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에 숨어있는 예술, 푸드스타일링의 세계”
“일상속에 숨어있는 예술, 푸드스타일링의 세계”
  • 강윤정 기자
  • 승인 2009.09.15 17:20
  • 호수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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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표준 레시피 확립 시급, 일식보다 맛 풍부해 가능성 높아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예술이라 느끼지 못했던 ‘음식’. 식재료를 이용해 창조적 작업을 하면서 대중과 가장 가까이 소통하고 있는 예술가, 푸드스타일리스트 김노다 씨를 만나 ‘숨은 예술 - 음식’ 의 가치와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현재 푸드스타일리스트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보통 푸드 스타일링이라 하면 음식과 접시의 장식 정도를 생각하기 쉬운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주로 사진, 동영상 등을 통해서 시각적으로 음식을 돋보이게 하는 일을 합니다. 지면광고, CF 등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를 촉진시키기도 하고, 메뉴판 작업이나 프로모션, 공간 케이터링도 다룹니다. 미국의 경우는 플라워스타일리스트, 테이블스타일리스트, 푸드스타일리스트가 하나로 통합되어 있어 그 카테고리 안에서 업무가 나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봐야겠지요. 저는 잡지화보나 광고의 푸드 스타일링, 프로모션, 론칭 행사 케이터링, 요리방송 출연 등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내와 함께 ‘맛있는 다이어리’라는 책을 출간했고, 신사동 ‘노다보울(Nodabowl)’과 홍대 ‘카페 노다(Cafenoda)’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이나 개인 주문자의 의뢰를 받아 메뉴개발도 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요리를 시작한 지는 15년이 됐고, 9년 전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전향한 후 독립한 지 7년차 됐습니다.

▲요리사와 푸드스타일리스트, 푸드코디네이터 등의 차이점이 궁금합니다. 푸드스타일리스트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점이나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에서 푸드코디네이터라는 말은 1999년에 처음 등장했고, 푸드스타일리스트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은 고작 3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푸드스타일리스트의 카테고리 안에 푸드코디네이터가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푸드코디네이터는 음식 하나만 맛깔스럽게 보이게 하면 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입맛을 당기게 한다면 푸드스타일리스트는 그것을 포함해 테이블세팅, 공간 인테리어, 의식주까지 다룹니다. 요리사는 그 음식을 맛있게 표현, 유지하는 일을 합니다. 늘 똑같은 맛을 만들어내는 게 요리사의 의무이고,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요리를 어떻게 표현하는가가 중요합니다. 때문에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요리사보다 훨씬 많은 음식을 알아야 하죠. 예술가가 규칙과 기준은 지키되 스킬을 터득해 자기만의 노하우를 확립해야 하는 것처럼 푸드스타일리스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쁘기만 하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닙니다. 보통 다섯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첫째는 구도학입니다. 지면광고나 잡지, TV같은 매체에서 스타일링 하려면 구도학이 필수죠. 둘째는 조리과학인데 이것을 공부하면 메뉴개발이 쉬워집니다. 세번째는 식자재 알기입니다. 식자재는 정말 중요하죠.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따지면 물감입니다. 몇 가지의 기본 컬러를 파생시킬 수 있는지, 어느 정도 표현할 수 있는지에 따라 자기가 그리고 싶은 영역이 넓어지는 것처럼 식자재의 성분, 영양소, 어디에 좋고 나쁜지, 재료 궁합 등을 잘 알아두어야 합니다. 넷째는 색채학으로 젊은 푸드스타일리스트 중에는 미술 전공자가 많습니다. 기본적인 것은 교육을 통해 배우겠지만 풍부한 경험을 통해 색감을 잘 살리도록 해야겠죠. 마지막으로 의식주가 가지고 있는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기본적인 그릇의 유래와 역사에 대해 알아야 하죠. 결국 푸드스타일리스트에게는 항상 새로운 것에 흥미를 가지고, 흔한 것을 놓치지 말고 탐구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깊게 파고들어 본인의 것으로 만드는 멀티예술인이 되어야 합니다.

▲예술은 사람들 마음에 기쁨과 행복, 위로를 주고, 마음을 동하게 합니다. 그런 면을 고려한다면 음식도 당연히 예술이라고 생각하는데 예술로서의 음식과 푸드 스타일링의 가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불과 작년만하더라도 ‘케어 푸드’가 유행이었습니다. 음식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것인데요. 예를 들면 우울증 걸린 사람에게 우울증에 좋은 음식을 제공함으로써 이를 치료하는 것입니다. 음악치료나 미술치료처럼 음식으로도 치유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거기다 음식은 먹는 즐거움까지 더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오감을 만족시킵니다. 때문에 음식과 푸드 스타일링은 예술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7, 80년대만 해도 음식을 푸짐하게 담는 것을 선호했지만 요즘의 추세는 유럽에서 유래된 듯한 ‘여백의 미’입니다. 커다란 그릇에 음식을 조금만 올려놓고 피라미드 형태로 담아냅니다. 커다란 접시에 매우 소량으로 담겨진 채 장식 된 요리를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점차 심미적인 부분도 간과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밥이지만 그것도 하나의 예술임을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할까요. 또한 예술에는 경제적 가치도 있습니다. 예술도 기술(skill)입니다. 평생 자기가 가지고 있는 기술이므로 잘 활용한다면 큰 경제적 가치가 있겠죠.

