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보도 - 특수교육대상자 ‘수업 도우미’ 제도
해설보도 - 특수교육대상자 ‘수업 도우미’ 제도
  • 길지혜 기자
  • 승인 2003.06.06 00:20
  • 호수 10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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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최초 ‘수업 도우미’ 제도 실시

근로장학생으로 4명 선발, 주 업무는 수업내용 대필
“대등한 관계로 만나서 보통 친구보다 조금 더 도와주는 것뿐입니다. 주위 친구들의 애정 어린 관심과 함께, 장애 판정을 받았는지 모를 정도로 밝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정슬기(특수교육과·1)양의 수업도우미 안지연(특수교육과·1)양의 말이다.
우리대학은 대학 최초로 2003학년도 1학기부터 신입생 특수교육대상자 4명을 대상으로 ‘수업 도우미’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수업도우미 제도는 지난 3월 입학관리처가 신입생 특수교육대상자 9명의 면담을 통해 불편사항을 조사한 결과, 수업대필이 가장 요구되는 것을 감안해 실시한 것이다.
(우리대학은 이번 학기부터 장애학생들을 위해 ‘수업도우미’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적 보안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발적인 관심과 배려이다. <자료사진>)

수업 도우미들은 청각장애인이 원활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대필해주는 역할과 함께 학교생활까지 함께 하며 한학기 동안 활동하고 있다.
수업도우미 선발은 지난 3월 수강시간표가 대부분 일치하는 학생들의 지원을 통해 선발했다. 또, 도우미는 근로장학생으로 선발돼 매달 20만원의 근로장학금을 지급받고 있으며, 대상자의 해당학과별로 노트북이 지급되어, 노트북으로 대필을 하고 있다.
특수교육과 이근우 조교는 “수업도우미 학생을 보면 장애인 학생에게 가장 친한 친구같습니다. 수업뿐만 아니라 식사도 같이하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라며 “하지만 현재 신입생에게만 해택이 주어 지는게 아쉽습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학당국은 현재 우리대학 특수교육대상 2,3,4학년 재학생 총 44명을 대상으로 수업도우미 제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전체 장애학생들을 대상으로 각 전공별 전공주임교수와 면담을 통해 불편 사항을 수렴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교육지원과 문득수 주임은 “앞으로 수업도우미 제도를 통해 장애학생들이 일반학생들과 큰 차이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며 “하지만 무엇보다도 재학생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 김수익(법학과·1)군의 수업도우미 김보미(법학과·1)양은 “수익씨에게 처음 수화를 접했는데, 이제는 수화로 대화가 가능할 정도입니다. 대필을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수업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듣고 있어요. 수업을 듣다 궁금한 점도 지나치지 않고 한번 더 물어보게 됩니다”라며 가능하다면 계속 도와주고 싶다고 말한다.
또한, 김수익 군은 “보미의 도움으로 일반 학생들처럼 공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며 “학기초에는 출석을 했는데도 듣지 못해 출석체크가 안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보미가 출석체크를 대신해주고 있습니다”라며 도우미제를 반겼다.
이러한 긍정적인 반응과 동시에 보완해야할 점도 많다. 현재 ‘수업도우미’제도 혜택 대상자가 수강하는 과목은 대부분 교양이다. 하지만 도우미 제도기간이 1학기에 그쳐, 전공과목으로 심화될 경우 공부하기가 힘들다는 지적이다.
또, 김학규(특수교육과·1)군의 수업 도우미 김준식(특수교육과·1)군은 “장학금 받은 것을 쓰지 못하고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학과친구들도 많이 도와주고 있는데 혼자 장학금을 받는다는 것이 미안하기도 합니다”고 말했다.
‘수업도우미’ 제도는 수업도우미에게 장애인에 대한 책임 전가를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 제도에 있어서 대학당국, 교수, 학생 모두가 자발적인 관심을 가지고 장애학생에 대한 배려를 해야 할 것이다.


인터뷰- 김준식(특수교육과·1) 수업 도우미

“형의 기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업 도우미 활동을 어떻게 하게 되었습니까?
학규형과는 우리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정시합격을 하고 채팅으로 만나서 서로 연락하고 지냈거든요. 처음에는 몰랐는데 친해지고 나서 형이 청각장애인이라는 말을 하더군요. 그러다가 같이 생활하자는 말이 오고 갔고, 지금은 형과 같이 자취하고 있습니다. 강의 시간표도 같아서 제가 도울 일이 많다고 생각해 수업도우미 활동을 하게됐습니다.

▲수업 도우미 활동은 어떤 식으로 하고,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비단 저 뿐만 아니라 학과 학생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형의 노트북으로 과목별로 대필을 분담해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어회화 같은 경우, 듣고 받아쓰기를 하는데 도와 줄 수가 없습니다. 또, 고사성어 과목은 교수님의 배려로 시험을 구두 받아쓰기에서 지면평가로 바꾸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각 과목별로 교수님의 강의 스타일이 달라 말씀을 한번 놓치면 노트정리하기가 힘이 들어요.

▲같이 생활하면서 힘든 점이 있나요?
의사소통이 안 되는 점이 가장 힘들죠. 필담으로 나누다 보니, 제 의도가 직접적으로 전달이 안될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다 오해가 생기고 가끔 언성을 높이기도 합니다.
술자리를 같이 할 경우에도 동기들이 말 걸기를 꺼려 할 때도 있었죠. 한번은 형 친구들과 함께 만났는데 수화로 얘기를 나누더군요. 그때 형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다른 재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장애인과는 의사소통이 잘 안되기 때문에 속마음을 제대로 모릅니다. 그래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 또한 마음으로 다가가 이해한다면 일반 사람과 같습니다. 우리와 조금 다르다고 멀리하지 말고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길지혜 기자
길지혜 기자

 tameyou@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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