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부정적인 방법
(28)부정적인 방법
  • 이종우(강원대, 한국교원대 윤리교육) 강사
  • 승인 2009.09.23 16:35
  • 호수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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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사람에게 떡 하나 더 주기

[우문] 꾸준히 사람들에게 흥미 있는 주제로 ‘사랑’이 있습니다. 흔히 요즘은 사랑도 기술이라고 하여, ‘관심이 있는 이성에게 문자오면 15분 후에 답장 보내 애타게 하기’, ‘고백을 바로 받아 주지 말 것’등의 비법이 사람들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즉 자신이 좀 더 잘해주고 싶어도 그러한 연애의 기술(?)을 발휘하는 것이 관계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뜻입니다. 이렇듯 더 긍정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 부정적인 방법을 쓰는 것에 대한 동양 사상가들의 의견을 알고 싶습니다.

[답변] 상대방의 심리를 이용하여 나에게 유리하게 이끌고 가는 것은 여러 가지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한 부정적인 방법이 현실생활에서 필요할 것입니다. 그 예로서 "미운 사람에게 떡 하나 더 주고, 아끼는 사람에게 매를 때린다"는 우리 속담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방법을 쓰는 사상 중에서 대표적으로 노자입니다. "그것을 약화시키고자 한다면 반드시 먼저 그것을 강하게 하며, 그를 제거하고 싶으면 반드시 먼저 그를 들어 올려주고, 그에게서 그것을 빼앗고 싶으면 반드시 먼저 그에게 주어야 할 것이니, 이를 일러 미명(微明) 즉 그 이치는 은미하나 그 일은 분명한 것이라고 한다."(노자 36장)는 노자의 말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갖고 있는 것을 빼앗으려면 내 것을 먼저 줘서 안심시킨 다음에 빼앗는 방법을 말하는 것이죠. 상대방이 나를 경계한다면 그의 것을 빼앗기가 어렵게 됩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나에 대한 경계를 풀 수 있도록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먼저 친절을 베푸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한 방법을 활용하여 궁극적으로 얻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노자의 방법은 훗날 한비자에게 영향을 줍니다. "진헌공은 장차 우를 습격하려고 하면서 미리 벽옥과 명마를 선물로 보내주었으며, 지백은 장차 구유를 습격하려고 하면서 큰 수레를 선물로 보내주었다. 그러므로 노자에 말하기를 '장차 취하려고 한다면 반드시 잠깐 내주어라'라고 하는 것이다."(한비자 유로편) 이처럼 노자사상을 근거로 한 한비자는 법과 술 권세라는 이론으로 정립하여 법가사상을 집대성하였습니다. 그의 법가사상은 훗날 친구인 이사가 활용하여 진왕정으로 하여금 전국을 통일하여 진시황제가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한비자는 이사의 모함으로 비참하게 죽었습니다. 그의 술은 스스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남에게 이용당하게 되었던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법가의 술에 대하여 순자는 권모술수라고 폄하하면서 나라가 멸망하는 지름길이라고 비판합니다. “나라를 운용하는 사람이 권모술수를 세우면 멸망한다.”(순자 부국편)

중국 한나라 때부터 유가가 국시로 정해지면서 지대한 영향을 끼치지만 정치가들은 한비자의 술을 자주 쓰게 됩니다. 특히 왕위쟁탈전을 벌일 때 그의 방법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현실에서도 그러한 방법은 충분히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상대방을 사랑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준다면 그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만큼 자신의 가치가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나의 가치를 올려 상대로 하여금 더욱더 기대치를 높게 하는 것도 사랑을 얻는 방법이겠죠. 물론 순자가 권모술수라고 하여 비판하지만 술수를 배제한 채 윤리적인 방법으로 한다면 얻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사랑한다면 최선을 다해서 그에게 봉사하고 그것이 통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부정적인 방법을 쓴다고 해서 사랑을 반드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선택하고 그 실천에 따라 달라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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