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추원(愼終追遠)
신종추원(愼終追遠)
  • 조상우 교수
  • 승인 2009.09.02 00:15
  • 호수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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⑬ 愼終追遠 상사(喪事)에는 슬픔을 다하고, 제사(祭祀)에는 공경(恭敬)을 다 한다.

愼 : 삼갈 신 終 : 마칠 종 追: 따를 추 遠 : 멀 원
“부모의 장례를 극진히 모시고 제사를 정성스레 올린다”
“시대와 방식은 변하고 바뀌어도 마음만은 변치 말아야”

올해가 아직 다 가지도 않았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한 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큰 지침이셨던 큰 어른들이 세 분이나 돌아가셨습니다. 두 분은 자신의 생명을 다 누리시고 운명하셨고, 한 분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생명을 단축하시고 말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 분들이 가시는 마지막 길은 같으면서도 서로 달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입장이 다르다는 핑계를 대며 서로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고 안쓰러웠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네 가지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관(冠), 혼(婚), 상(喪), 제(祭)”입니다. 관례는 예전과 방식은 많이 달라졌지만, ‘성인식’이라는 이름 아래 여전히 행해지고 있습니다. 결혼은 개인 인생의 대사이기도 하고, 문중간의 경사이기에 여전히 성대하게 치르고 있습니다. 제사도 종교의 차이는 있지만 자신의 부모, 할아버지를 정성껏 모시기 위한 노력들을 합니다. 상례는 돌아가신 분의 마지막을 잘 마무리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조선시대에 선비가 돌아가시면 자손들은 ‘유월장(踰月葬)’을 지냈습니다. 요즘은 삼일장, 오일장만해도 힘들다고 하는데, 달을 넘겨 장례를 치르는 유월장은 아마 상상도 못할 것입니다.

이러한 의례 중 상례는 돌아가신 분에 대한 남은 자들이 그 도리를 다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경건하게 치르는 것입니다. 상례와 관련한 말로 ‘신종추원(愼終追遠)이 있습니다. ‘신종추원’은 논어(論語)의 <학이편(學而篇)>에 나오는 말입니다. ‘신종(愼終)’은 ‘부모의 임종을 신중히 하다’라는 말로 장례를 극진하게 모신다는 뜻이며, ‘추원(追遠)’은 ‘먼 조상을 추모한다’는 뜻으로 제사를 정성스레 올린다는 뜻입니다.

이 말을 한 사람은 증자(曾子)였습니다. 증자(曾子)는 계모 밑에서 구박을 받으며 자랐지만 효성이 지극하였습니다. 증자는 그의 아내가 부모의 밥상에 나물을 덜 익힌 채로 올리자 아내를 내쫓고 평생 혼자 살았다고 합니다. 증자 아들이 증자에게 재혼을 권유하자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고종(高宗)은 후처 때문에 효기(孝己)를 죽였고, 윤길보도 후처 때문에 백기를 내쳤다. 나는 위로는 고종에게 못 미치고 길보에게도 비교할 수 없는데, 그들이 겪은 이런 일들이 내게도 닥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겠느냐?”라고 하였답니다.

 이렇기에 증자는 평소에 효와 제사를 강조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신종추원’은 유교에서 효의 연장선상인 장례와 제례를 강조하는 말입니다. 시대와 하는 방식이 변하고 바뀌기는 했어도 변하지 않는 무엇인가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 의례를 행하는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이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마음은 자신의 부모님이거나 가족인 경우에, 아니면 절친한 사람일 때만 변하지 않는 듯합니다. 나와는 관련이 없거나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때에는 아주 냉정하게 변하는 듯합니다.

우리는 최근 몇 개월 동안 김수환 추기경과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님을 우리 곁에서 떠나보냈습니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미비한 우리들의 변하지 않는 마음을 잘 전달하여 보내드렸습니다. 그로 인해 이분들은 지금 영원한 안식처에서 편안히 잠들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그 영원한 안식처를 찾지 못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바로 용산 참사의 희생자들입니다. 병원 영안실 냉동고에 그들의 시신이 6개월이 넘도록 영원한 안식처로의 이동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엇이 이들의 영면을 막는 것일까요. 학생들에게 말합니다. 사람이 죽으면 그와 관련했던 모든 것을 다 용서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를 기려야 합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문병을 하고 나오며 “그 동안의 감정이 봄에 눈 녹는 듯하다”고 하셨답니다. 이 말을 명심해야 합니다.

조상우(교양학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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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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