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학기 되풀이 되는 '수강신청' 문제
매학기 되풀이 되는 '수강신청' 문제
  • 이건호 기자
  • 승인 2009.09.01 13:33
  • 호수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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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죽전캠퍼스는 수강신청으로 한바탕 난리를 겪었다. 제1전공 신청만 가능했던 이날 1학년 학생 30%에 한해서만 영역별교양 교과목의 수강신청이 허용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전 학년이 모두 영역별교양 교과목 수강신청을 할 수 있었다. 예상 밖에 찾아온 행운에 기뻐하던 것도 잠시 학생들은 학교로부터 ‘삭제됩니다’라는 문자를 받는다. 담당자의 실수로 빚어진 이번 사태는 처음 계획대로 먼저 수강신청을 한 1학년 학생 30%를 제외하고 일괄 삭제하는 조치로 마무리 됐다. 담당 부서에서는 이번 실수에 대해 홈페이지에 사과 글을 올리고 전 학생들에게 안내 문자를 보냈다. 사람이 하는 일에는 으레 실수가 따르기 마련이고, 잠시나마 학생들에게 기쁨을 줬던 영역별교양 교과목 또한 애당초 학생들의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분노한 학생들의 글이 폭주하고 있다. 학교 행정조치에 대한 비난과 험담뿐만 아니라 눈살이 찌푸려지는 욕설까지 난무하고 있으니 너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이토록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기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초기작 중 하나인 『개미』라는 소설에는 사람들이 개미집을 키우는 것에 반대하는 주장이 나온다. 그런데 그 내용이 조금 독특하다. 우리가 개미를 유리관 안에 넣고 관찰하는 것처럼 우리보다 더 큰 존재가 우리를 관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엉뚱하기 짝이 없는 이러한 발상이 우리네 현실과 잘 들어맞는다. 영역별교양 교과목 수강신청에 성공하고 기뻐하던 학생들이 ‘삭제됩니다’라는 통보 문자를 받았을 때, 유리관 안을 돌아다니던 개미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는 커다란 눈동자와 마주친 기분이 아니었을까?

학생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또 다른 요인은 학교 측의 태도이다. 실수를 하고도 잘못을 감추기 급급했던 이전의 경우들과 비교해보면 잘못을 시인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한 학교 측의 이번 대처는 차라리 전보다 낫다. 하지만 학생들의 공감을 얻지 못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담당 부서에서 학생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과연 얼마나 심사숙고 했는지 의문이 든다.

근본적으로 이번 사태는 학생들이 매학기 수강신청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와 잘못된 행정처리에도 사과 한 마디 없던 학교 측의 과실들이 쌓이고 쌓여 벌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 사태에 대해 학교 측은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대처하지 않기를 바란다. 분명 시간이 지나면 학생들의 불만과 항의도 개미들이 대화의 수단으로 내뿜는 페로몬처럼 공기 중으로 흩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와 함께 애교심과 일류대학을 향한 꿈도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이건호 기자 GoNoiDa@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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