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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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원 기자,강윤정 기자
  • 승인 2009.09.01 21:53
  • 호수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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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친환경적인 일주일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시작한 일주일

 

▲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8월24일 월요일. 이날부터 난 ‘친환경적인 일주일’을 시작했다. 자진해서 하겠다고 한만큼 일주일을 시작하는 첫 날까지만해도 난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냥 내가 살던 대로 살면 되는 거지 뭐...’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첫날.

사실 난 꽤나 친환경 적인 생활을 하는 편이다. 일회용품을 잘 사용하지 않고, 물은 바가지에 받아서 사용하고,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고,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며 산다. 그래서 앞으로 해야 할 친환경적인 삶, 절약하는 삶에 대한 걱정보다는 친환경적으로 살면 어떤 새로운 것을 해야 할지가 고민스러웠다. ‘만약 내가 살아온 것대로 산다면 그게 뭐 체험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첫날은 체험을 한다기보다는 친환경적인 일들이 뭐가 있을까 하는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첫째 날이 지났다.

#우리 주변에 많은 친환경적인 일들

두 번째 날이 되자 시간이 더 가기 전에 빨리 체험을 시작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친환경적인 생활은 내가 생각했던 것 밖에도 아주 많은 방법들이 있었다. 내가 첫째 날 가졌던 생각은 결국 근시안적인 생각 이였던 것이다.

아주 사소한 것들도 빠지지 않고 실천해 보자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 적어 보았더니 50가지가 넘었다. 휴! 너무 많았다. 건축물의 단열을 하여 냉/난 방시 빠져 나가는 열을 차단하여 전기 절약하는 일, 냉장고 뒤를 통풍을 시켜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일 같이 단기적으로 할 수없는 것들을 제외해도 너무 많았다.

그래도 처음 먹었던 마음을 무너뜨릴 수 없지 않은가! 할 수 있는 것들만 골라서 45가지정도를 해볼 수 있었다. 그 중에 새로 알게 된 것은 백열구보다 형광등을 사용하는 것이 전기가 절감 된다는 것과 형광등을 너무 자주 켰다 껐다 하는 것이 전기가 낭비 된다는 사실이었다.

또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목욕하기보다는 가급적 샤워를 하는 것이 낫다는 것도 있었다. 난 물을 받아놓고 쓰는 목욕보다 샤워가 물을 더 절약한다는 사실에 많이 당황스러웠다. 이제까지 난 물을 받아썼고 그때마다 물을 아껴 쓴다고 생각했는데 나 자신이 작아지는 순간 이였다.

체험한 것 중에는  간단하고 실천하면 절약에 많이 도움이 되는 것들이 많았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사용하지 않는 조명 끄기, 이면지사용하기 등이 있고  쉽게 들어보지 못했던 것은 요리 시 불꽃의 크기는 조리기에 따라 알맞은 크기로 조절하는 것이 가스 절약에 도움이 된다는 것, 압력밥솥의 조리시간 단축하는 것 등이 있었다.

#습관의 놀라운 힘

이렇게 매일 10개정도를 조금씩 실천해보았다. 그중에서도 밤에 이곳저곳 불을 많이 켜고 다니는 습관이 쉽게 고쳐 지지 않았다. 책상에 있으면 스탠드만 켜도 되지만 항상 주변을 밝게 하고 다녀야  마음이 놓였기 때문이다. 겁이 많기도 하고 쉽게 잠이 들지 못해 무언가 뒤적거리다가 잠드는 내 습관 때문이기도 했다.

또, 냉장고를 자꾸 열어보는 습관이 고치기 힘들었다. 왜 항상 우리 집 냉장고에 어떠한 것들이 들어 있는 줄 알면서도 계속 열어보게 되는지! 그밖에도 순간순간 ‘아차!’ 하는 경우가 많았다. 체험이  4일째로 접어들면서 친환경적인 삶과 절약을 하는 것에 지쳤다.

