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진(법학과) 교수의 생활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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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호진(법학과) 교수
  • 승인 2009.09.16 13:33
  • 호수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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⑮ 집회 시위에 대한 대응 집회시위를 원천적으로 강경하게 대응하면 진압이 되는가?

 

법을 엄격하게 집행하는 것과 시위를 강경하게 진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 1780년대 직업경찰제도가 없었던 영국에서 폭동이 일어났을 때 시위진압은 군대의 몫이었다. 군인의 경우 시위자를 시민이 아닌 적군을 대했기 때문에 수백명이 죽거나 다쳤다. 1829년 경찰이 창설되기 전까지 런던은 수많은 폭동과 시위로 몸살을 겪었다. 경찰 창설이후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다시 군대가 동원이 되어도 당연히 여길 시점에 당시 경찰청장은 역설적으로 경찰에게 ‘참을성’을 강조하였다. 즉 시위대가 아무리 극렬하게 대응하더라도 시위대를 자극하는 언동은 하지 않도록 지시하였으며, 도주하는 시위대를 공격하지 않도록 지시하였다. 경찰의 절제만이 시민의 호응과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시위가 더 이상 격해지지 않고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1970년대 런던 경찰청장 로버트 마크는 ‘민주사회에서 진정한 경찰활동은 지는 것처럼 보여서 이기는 것’이라고 하였다. 물대포나 최루탄보다 강력한 무기는 국민의 동정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영국 경찰이 안일하게 대처한 것은 아니다. 다만 공격적인 모습은 지양을 하고 최소한의 물리력만을 사용한다는 이미지 관리에 능했을 뿐이다. 각국의 시위진압에 대한 경찰의 대응은 당시 시위상황, 교육수준의 향상 등과 같은 시대적 여건에 따라 달리 전개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경찰이 시위에 대응하는 방식은 강제적인 법집행의 완화, 협상과 타협을 중시하며, 대규모 정보수집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기 강경진압의 효과는 일시적이다. 종국에는 시위대와 경찰이 상호 적으로 간주하게 된다. 법을 엄격하게 집행하는 것과 시위를 강경하게 진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시위현장에서 불법과 폭력을 행사하는 자는 당연히 검거하여 처벌해야 하지만, 시위대가 돌을 던지고 화염병을 던진다고 하여 곧바로 최루탄과 고무탄으로 응사하고 방패와 경찰봉으로 마구 내려치는 것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시위현장에서 몽둥이를 내리치는 ‘사무라이 조’라는 별명은 얻은 경찰간부의 모습은 오히려 집안에 있는 시민들을 거리로 나서게 하는 동기만 부여할 뿐이다. 물론 경찰력을 자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시위 초기에는 경찰의 일방적인 희생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경찰의 그러한 희생이 오히려 시민들의 시위를 억제하게 하고 누그러뜨리는 요소가 된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이를 통하여 시위자들은 경찰을 저항의 대상이 아니라 법과 질서의 수호자로 볼 수 있게 되며, 이러한 변화는 시위문화의 변화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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