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베토벤 바이러스>그리고 과학
(73)<베토벤 바이러스>그리고 과학
  • 이봉우(과학교육) 교수
  • 승인 2009.09.22 21:28
  • 호수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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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MBC에서 방영된 배우 김명민 주연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요즘 길을 지나다보면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눈에 많이 띈다. 예전에는 작은 미니카세트로 들었다면 요즘에는 MP3라는 새로운 기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에는 음악뿐만 아니라 동영상, TV는 물론 각종 게임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휴대폰과 합쳐져서 수많은 기능을 하나의 기기에서 경험할 수도 있다.
말과 문자가 생긴 이후에 인간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음악은 말과 글보다도 더 먼저 생겼기 때문에 인간의 본능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음악 중에서 가장 총체적인 것을 손꼽는다면 그것은 바로 오케스트라일 것이다. 최근에는 오케스트라를 주제로 한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바이올린, 첼로 등의 현악기, 오보에, 클라리넷과 같은 관악기, 팀파니와 같은 타악기들이 각자 서로 다른 소리를 내는데 이 소리들이 서로 어울리면서 이렇게 멋진 음악을 만들어낸다고 하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우리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악기에서 만들어진 소리가 파동이 되어 귀의 고막을 진동시키기 때문이다.
즉, 소리는 파동 현상으로, 큰 소리는 파동의 진폭이 큰 것이고 높은 음은 파동의 진동수가 크기 때문에 나타난다. 소리의 세기, 높낮이는 음색(맵시)와 함께 소리의 3요소라고 불린다. 바이올린의 ‘도’와 플롯의 ‘도’가 높이는 같지만 다른 소리로 들리는 것은 음색이 다르기 때문인데, 컴퓨터의 파형분석 프로그램으로 파형을 보면 그 모양이 조금씩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파동은 서로 중첩되어 새로운 파형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오케스트라의 여러 악기에서 만들어지는 파형들은 각자 우리 귀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합쳐져서 우리의 귀로 들어오는 것이다. 그런데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연습장면을 보면서 누가 연주를 틀렸는지 정확하게 지적하곤 한다.
어떻게 하나로 합쳐진 파동에서 하나의 악기의 파형을 골라서 들을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경험에서 나온 학습의 결과이다. 즉 하나하나의 악기의 소리가 머릿속에 남아 있어 섞여서 들어온 파형에서 듣고자 하는 악기의 파형만 구분해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악기를 구분해서 듣지 못하지만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은 그것이 가능한 것이다. 이것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바로 푸리에 급수 전개이다. 푸리에 급수 전개란 복잡한 형태의 파동을 간단한 형태의 여러 가지 파동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수학적으로는 복잡하지만 요즘에는 컴퓨터를 이용해서 쉽게 구현할 수 있다. 바로 이 컴퓨터가 하는 일을 사람의 뇌에서 할 수 있다.
귀에 들어온 파동은 여러 악기의 파동이 섞여서 들어온 하나의 파동인데, 이 파동을 뇌에서 기존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악기의 파형으로 급수전개하여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강의실에서 여러 친구들이 이야기하고 있을 때 친한 친구의 목소리를 구분해 낼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원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 음악을 들을 때 어떤 악기들로 만들어낸 소리인지 구분해서 들어보자. 머릿속에 들어있는 뇌라는 컴퓨터를 이용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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