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희망을 선물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희망을 선물한다는 것은
  • 이초희 기자
  • 승인 2009.09.17 09:11
  • 호수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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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누군가는 땀을 흘려야

 

#. 떠나기 전의 기대
해비타트(Habitat). 사전적 의미로 주거환경, 서식지, 보금자리를 뜻하며 주거환경으로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이웃들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 자립의 희망을 선물하는 활동이다. 나는 평상시 특별한 봉사활동을 찾고 있었던 터라 해비타트 자원봉사자 모집공고에 하루에도 몇 번씩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며 관심을 가졌었다. ‘봉사활동’하면 내 머릿속으로 지나가는 것은 고등학교 시절 점수를 얻기 위해 겨우 했던 일들. 그 당시에는 복지관을 찾아가 장애인을 돌보고, 목욕 봉사활동을 하는일이 쉽게 할 수 있는 봉사활동보단 뜻 깊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마음에서 우러나 한 봉사가 아닌 점수를 얻겠다는 목적이 더 컸기에 진정한 의미의 봉사활동은 되지 못했다. 하지만 해비타트 봉사활동은 내 마음이 움직여 하게 된 첫 번째 봉사활동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해비타트 봉사활동은 나를 들뜨게 하기 충분했다. 어떤 활동을 하게 될지, 건축이라면 초짜인 내가 방해가 되지는 않을지 사소한일 하나까지 신경 쓰며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 나이, 장소, 분야를 가리지 않는 봉사활동
드디어 봉사활동의 날!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을 하늘도 아는 지 걱정과는 하늘은 더욱 맑았다. 우리 대학뿐만 아니라 덕성여대, 카이스트, 지역난방공사, 근처 고등학생들 까지 지역과 나이를 불문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일을 시작하기 전 해비타트 대전지회 사무국장의 간단한 설명이 시작됐다. 해비타트는 지원자와 자원봉사자, 입주자가 파트너십을 발휘해 새 보금자리를 만드는 활동이다. 나는 해비타트 자원봉사는 ‘사랑의 집짓기’라는 타이틀의 건축봉사만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행정자원봉사로 사무지원, 영상지원, 웹 지원, 언어지원 등 건축분야가 아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나누는 여러 분야의 봉사활동이 있었다. 이렇게 해비타트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며 준비운동을 시작으로 팀을 나눠 일을 하기 시작했다.

#. 팀웍을 이루기까지
내가 속한 팀이 하게 된 일은 단열작업. 일반 주택에서는 벽돌로 벽채를 만들지만 우리가 만들고 있는 집은 목재주택이기 때문에 나무로 벽채를 만들고, 단열을 위해 인슐레이션과 스티로폼을 끼워 넣는 작업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인슐레이션이란 유리섬유로, 건축에서는 흔히 단열재라고 하며 암면, 스티로폼, 텍스 등 여러 종류를 가지고 건축물의 보온이나 차음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우리 팀은 스티로폼을 사용해 작업했는데, 건축 팀장님은 이 작업은 단열효과 뿐 아니라 석고보드를 붓고 사람이 기댔을 때 무너지지 않도록 브로커 역할을 한다고 설명해 주셨다. 이렇게 시작된 단열작업의 관건은 정확한 치수를 재고 스티로폼을 잘라 벽채에 딱 맞게 끼워 넣는 것이었다. 만약 벽채에 꼭 맞지 않으면 단열과 방음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이 시작됐지만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하는 일이기에 어떻게,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곧 구역을 나누고, 각자 하나씩 일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벽채의 치수를 재는 일, 스티로폼에 측정된 치수를 그리는 일, 스티로폼을 자르고 끼워 넣는 일. 처음에는 간단한 일이라 생각해 금방 끝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각자 분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해보는 일에 서툴러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정확히 치수를 측정했지만 스티로폼이 벽채에 꼭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유를 생각해 보니 스티로폼에 측정한 치수를 그리는 데에 있어 문제가 있었다. 정확히 직각을 맞춰 그리지 않으면 크기가 맞지 않아 측정한 치수를 그리고 스티로폼을 자르는 일을 다시 해야 했고, 그만큼 시간도 오래 걸렸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꼼꼼히 일을 하기로 했다. 그러자 일을 하는데 있어서 점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또 정확도도 높아져 처음에는 조금씩 크기 차이가 있었던 스티로폼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벽채에 꼭 맞게 만들어 냈다. 스티로폼을 정확히 잘라 벽채에 꼭 맞았을 때의 그 기쁨이란! 우리는 각자 맡은 구역에서 팀웍을 발휘해 모자란 부분은 서로 도와주며 일을 진행했다.

#. 입주자들에게 선물한 희망의 열쇠
일이 손에 익어 갈 무렵, 우리가 봉사활동을 마쳐야 할 시간도 다가왔다. 어떤 일이든 그렇겠지만 왜 익숙해 질만 하면 끝나는 것인지. 삐뚤빼뚤, 치수가 안 맞는 스티로폼에 남는 공간에는 어쩔 수 없이 끼워 넣은 작은 스티로폼 조각까지 마무리를 하고 있는 내내 처음 벽채에 끼워 넣었던 스티로폼이 엉성하기 끝이 없다. 하지만 빽빽하게 스티로폼이 끼워져 있는 벽면을 보니 작은 일이긴 하지만 도움이 됐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
일을 마무리 하고 밖에서 건축물을 바라보며 십년, 이십년 후 내가 만약 이곳을 다시 지나가게 될 때 나의 땀방울이 스며있는 이 주택에서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따뜻해 졌다. 나는 얼마나 높을 산을 올라갔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올라갔는지가 중요 하다고 생각한다. 나 혼자 일을 열심히 해서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 보다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고 함께 웃을 수 있을 때 진정한 봉사를 느낄 수 있지 않을 까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번 봉사활동은 나에게 있어 가장 즐거웠던 봉사활동으로 기억될 것이다.


(참여방법)
해비타트 봉사활동은 해비타트 홈페이지(http://www.habitat.or.kr/),
또는 우리 대학 해비타트 동아리 홈페이지(www.club.cyworld.com/DKUH)에서 봉사일정 확인 후 신청하면 참가할 수 있다.

이초희 기자 lchkii@dankook.ac.kr
사진 김남형 기자 knh6856@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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