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요? 직장인밴드에서 모두 풀고 가야죠”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요? 직장인밴드에서 모두 풀고 가야죠”
  • 이건호 기자
  • 승인 2009.09.08 11:09
  • 호수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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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연주하는 동안에는 행복, 설렘, 희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직장인밴드 'neWave밴드'의 리더 이두열(28) 씨

지난 5일 저녁, 신촌의 한 카페에서 직장인밴드 'neWave밴드'의 리더 이두열 씨를 만났다. 'neWave밴드'는 모두 7명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씨는 보컬을 맡고 있다.

[창설] 직장인밴드 neWave밴드는 어떤 밴드이고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나요.

-neWave밴드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다루고 있는 직장인 밴드입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는 여럿 있지만 초보 팀이 많습니다. neWave밴드는 악기를 다루는데 있어 상당한 수준을 가진 7명의 멤버로 이루어져 있어 직장인밴드에서 연주하기 힘든 재즈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멤버들의 특징은 여러 가지 악기를 다룰 줄 아는 ‘멀티플레이어’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또한 멤버 대부분이 10년 이상 음악을 해온 사람들이라 연주와 공연 경험도 풍부합니다. 매주 주말에 합주를 하고 있고, 오는 10월, 11월에 공연을 가질 계획입니다.
neWave밴드는 제가 작년 11월에 처음 만들었습니다. 학창시절부터 8개 이상의 밴드에서 활동했었고 앨범을 낸 경험도 있던 저는 오로지 밴드를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밴드를 만들었습니다. 밴드를 구성하기 위해서 멤버들의 마음이 맞는 것이 중요한데 음악하는 사람들이 고집이 세 멤버 모집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또한 멤버들의 음악적 수준을 맞추는 일도 어려웠습니다. 처음에는 초보 분들이 많았는데 오랜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본 후에야 지금의 멤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합주] 매주 하는 합주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매주 주말 홍대 부근 연습실에서 일주일 동안 각자 연습한 것을 맞춰봅니다. 합주할 때의 모습은 굉장히 화기애애하고 재밌습니다. 한번 합주 때 2시간 정도 연습을 하는데 연습시간이 짧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노래방에 가서도 2시간 내내 노래를 부르면 힘든 것처럼 이 2시간이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닙니다. 합주를 하는 동안에는 “이 쪽 파트는 조금 빠른 것 같더라”, “이 쪽 파트는 조금 안 맞는 것 같더라”와 같은 서로의 파트에 대한 자연스러운 의견 공방이 이뤄집니다. 합주가 끝나면 멤버들 모두 아쉬워하며 다음 합주를 기대합니다.


[즐거움] 직장인밴드를 하면서 어떤 즐거움을 얻고 계신가요.

-저는 직장인밴드를 하는 사람들은 전문적으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직장인밴드를 통해 행복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음악을 하며 다 풀고 가야 하는 것이죠. 헌데 멤버들 간에 실력차가 많이 나는 경우에는 밴드를 하며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생깁니다. 저희 neWave밴드의 경우 오랜 시간의 노력으로 실력의 평준화를 이뤄 이러한 문제는 해결됐습니다. 최근 휴가 때문에 몇 주간 합주를 못 했는데 다들 무척이나 보고 싶어 했습니다. 메신저를 통해 “합주를 안 하니까 시간이 너무 안 간다”며 아쉬워할 정도로 멤버들 모두 합주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또한 이제는 음악과 더불어 neWave밴드 멤버들 모두가 가족 같은 존재가 됐습니다. 연습 후 멤버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음악 얘기, 직장 얘기, 가족 얘기 등을 나눕니다. 멤버들끼리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이야기하며 풀고는 합니다. 최근에는 멤버들끼리 휴가 기간을 맞춰 M.T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또 합주를 하기 위해 연습실을 빌리는 비용이 한 달에 멤버 개인당 2만원밖에 들지 않습니다. 흔히 음악하면 돈이 많이 든다고 오해하는데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건전한 문화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충] 밴드의 리더로서 고충이 많을 것 같은데요.

-다들 바쁘다 보니 스케줄을 맞추는 일이 보통 힘든 게 아닙니다. 그렇게 힘들게 시간을 맞춰도 갑자기 일이 ‘빵’ 터져 한두 명이 못 나오는 경우가 생깁니다. 저희가 연주하는 곡들 중에는 멤버들이 사용하는 악기가 전부 사용되는 곡들이 꽤 있습니다. 헌데 멤버들 중 한 명이라도 빠지면 소리가 비어 재미가 없게 됩니다. 이 경우 합주를 취소하고 간단하게 술을 마시며 회포를 풀기도 합니다.
또 음악 장르적인 문제로 부딪힐 때가 굉장히 많습니다. 이 때문에 neWave의 멤버들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멤버들 각자가 다 하고자 하는 음악이 다르고 그러한 음악적 교감이 맞아야 멤버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데 이러한 포인트를 맞추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희 neWave밴드는 모든 장르를 다루기로 했습니다. 여러 장르의 음악을 연주하다보니 실력도 더 많이 늘고 있습니다.


