亡羊補牢(망양보뢰)
亡羊補牢(망양보뢰)
  • 조상우(교양학부)교수
  • 승인 2009.09.29 16:55
  • 호수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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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亡羊補牢

; 양 잃고 우리를 고친다는 뜻으로, 이미 일을 그르친 뒤에는 뉘우쳐도 소용이 없음을 이르는 말.

亡 : 달아날 망, 羊 : 양 양, 補 : 기울 보, 牢 : 우리 뢰

얼마 전까지는 날씨가 더워서 에어컨을 틀었는데 이제는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져 옷장에서 긴팔을 꺼내 입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이렇듯 시간은 참 빨리 흘러갑니다. 어르신들은 자신 나이만큼의 속도로 세월이 지나간다고 하십니다. 10대는 시속 10㎞로, 70대는 시속 70㎞로 간다는 말입니다.


개강한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갑니다. 누구나 학기 초에는 ‘내가 요번 학기에는 무엇을 해야지’라고 다짐을 합니다. 그런데 그 다짐이 오래가지 못합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미 많은 학생들이 경험해 보지 않았습니까. 여러 학생들은 신입생으로 입학해서 지금까지 무엇을 하였습니까. 4학년들은 1학년 때를 되돌아보며 ‘참 세월 빠르다’라고 말 할 것입니다. 반면 1학년은 ‘아직 시간이 많은 데’ 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은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과 같이 많지가 않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젊은 사람들은 현재에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내일로 미루고, 내일이 있다고 안심하고 있습니다.


주희는 <권학문(勸學文)>에서 “오늘에 배우지 않아도 내일이 있다고 이르지 말며, 금년에 배우지 않고 내년이 있다고 이르지 말아라. 날과 달은 가고 해는 나에게 늘어나지 않으니, 슬프다 늙어서 후회한들 이것이 누구 탓이겠는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를 대변이라도 하듯 후회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 실천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반드시 생기는 법입니다.


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중국 전한(前漢) 때의 학자 유향(劉向)이 편찬한 ??전국책(戰國策)?? ?초책(楚策)?에 나옵니다. 전국시대 초(楚)나라에 대신 장신(莊辛)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초 양왕(襄王)에게 사치로 국고를 낭비하는 신하들을 멀리하고, 왕 또한 사치한 생활을 그만두고 국사에 전념하시라고 충언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왕은 오히려 장신에게 욕설을 퍼붓고 그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장신은 결국 조(趙)나라로 갔는데, 5개월 뒤 진나라가 초나라를 침공해, 양왕은 성양으로 망명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양왕은 이 때야 비로소 장신의 말이 옳았음을 깨닫고 조나라로 사람을 보내 장신을 불렀습니다. 양왕이 장신에게 이제 어찌해야 하는지를 묻자 장신은 “토끼를 보고 나서 사냥개를 불러도 늦지 않고, 양이 달아난 뒤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습니다.(見兎而顧犬 未爲晩也 亡羊而補牢 未爲遲也)” 라고 대답하여 아직 기회는 있다고 양왕에게 말하였습니다.
여기서 ‘망양보뢰’라는 말이 쓰였고, 이미 양을 잃은 뒤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실패 또는 실수를 했더라도 빨리 뉘우치고 수습하면 늦지 않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부정적인 뜻보다는 긍정적인 뜻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후대로 오면서 원래의 뜻과 달리, 일을 그르친 뒤에는 뉘우쳐도 이미 소용이 없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바뀌었습니다.


이와 유사한 말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과 만시지탄(晩時之歎)이 있습니다. ‘사후약방문’은 조선 인조(仁祖) 때의 학자 홍만종(洪萬宗)이 지은 ??순오지(旬五志)??에 나오는데, 사람이 죽은 뒤에 약을 짓는다는 뜻으로, 일을 그르친 뒤에 아무리 뉘우쳐봐야 이미 늦었다는 말입니다. ‘만시지탄’은 정해진 시간이나 기회를 놓치고 일이 지나간 뒤에 때늦은 탄식을 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입니다.


학생들에게 말합니다. 이미 늦었다고 후회하며 포기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고치면 기회는 온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는 일에 임하기 바랍니다. 우리가 연습이라는 말을 흔히 씁니다. ‘습(習)’은 어린 새가 날기 위해서 날개짓을 ‘파다닥’ 거리는 것을 나타내는 글자입니다. 어린 새가 처음 날기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을 하겠습니까. 오늘부터라도 어린 새가 하늘을 날기 위해 연습하듯 개개인의 전공과 외국어 등을 열심히 공부하기 바랍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죠.
조상우(교양학부) 교수

조상우(교양학부)교수
조상우(교양학부)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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