습관이 고치기 힘들 구나를 뼈저리게 느꼈다. 정말 나에게 길들여진 습관들 중 나쁜 습관은 얼마나 많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쁜 습관보다는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실천 하지 않으면 아는 것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가 일주일동안 실천하기 힘든 몇 가지를 빼면 친환경적 삶을 위한 절약방법들은 우리의 사소한 행동 하나 하나로 좌우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아주 사소 한 일만으로도 절약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조금 귀찮아서, ‘나 하나쯤이야’라는 낡은 생각에 얽매이지 말고 ‘나 하나 부터’라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 이런 마음을 가졌으면 뜸들이지 말고 곧장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천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구의 행복=인간의 행복

이번 친환경적인 체험을 통해 친환경적 삶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눈앞의 편리함, 나의 습관이라는 핑계로 환경을 오염시키는 일이 얼마나 많았는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사소한 습관, 편리함이 우리의 환경을 파괴시키는 일이라는 걸 조금이라도 인식하며 살아야겠다. 그래야 우리의 지구를 조금이라도 아름답게 지켜갈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김지원 기자 hotdldirl82@dankook.ac.kr

 

#엘리베이터는 이제그만~

 

▲ ▲일회용 컵 대신 개인 컵 쓰기

 

 

닷새째 아침, 잠에서 깼는데 다리가 무겁다. 가장 먼저 정한 지침인 ‘엘리베이터 사용금지’ 때문이다. 첫째 날을 떠올려봤다. 아침에 외출할 때는 날도 밝았고, 내려가는 것이니 부담 없이 계단을 이용했다. 하지만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 ‘15층까지 올라가려면 무섭지 않을까? 누군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면 같이 타는 건 괜찮지 않을까?’ 엘리베이터를 탈 핑계를 찾으며 아파트 입구로 들어섰다. 결국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고, 누가 올 때까지 기다려볼까도 했지만 계단을 선택했다.

‘헉헉’, 운동부족인가보다. 8층밖에 안 됐는데 숨이 차다. 15층까지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은 단 4분.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쓰지 않았다는 사실에 뿌듯해하다가 지난 학기, 하루 종일 하이힐을 신고 돌아다녀서 발이 아프다는 핑계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신문사에 갔던 날이 생각났다.

혜당관 2층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신문사가 있는 층에서 내렸다. 신문사는 3층에 있으니 한 층을 올라간 셈. 사실 엘리베이터 기다렸던 것을 고려하면 걸어올라 가는 편이 더 빨랐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몸이 편했다는 이유 하나로 나의 선택을 가책하지 않았다.

#내겐 너무 익숙한 일회용품

 

아무 생각 없이 들어선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 주문을 하고 커피가 나오자 머리가 띵해졌다. 점원이 건네 준 것은 종이 홀더가 끼워진 일회용 커피 컵과 빨대, 냅킨. 온통 일회용품이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회용품을 사용하며 살았는지 깨닫게 됐다.

 화장할 때 쓴 면봉과 화장 솜, 음식 보관용 비닐 랩, 정수기 옆에 있는 한 모금 종이컵, 음식점에서 가져다주는 나무젓가락, 세 겹으로 포장된 껌까지 무신경하게 매일 사용하던 것들 중 대다수가 일회용품이었다. 일회용품은 난분해성 물질이라 환경오염은 물론이고 자원낭비까지 야기한다. 나의 편안함으로 인해 불편했을 것들을 돌이켜봤다.

그래서 다음날부터는 텀블러를 가지고 갔다. 컵까지 가지고 다니는 것이 유난스러워 보일까봐 걱정했지만 한 번 해보니 꽤 뿌듯하다. 그리고 컵을 가지고 가면 300~500원 정도 할인을 해주는 커피숍도 꽤 있다는 것. 친환경적인 삶은 절약까지 선물해준다. 캠퍼스 내 혹은 근처에도 커피숍에서도 학생들에게 이렇게 컵 할인을 해준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 교내에서 낭비되는 자판기 종이컵의 양을 상상해보면 개인 컵 자판기는 엄청난 절약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역시 컵을 씻고, 신경을 써서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것은 불편하고 성가시다. 

