⑭건어물녀와 초식남
⑭건어물녀와 초식남
  • 이건호 기자
  • 승인 2009.09.08 11:16
  • 호수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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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어물녀’와 ‘초식남’. 개강총회에 간 A군은 신입생들이 쓰는 이 말들을 이해하지 못 해 나이 들었다는 놀림을 받는다. 궁금증을 이기지 못 한 A군은 인터넷을 통해 단어들을 검색한 후에야 건어물녀와 초식남의 뜻을 알게 된다. 이미 존재하는 말들을 알기도 바쁜데 새롭게 생겨나는 말까지 공부해야 하는 현실에 A군은 갑자기 이 말을 만든 사람이 원망스럽게 느껴진다.


정보화의 발달로 지역 간의 언어의 소통이 원활해짐에 따라 신조어의 유행 역시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수많은 신조어들의 범람으로 이러한 말들에 익숙하지 못한 세대들은 거북함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신조어들이 단순히 특정 집단의 재미를 위해 생겨났다고 여겨 가치를 낮게 판단하는 것은 재고해 볼 문제다. 그것은 신조어들이 사회적 현상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딱히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현상이나 대상을 표현하고 싶은 언중의 욕구를 반영해 생겨나기 때문이다. 일본의 한 만화에서 유래한 건어물녀는 직장에서는 매우 세련되고 능력 있는 여성이지만 일이 끝나고 집에 오면 편한 복장으로 맥주와 함께 오징어 등의 건어물을 즐겨 먹는 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또한 연애에 관심이 없어 '연애 세포'가 말라 건어물처럼 된 여성을 지칭하기도 한다. 이 단어의 탄생 역시 사회적 현상, 그리고 그 현상으로부터 파생돼 나타난 대상을 표현하고 싶은 언중의 욕구를 반영하고 있다. 적절히 최근 직장에 다니는 여성이 늘어남에 따라 그들 역시 직장에서 남성 못지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직장에서 요구하는 세련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이고자 한다. 이렇게 회사에서 쌓인 피로로 인해 집에서만은 편하게 쉬고자 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허나 우리 말 중에는 이러한 여성을 정확히 지칭할만한 단어가 없으며,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여성의 모습을 지칭하고 싶은 언중의 욕구가 늘어나 건어물녀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것이다.


모든 현상에는 반드시 장점과 단점이 따른다. 신조어의 범람이라는 현상에도 분명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고 있다. 신조어는 공유되는 집단에서 친근함의 표현이 되며 독창적인 단어의 사용은 무미건조한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무분별한 신조어의 남발은 다른 집단과의 거리감, 위화감 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소통의 장애로 다가올 수도 있다. 중도를 찾는 일만큼 어려운 일이 없겠지만 우리는 항상 그 중도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신조어 문제 역시 이러한 방법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건호 기자 GoNoiDa@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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