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 안에서의 도시설정에 대한 짧은 논의(1):초시공요새 마크로스
서사 안에서의 도시설정에 대한 짧은 논의(1):초시공요새 마크로스
  • 이원상 동문
  • 승인 2009.09.08 14:56
  • 호수 12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간이 변해도 바뀌지 않는 질서체계

 

▲ 마크로스의 함장과 관료의 모습, 한 사람이 '마크로스의 윗사람이네.'하는 대사를 치는 대목이 있다.

 

 

 

 

 

 

 

 

 

 

 

 

 

장면하나. 발키리(Valkyrie)라는 인간로봇형 모체로 변신이 가능한 이 우주전투기는 실제 F-14톰캣을 모델로 했다는 속설처럼 날렵한 외관을 갖추고 있다. 마천루의 미래도시에서 벌어지는 공중전은 실제 기체를 달리쇼트하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점프컷으로 구성한 치밀한 몽타주 기법으로 분출하는 미학을 보여준다.
일본 메카닉 디자인의 선봉에 있는 가와모리 쇼지가 직접 담당한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의 초기 시리즈는 그 서사의 장대함과 파격적인 설정, 삼각관계의 미묘한 로맨스와 인간집단의 위기, 그 숙명적 귀결로의 서스펜스를 가지고 있었다. 가히 인류계획이라 불릴만한 인류의 우주 이민 계획, 민메이라는 히로인의 노래가 외계종족의 활동성을 무력화시키는 강력한 무기라는 설정, 그리고 남녀간의 사랑이란 감정과 그 표현에 대하여 경악을 금치 못하는 자웅동체인 외계종족의 군사문화 등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설정은 아직까지도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좌표를 알 수 없는 먼 바깥 우주로 순간 이동해 버린 우주전함-도시가 집으로의 귀향이라는 설정과 우주 외계 종족과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을 그린 이 서사 안에서 인류의 미래도시가 가지고 있는 비젼이 우리에서 선사하는 것에 대한 짧은 논의를 진행해보자.

<분업화된 직종-위계사회>
마크로스라고 명명된 거대한 모선이 그 자체로서 인류를 우주로 싣고 갈 하나의 도시(City)라는 설정은 매우 흥미롭다. 작품의 매뉴얼을 보면 모선은 약 3킬로미터의 길이라고 하며, 대규모 우주비행단과 시가지 주변으로 생활편의시설 및 주거동을 겸비한 일종의 공격형 이민선이다. 거대규모의 모선이라고는 하지만 지극히 한정되어 있는 공간 안에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분업화되고 계급화한 사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일사천리 진행되어 질 수 있어야만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는 숙명을 가진 공간인 것이다. 작품 안에서 엔지니어 부분과 서비스 부분 그리고 오락산업과 관계한 부분이 분명히 묘사되고 있으며, 직업적 상위 계층은 단연 군인으로 분류되어 있다. 주인공 남녀가 불시착한 곳이 생활공간과 차단되어 있는 도시 라이프라인이 매설된 공간임을 볼 때 모선을 추진하는 공간과 생활계 공간이 분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남녀가 불시착한 공간은 철저하게 상위 계급에 의해 차단된 곳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마크로스는 직종-위계사회라고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확장된 시장, 귀속되어 있는 지방성>
마크로스 안의 사회는 민메이가 화려한 멀티 스테이지에 오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쇼비즈니스가 지구와의 커넥션을 유지하면서 활성화를 이루는 공간이다. 이 장면은 미래 자본주의 시장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마크로스의 쇼비지니스 시스템이 지구의 그것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설정을 주목해보자. 공간학자와 사회이론가들이 줄기차게 논의해 왔던 지방성과 지방화가 우주를 배경으로 다른 차원으로 점핑하고 있는 것이다. 우주 공중전이 벌어지는 와중에 펼쳐지는 민메이(히로인)의 우주 뮤직 쇼 장면을 보면, 대규모 시뮬레이션 영상이 투영된 우주공간에서 이 쇼비지니스는 전투라는 혼란 속에서도 어떤 질서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이것은 ‘세계를 해석하는 데 쓰이는 재현체계는 실제 사회구조의 개념을 더 단순화시킨다.(Barney Warf)’는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의 가설 안에서 마크로스의 세계관이 가지고 있는 비즈니스 구조가 우주로 확장되면서 새로운 시장-소비 공간을 창출하고 했다 입장을 정당화 시킨다.(실제로 민메이는 가수 데뷔를 마크로스에서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시장은 철저히 독립적이지 않으며, 지구에서 감상하는 우주의 ‘쇼’로서 귀속된 지방성을 가진다. 
마크로스 공간에 대한 37가지 논의 중 2개만 선보였다는 것이 아쉽지만 지면을 마무리한다. 어찌되었건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고 마음을 다잡고 새롭게 공부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 도래했다. 원고독촉 전화가 올 것 같은 이 오후에도 하늘이 너무도 청명하다.
 
이원상(도시계획ㆍ부동산ㆍ05졸) 대한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

▲ 불시착한 미확인 함선 마크로스를 중심으로 시가지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완성된 시가지의 모습은 용적율을 한껏 높인 빌딩군과 대로로 구성되었다. 도심구역확장계획이라고 불릴만한 개발계획이 진행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절벽과 항만에 시설이 들어섰는데 절벽쪽의 시가화 구역은 위태로워보인다.

이원상 동문
이원상 동문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