[직장] 직장 내에서 직장인밴드를 한다고 하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있지 않나요.

-직장인밴드를 한다고 업무를 소홀히 하거나 회식 등의 모임에 자주 빠진다면 분명 직장 상사가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 것입니다. 하지만 멤버들 모두 오랜 기간 밴드 활동을 해 온 베테랑들이어서 이러한 문제를 잘 해결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직장과 밴드 사이를 오가는 바쁜 스케줄 때문에 곤란한 상황을 겪을 때가 가끔은 있습니다. 토요일 날 출근을 해야 하는데 합주가 3시로 잡힌 경우 직장에서 연습실로 바로 와야 되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러면 기타 같은 악기를 직장에 들어갈 수 없어 맡길 곳을 찾느라 꽤나 고생을 합니다. 또한 멤버 중 한 명이 장기간 출장을 가야될 경우가 생길 때도 있습니다. 다행히 저희 neWave밴드는 멤버들이 여러 악기를 다룰 수 있어 이럴 땐 다른 멤버가 그 자리를 메워줄 수 있습니다.
직장인밴드에게 직장이 음악하는데 있어서 꼭 방해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도움을 줄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연을 하게 되면 가장 많이 오는 것이 멤버들의 직장 동료들입니다. 공연 준비에 많은 비용이 드는데 직장 동료들이 표라도 하나 팔아주기 위해서 공연장을 찾아 줍니다. 또 열성적인 응원도 함께 보내고요.


[에피소드] 직장인밴드를 하면서 생겼던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를 알려주세요.

-저 같은 경우는 밴드에서 보컬을 맡고 있기 때문에 합주 때 제 개인용 마이크를 항상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닙니다. 한 번은 저녁에 합주가 있었는데 낮에 소개팅을 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소개팅을 하던 여자 분이 가방 속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다고 볼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제가 가방 속에서 마이크를 꺼내자 유흥업소에 나가는 사람이라는 취급을 받을 뻔 한 적이 있습니다.(웃음)
그리고 작년에 지금 멤버는 아니지만 neWave밴드 안에서 만나 결혼에 성공한 커플도 있습니다. 결혼식장이 완전 콘서트장이 되어버렸습니다. 밴드 멤버들이 턱시도 입고, 드레스 입고, 예식장 홀에서 공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결혼식 축가가 울리는 동안 신랑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고 신부는 키보드를 쳤습니다. 그 분들 내외가 아들을 낳았는데 대한민국 최고의 싱어송 라이터가로 키울 것이라고 합니다. 이제 그 가족은 가족밴드가 될 것입니다.


[음악]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악을 듣는 것에는 익숙해도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이들은 아마 평생 악기를 만져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음악하는 사람의 즐거움은 무엇이니까.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좋아하지만 듣기만 하고 연주를 해 볼 생각까지는 못 합니다. 저는 이런 것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듣는 것은 귀만 즐겁지만 직접 연주를 하게 되면 음악을 온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연습실에서, 공연장에서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이나 즐겨 듣는 음악을 직접 연주한다고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환상적일 것입니다. 음악을 연주하는 동안에는 행복, 설렘, 희열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밴드를 하면서 음악을 접할 때의 느낌은 연애를 할 때의 느낌과 비슷합니다. 남녀가 만나서 데이트를 하면 설레는 것처럼 저희한테는 음악과 만나는 순간이 설레고 기쁨으로 가득 차는 순간이 됩니다. 특히 공연 때 무대에 올라가는 순간은 늘 설레고 큰 무대일수록 더더욱 그렇습니다.


[연주] 악기를 다뤄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자세나 임하는 마음 등이 있을텐데요.

-이제 막 음악에 입문한 이들에게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연주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보통 취미 생활로 악기를 배우러 학원에 가거나 개인레슨을 받는 직장인들도 많습니다. 이 경우 보통 정해진 곡을 연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이것 보다는 자신이 평소 즐겨 듣는 음악을 연주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연주를 잘 한다는 건 평소 음악을 잘 듣고 들은 것을 얼마만큼이나 표현하느냐에 달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즐겨 듣던 음악을 연주하면 그 리듬에 빠르게 익숙해질 수 있고 실력도 금방 늘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점점 음악에 대한 선택의 폭과 이해가 넓어질 것이고 음악에 대해 느끼는 어려움도 차츰 풀릴 것입니다. 현재 학교의 음악 교육은 클래식 쪽으로 대부분 편중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문화 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일주일에 한두 시간 하는 수업시간에는 악기 하나를 배우는 것조차 힘듭니다. 또 음악 시간에 배우는 현대 음악은 요새 나오는 음악들이랑 거리가 멀게 느껴집니다. 저는 <스쿨오브락>이란 영화처럼 음악이란 즐기면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호 기자 GoNoiDa@dankook.ac.kr
사진 김남형 기자 knh6856@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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