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전통과 현실 사이
(29) 전통과 현실 사이
  • 이종우 (강원대,한국교원대 윤리교육과) 강사
  • 승인 2009.09.29 16:13
  • 호수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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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노자, 한비자, 순자의 다양한 담론

[우문] 이번 추석, 귀향철을 맞아 과학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민족의 대이동을 통해 최근 유행하고 있는 신종플루가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전통을 지키려고 하다가 나라 전체가 패닉에 빠질 수 있다고 귀향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전통은 단순히 이성적으로 따지는 그 이상이라고 주장합니다. 동양 사상가들 중에서도 전통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한 경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현답] 추석 등의 명절에 고향으로 가는 것은 '민족의 대이동'이라고 하여 이슈가 되어왔습니다. 대이동 과정에서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재해야 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추석에는 대중교통 보다 개인 승용차를 이용할 것이라는 예상을 많이 합니다. 

명절 때 고향에 내려가는 것은 우리뿐 만 아니라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산업사회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향 주로 농촌에 부모가 있고 자녀들은 도시로 가서 취업을 했기 때문에 명절 때 만나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유럽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세계 최초로 산업화를 이룬 영국도 크리스마스 때 도시로 간 자녀들이 부모가 있는 고향으로 내려오는데 로렌스의 『아들과 연인』이라는 소설에 그러한 장면이 나옵니다. 산업화 이전에는 부모와 자녀들이 고향에 모두 살아 집성촌을 이루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그러한 대이동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한 대이동은 산업화가 되면서 생기게 되었고, 그것은 어디까지나 고향에 부모가 있는 경우에 해당됩니다. 만약 돌아가셨다면 추석 이전에 성묘하는 정도로 그칠 것입니다.


우리사회의 경우 이러한 대이동은 전통으로 굳어져가고 있습니다. 전통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수용, 비판적으로 수용, 전체를 비판할 수도 있습니다. 동양사상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었던 유가의 공자는 전통과 현실의 조화를 꾀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당시 전통은 『주례(周禮)』 즉 주나라의 제도를 말합니다. 그러한 전통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 보다 현실과 조화를 도모하였기 때문에 공자는 온고지신(溫故知新) 즉 "옛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알면 스승으로 삼을 만 하다고"(논어 위정편)고 말했던 것입니다. 주나라는 호경에서 낙읍으로 수도를 옮기게 되는데 전자는 서주, 후자는 동주시대 또는 춘추전국시대라고 칭하기도 하죠. 공자는 춘추시대에 활동하였습니다. 춘추시대는 왕과 제후들 사이에 위계질서가 바로 서지 못하던 때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주례를 계승하되 현실적으로 활용하자는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가는 전통에 대하여 긍정적이고 특히 순자는 더욱더 회귀하고자하는 성향이 강하였습니다.

반면에 노자는 그것을 부정하게 됩니다. 당시 주나라의 예에 대하여 "예라는 것은 속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믿음이 엷어진 것이며 혼란의 시작이다."(노자 38장)라고 비판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예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인위적이기 때문에 그렇게 비판하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비판은 법가에서 더욱더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법가의 상앙은 주나라의 제도를 비판하면서 변법을 만들었고, 한비자 역시 주나라뿐 만 아니라 유가도 비판합니다. 하지만 순자는 법가를 권모술수라고 하여 비판합니다.(순자 권학편) 특이한 점은 한비자는 순자의 문하에서 공부하였지만 유가를 비판하면서 노자사상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순자는 그러한 법가를 비판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전통과 현실의 관계에 대하여 다양한 담론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통은 귀중하지만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합니다. 현실에 득이 되는 것은 받아들이고 해가 되는 것은 수정하는 것이 보다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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