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용양봉저정에 관한 기록
(30)용양봉저정에 관한 기록
  • 김문식(사학) 교수
  • 승인 2009.10.13 17:08
  • 호수 12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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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운이 무궁하게 번성하기를 갈망

[김문식(사학) 교수의 21세기에 만나는 정조대왕]   


북한산과 한강의 장관이
마치 용이 뛰놀고 봉이 날아오르는 것 같다


 다리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부교(浮橋)이며, 옛 기록에 부교라 한 것은 주교(舟橋)가 그것이다. 배로 다리를 만드는 것은 주나라에서 시작되었는데, 후대로 오면서 제도가 점차 발달했다. 낙수의 효의교(孝義橋)나 하수 포진(蒲津)의 다리들은 배 일천 척을 연결하여 길이가 백 길이나 되며, 줄을 땋아서 묶고 통나무를 매달아 거리를 두었다. 그들의 신묘한 쓰임새는 자라와 악어를 늘어놓거나 물고기와 자라를 띄워놓은 것과 비슷하다.

 나는 해마다 현륭원을 참배하는데 의장을 갖추고 경비에 소요되는 것으로 대농(大農)에서 나오는 것은 모두 장용영에 명령하여 마련하도록 했다. 또한 한강을 배로 건너려면 일이 거창하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노량진 강가에 주교를 설치하고 주교사(舟橋司)를 두어 이를 관리하게 했다. 강가에 있는 작은 정자 하나를 구입하여 행차할 때 휴식하는 곳으로 삼았는데, 정자의 옛 이름은 망해정으로 이곳에서 발돋움 하여 서쪽을 바라보면 허명(虛明)한 기운이 떠오르는 곳이 바로 서해였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정자가 놓은 곳에 있으면서 먼 곳을 바라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주교가 만들어진 이듬해인 신해년(1791)에 이 정자에 올랐다. 마침 먼동이 트고 해가 떠오를 무렵이어서 붉은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새하얀 비단이 시원하게 깔렸으며, 강을 둘러싼 봉우리들이 떨어지는 듯, 손을 맞잡은 듯, 상투를 튼 듯, 쪽을 진듯하면서 주렴과 의자 사이를 출몰하며 번갈아 비추었다. (중략)

 나는 “서응(瑞應, 상서로운 응답)이란 이름이 좋기는 하다. 그렇지만 지금 보면 북쪽에는 높은 산이 우뚝하고 동쪽에서는 한강이 흘러와, 용이 굼틀굼틀하고 봉이 날아오르는 것 같다. 밝은 빛이 피어올라 상서로운 기운으로 엉키어 용루(龍樓)와 봉궐(鳳闕) 사이를 감싸며 억만년이 지나도록 우리나라의 기반을 공고하게 할 것이니 그 상서로움이 어찌 얼음에 형상들이 나타나고 오색 꽃이 피는 정도일 뿐이겠는가.”라 대답하고, 자리에 있는 대신들에게 ‘용양봉저정(龍   鳳   亭)’이란 글자를 크게 써서 문지방 위에다 걸게 했다.

 

▲ 정리의궤 주교도에 보이는 용양봉저정의 모습.

 1793년에 정조가 작성한 ‘용양봉저정기(龍   鳳   亭記)’라는 글인데, 용양봉저정이란 정조가 언급한대로 ‘용이 뛰놀고 봉이 날아오르는 정자’라는 의미이다.

 정조는 1789년에 천하의 명당이라는 수원의 화산 아래에 사도세자의 묘소인 현륭원(顯隆園)을 조성한 이후, 매년 이곳을 방문하여 참배했다. 정조의 행차에는 수천 명의 인원과 수많은 물품들이 동원되었으며, 이들이 한강을 건널 때에는 수백 척의 배들이 동원되어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날랐다. 정조는 운반비용을 줄이고 배가 뒤집혀지는 사고를 없애기 위해 배다리를 놓기로 결심했고, 한강의 강폭과 강물의 유속을 살펴본 결과 현재 한강대교가 있는 자리를 적절한 장소로 선정했다. 그리고 이를 관리할 관청으로 주교사(舟橋司)를 설치했다.

 정조는 강가에 서 있던 망해정(望海亭)을 구입하여 행차가 한강을 건넌 후 휴식하는 장소로 사용했다. 망해정은 ‘바다를 바라본다’는 이름대로 높은 곳에 위치하여 한강과 강 너머의 도성을 내려다 볼 수 있었고, 서쪽으로는 서해바다를 바라볼 수 있었다. 1791년에 정조는 처음으로 정자에 올라 눈앞에 펼쳐지는 장관을 구경했다. 이때 정조는 정자의 이름을 새로 지었는데, 이곳에서 보이는 북한산과 한강이 용처럼 뛰어오르고 봉처럼 날아오른다고 하여 용양봉저정이라 했다. 조선의 국운이 용이나 봉처럼 무궁하게 번성하기를 희망하는 이름이었다.

 용양봉저정 건물은 현재 서울시 동작구 본동 동사무소의 뒤쪽에 있으며, 그 앞에 있던 주교사 건물 자리에는 표지석만 남아있다.

김문식(사학) 교수
김문식(사학)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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