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오월동주(吳越同舟)
15. 오월동주(吳越同舟)
  • 조상우(교양학부)교수
  • 승인 2009.09.17 13:21
  • 호수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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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吳越同舟
; 1. 오(吳)나라 사람과 월(越)나라 사람이 한 배에 타고 있다 라는 뜻.
2. 서로 미워하면서도 공통의 어려움이나 이해에 대해서는 협력하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

吳 : 나라 이름 오 越 : 넘을 월 同 : 같을 동 舟 : 배 주

얼마 전 MB 정부가 개각을 단행했습니다. 초미에 관심사는 다름 아닌 국무총리에 누가 임명되느냐였습니다. 이 자리를 가지고 어느 한 당의 인물을 지목하자 그 사람은 지명에 거부를 하며 탈당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자 청와대에서는 물밑 작업은 없었다고 하면서 몇 명의 인물을 두고 고민한다고 하였습니다. 언론에서도 3-4명으로 압축하면서 누가 될 것인가를 추측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 보니 예상밖의 인물이 내정되었습니다. 바로 MB정부의 정책을 맹비난했던 전 서울대 총장 정운찬 교수를 국무총리에 내정한 것입니다.


이 일을 가지고 여러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 했습니다. 국무총리 내정자가 현 정부와 국정 노선이 다른데 제대로 소신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입니다. 또 한쪽에서는 세종시문제와 서민정책에서 있어서 문제가 많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할 인물로 정 전 서울대 교수가 가장 적임자라 하여 내정했다고 하였습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참 급했구나”입니다. MB 정부가 현 시점을 타개해야 하는데 별 방도는 없고 뭔가는 보여주어야 하는데 뾰족한 수가 없으니 지금과 정반대의,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카드를 내민 것입니다. 어찌 보면 적과의 동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내용이 ??손자(孫子)?? <구지편(九地篇)>에 나옵니다.


??손자??는 중국의 유명한 병법서로 춘추전국시대에 오나라에 있었던 손무(孫武)가 썼습니다. ??손자??에서 손무는 “대저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은 서로 미워한다. 그러나 그들이 같은 배를 타고 가다가 바람을 만나게 되면 서로 돕기를 좌우의 손이 함께 협력하듯이 한다(夫吳人與越人相惡也 當其同舟而濟遇風 其相救也 加左右手).”라고 한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즉, 서로 원수지간이면서도 어떤 목적을 위하여는 부득이 협력을 하는 상태를 일컫는 것입니다.
오나라는 단발(斷髮)의 풍속을 지닌 만족(蠻族)으로 진(晉)나라와 연합하여 강했습니다. 합려(闔閭) 때가 전성기였으나 월왕(越王) 구천(勾踐)에게 패사(敗死)하였고 합려의 아들 부차(夫差)가 궐기하여 원수를 갚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부차도 결국 월나라에 의하여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월나라도 오나라와 마찬가지고 단발(短髮)과 문신(文身)이 있던 민족으로 2대왕 구천(句踐) 때가 전성기로서, 처음에 오왕 부차(夫差)에게 회계(會稽)에서 격파되었으나, 얼마 안 되어 부차가 북진정책에 정신을 팔고 있는 틈을 타서 오에 쳐들어가 멸망시켰습니다.


이처럼 오나라와 월나라는 예부터 원수지간 이었습니다. 2대에 걸쳐 지고 이기는 싸움을 하였습니다. 여기에서 “와신상담(臥薪嘗膽)”이란 성어가 유래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렇게 원수지간이면서도 불구하고 서로가 위협에 놓이게 되면 먼저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도와주어 지금의 난국을 풀기 위해 하나 된 마음이 된다는 것에 있습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기용은 현 정부가 바로 이러한 정신을 발휘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행하려고 했던 연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라도 해서 현재의 난국을 헤쳐갈 수만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현재 여·야당은 자기 계파로 인해 다투고들 있습니다. 여당은 친이, 친박으로, 제1야당도 두 부류로 나누어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다른 야당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국민들을 위해 일을 하겠다던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의 현실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살 길만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말합니다. 자신의 생각만을 주장할 때가 있고 하나 된 마음으로 함께 행동할 때가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들의 지혜를 지금 배울 때입니다. 이렇게 해도 잘 될까 말까입니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서로의 손을 맞잡고” 갑시다.

조상우(교양학부)교수
조상우(교양학부)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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