▲메뉴개발이나 스타일링에 대한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지, 요리에 대한 원칙과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만약에 제가 요리사로서 계속 일했다면 매우 지루했을 것입니다. 반면 푸드스타일리스트는 매일이 새롭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있지만 항상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 때문에 항상 즐겁고, 신선한 매력이 있습니다. 스타일링에 대한 영감은 주로 길거리에서 얻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패션을 가지고 메뉴개발을 하는데 예를 들어 여름에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지나가는 여성을 보면 자기 몸매에 관심과 자신감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죠. 즉 다이어트에도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럴 때는 저칼로리, 고단백질 식단으로 야채와 콩, 두부 등을 이용해 메뉴를 개발하기도 합니다.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창조적인 직업이기 때문에 트렌드를 잘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남들보다 앞서갈 수 있는 나름대로의 철학이 필요한 거죠. 음식을 만들 때의 원칙이 있다면 자연적인 식재료만을 고집한다는 것입니다. MSG같은 물질은 써본 적이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음식 가격이 조금 비싸지만 지키려고 합니다. 자연적인 재료로도 충분히 맛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화학조미료를 한 번 넣으면 금방 쉽게 끝나겠지만 시간을 더 들여서라도 제가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가 1세대 푸드스타일리스트라고 들었습니다. 국제경영을 전공하다가 요리로 진로를 바꾼 것이 어머니로부터의 영향도 있었는지요. 아내 김상영 씨도 이화여대에서 섬유예술을 전공했으나 푸드스타일리스트로 활동 중인데 부부가 함께 일을 하는 것으로 인한 장단점이 있다면.
어머니는 지금도 ‘조은정 식공간 연구소’에서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저는 대학 다닐 때까지만 해도 어머니의 힘든 모습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요리에 관심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어릴 때부터 흔히 먹는 음식보다는 새로운 음식을 다양하게 먹어봤다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아내는 대학 졸업 후 한 기업의 디자인실에서 근무했지만 결혼 후 같이 일을 하게 됐습니다. 콤비로 일하면서 좋은 점이 있다면 서로를 보완해주며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것이죠. 미대출신인 아내는 색채학 쪽에 강합니다. 제가 약한 부분은 아내에게 맡기고, 저는 다른 일에 매진해서 업그레이드 하는 편입니다. 테이블 세팅, 플라워 스타일링은 아내의 몫이고 저는 음식의 맛, 메뉴 개발에 집중합니다. 혼자 하기엔 힘든 일이지만 분배해서 서로 부족한 점은 채워주고, 뛰어난 점은 더 깊이 연구해서 발전시킬 수 있으니 좋은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조금 동떨어진 질문일수도 있겠습니다만 ‘한식의 세계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이 또한 음식이 가진 가치와 소통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본래 1세대 요리사들과 정부가 해줘야 할 일입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한식에는 표준 레시피가 없다는 것입니다. 서양의 제과처럼 표준 레시피가 있다면 누가 만들어도 같은 음식이 나오는데 우리나라 음식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김치 빼고는 세계화가 어려운 상태입니다. 푸드스타일리스트들이 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관계자들이 표준 레시피를 빨리 확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음식이 깔끔하고 다이어트에 좋다면 우리나라는 그것에 더해 영양도 풍부하고 노화방지 등의 효과도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밋밋한 일본음식에 비하면 우리나라 음식은 다양한 식자재를 이용해 더욱 풍부한 맛을 냅니다. 자랑스러운 한식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기준이 확립되어야 합니다.

▲식재료와 소품 등을 통해 창조 활동을 하는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예술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술가로서 그것을 누리는 혹은 접하는 사람들과 더 가깝게 소통하기 위해 어떤 것을 연구합니까.
초밥집에서는 마스터가 소비자와 대면한 채로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앞에 오는 손님이 누구일지 모르지만 늘 대비를 한다고 합니다. 어느 마스터는 손님과 대화하기 위해 하루에 신문을 여덟 부 이상 보고, 베스트셀러도 빠뜨리지 않고 읽는다고 합니다. 저 같은 경우 손님들과 요리의 탄생비화, 역사, 재미있는 에피소드 등을 통해서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또, 요리하는 사람은 결과물, 즉 그 요리를 깨끗하게 끝까지 다 먹는 사람을 볼 때 가장 행복합니다. 그렇지 않고 음식을 남기면 음식 맛이 안 맞았는지, 배가 불렀는지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죠. 솔직하게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주는 손님이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됩니다. 음식은 상당히 개인적인 것인데 그것을 판매할 때는 객관적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손님이 맛있게 음식을 먹을 때 저는 기쁨을 느끼고, 그것은 제가 더 좋은 음식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 됩니다. 서로간의 상호작용이죠. 또 점점 다양해지는 식재료라든지 새로운 요리법에 대해 늘 공부합니다. 제 공부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입니다.

강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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