 

학생회관에서 밥을 먹었다. 일부러 조금씩 담았는데도 반찬이 남았다. 이번 주에 ‘친환경적인 삶’을 살기로 한 것을 알고 있는 친구가 한 마디 하며 내가 남긴 잔반 사진을 찍는다. 결국 남은 반찬을 버리고 식당을 나서면서 친구가 무심코 건넨 냅킨 2장으로 입을 닦았다. ‘아! 휴지를 아껴 쓰는 것조차 아직 익숙하지 않다.’ 오늘 반찬으로는 고기가 나왔다.

여러 가지 면에서 비효율적이라고 하는 육식. 자동차, 비행기, 기차보다 식용사육동물에게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이 더 많다고 한다. ‘난 채식주의자도 아닌데 꼭 그래야 하나? 먹는 건 좀 편하게 하자!’ 결국 난 고기를 먹었다. 식생활에서조차 나는 지구를 괴롭히고 있었다.

#시에나 밀러도 한다는 대기전력 절약하기 

 

전기전자제품의 전원을 끄는 것만큼 중요한 게 대기 전력 절약하기이다. 콘센트는 뽑지 않았다면 전원을 끈 상태, 즉 사용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전력이 소모된다.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 코드 빼기를 시작했다. 컴퓨터, TV, 토스트기, 스탠드, 홈시어터, 오디오, 커피포트, 에어컨....... 찾아보니 거의 모든 제품이 전원이 꺼진 채 코드가 꽂혀있었다.

가정용 전기전자제품 중 대기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제품은 전자레인지, PDP TV, DVD 플레이어 등이고 사무실에서는 복사기의 대기전력 소모량이 가장 높다고 한다. 손을 두 번 뻗거나 낭비하거나 선택은 당신의 몫.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최대한 더 노력해보려고 했던 일주일이지만 지키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가장 크다. 먼저 비누로 머리 감기! 첫째 날 시도했으나 도저히 일주일간 지키기는 힘들었다. 샴푸와 린스가 분해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물이 필요한지 아는가. 거기다가 나는 머리를 매일 감는다.

 내가 환경오염의 주범이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샴푸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샴푸사용량과 샤워시간을 줄이는 것과 물 아껴 쓰는 것으로 대신했다. 두 번째로 채식하기! 나는 거의 매일 고기와 유제품을 접했고, 주저 없이 선택했다. 단 일주일이었는데도 포기하지 못한 일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나는 얼마나 친환경적일 수 있을까 시험해봤던 지난 5일. 도전에 가까운 시도는 이제 2일이 더 남았다. 2일 후, 나는 전처럼 발이 아프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 층을 올라갈 수도 있고, 텀블러 없이 커피를 마시러 갈지도 모른다. 언제든 사용하기 위해 하루 종일 컴퓨터를 켜놓고, 기본료를 내고 갈 거리에도 택시를 탈 수도 있다. 내가 이제 일주일 전처럼 편하게 산다고 한들 며칠 전 잔반을 지적했던 친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어쩐지 씁쓸하다.

우리는 날마다 ‘쉽고 편하게’ 살면서 최선을 다해 지구를 망가뜨리고 있다. 사실 알고 보면 그렇게 불편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는 그것들을 포기하지 못한 채.

「불편한 진실」의 저자 앨 고어는 “우리는 지구에게 용서받을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단 일주일의 내 작은 노력으로는 변한 것이 없을 만큼 지구는 아프다. 하지만 일주일, 한 달, 1년, 10년........내가 나무젓가락만이라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사막화 속도가 줄어들 것이라 확신하며 지구에게 용서를 빌어본다. 미안 지구야. 

강윤정 기자 radioholic@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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