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김영하 ‘퀴즈쇼’
③ 김영하 ‘퀴즈쇼’
  • 김유진 기자
  • 승인 2009.09.16 13:28
  • 호수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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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에 대한 이야기, 가장 아름다운 자들이 가장 불행하다는 역설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시엔 이런 구절이 있다. ‘그대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그대는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며 얼마나 많은 행동을 생각하며 실행하고 있을까. 우리의 일상은 혹시 수많은 습관들의 조각이거나 ‘되는 대로 사는 인생’이 아닐까. 청년실업자가 100만 명을 달리고 ‘잉여인간’이란 말이 농담처럼 던져지는 요즘 시대에 미래가 불안하고 계획성 없이 매일을 습관처럼 사는 사람들은 흔히 젊은 층으로 대변되곤 한다.


‘호출’, ‘검은 꽃’, ‘빛의 제국’ 등의 히트 소설을 쓴 김영하 작가의 작품인 ‘퀴즈쇼’는 이런 ‘되는 대로’사는 젊은이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 ‘이민수’는 스물일곱의 청년 실업자, 순화된 말로 하자면 취업 준비생이다. 소설 속 민수의 삶은 20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하고 스물일곱이 될 때까지 제대로 된 취업 자리를 찾지 못하고 인터넷에서 알바를 검색해보거나 인터넷을 통해 퀴즈채팅을 하는 모습이나 밤 낮 조차 구별가지 않는 두 평 남짓한 고시원 안에서 시간을 흘려보내는 점들이 그렇다. 이런 민수의 삶은 대책 없고 한심해 보인다. 하지만 소설은 그게 그의 탓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는 단군 이래 가장 많이 공부하고, 제일 똑똑하고, 외국어에도 능통하고, 첨단 전자제품도 레고블록 만지듯 다루는 세대야, 안 그래? 거의 모두 대학을 나왔고 토익점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자막 없이도 할리우드 액션영화 정도는 볼 수 있고 타이핑도 분당 삼백 타는 우습고……그런데 왜 지금 우리는 다 놀고 있는 거야? 왜 모두 실업자인 거야?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한 거지?’(퀴즈쇼, 193쪽) 결국 젊은이들의 삶의 문제엔 사회 구조적 문제도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소설은 힘들고 불투명한 젊은 날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너의 삶만 그런 건 아니야’라는 작은 위로를 준다. 또 소설 속에서 민수에게 ‘기회는 신선한 음식 같은 거야, 젊은이에게 제일 나쁜 건 아예 판단을 내리지 않는 거야. 차라리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게 더 나아. 잘못된 판단을 내릴까봐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 이게 제일 나빠.’라고 충고해준 어떤 할아버지의 말은 독자들에게 삶을 똑바로 볼 수 있는 깨달음과 해결책도 준다. 책의 끝자락에서 민수는 “잘될 거야. 다 잘될 거야.”라고 되뇐다. 그건 미래를 향한 그의 주문으로 들린다. 부디 그의 인생이 그의 바람처럼 잘 이어져 가길, 더불어 세상의 모든 20대의 인생이 다 잘되길 바란다.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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