지만, 특별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한다. 일시적인 붐도, 그렇다고 신도가 늘어난 것도 아니지만 이곳을 찾는 한국인이 훨씬 많아졌다는 것이다. 사무실에서 기자를 맞은 한 자원봉사자는“확실한 건, 여기 오는 사람들이 종교를 믿기 위해 온다기보다는 이쪽(이슬람)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정확히 알고 이해하기 위해 찾는다는 겁니다”라며 누란 씨의 말을 부연한다. 많은 한국인들이 TV에서 테러와 관련한 소식을 자주 접하며 갖고 있던 무슬림 신도들에 대한 막연한 편견이, 하루에 다섯 번씩 기도하며 Salaam(Peace be with you)을 말하는 이들의 평화로운 모습을 통해 많이 누그러졌다는 것이다.

“이상해, 독특한 향냄새가 나는 것 같아.” 이제 막 성원을 찾은 듯한 한국인 커플이 정문을 오르며 대화를 나눈다. 한 공간에서 만나는 익숙함과 낯선 표정의 조화. 서로 다른 두 표정이 공존하며 조금씩 조화를
이루는 곳이 이태원 이슬람성원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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