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느끼는 예술
온몸으로 느끼는 예술
  • 이대현(연극) 교수
  • 승인 2009.10.13 17:20
  • 호수 12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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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감각과 지성을 동원한 커뮤니케이션

“내가 연극을 하듯이 공부를 했다면 아마도 전국 1등을 했었을 텐데.” “내가 연극 하듯이 돈을 벌었다면 벌써 강남에 빌딩을 여러 채 세웠을 텐데.” 연극인들은 가끔 작업에 미친 듯이 몰두해 있다가 문득 자신을 대견스럽게 여기거나 신기하게 여길 때 이런 말들을 자주한다. 또한 날씨도 궂고 찾아오기도 힘들고 편하게 앉기도 불편한 소극장이라도 기꺼이 찾아오는 관객들이 있다. 혹은 가족이나 연인들이 한참을 줄을 서서는 영화보다 10배가 넘는 표값을 지불하면서 즐거워한다. 무엇이 연극인들을 열광하게 하는 것일까? 무엇이 관객들을 연극에 매료되게 하는 것일까? 연극이 이 세상에 계속 존재해야 할 이유와 가치는 무엇인가? 라이브무대를 통한 ‘만남’과 ‘소통’ 이라는 측면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자.

 연극은 만남의 예술이다
연극은 무수한 만남들로 충만하다. 배우와 관객이 만나고, 연출과 배우가 만나고, 작가와 연출이 만나고, 연출과 무대미술가가 만나고, 무대미술가가 조명디자이너를 만나고 등등 많은 사람들이 만난다. 뿐만 아니라, 매체와 매체가 만난다. 마치 연극의 라이브무대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매체들이 자신의 존재와 자랑거리를 세상에 과시라도 하듯이 모여들고 선보이는 터전이기도 하다. 다양한 사상과 철학이 만나서 충돌을 일으키기도 하고, 문학, 음악, 미술, 무용 등의 각종 예술 장르들이 어우러지는 장이기도 하다. 언제나 첨단 과학기술은 환영을 받고 경쟁적으로 신기술을 도입해서 더 멋지고 근사한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려고 한다. 자본가도 만나고, 공무원도 만나고, 소방서 직원도 만난다.
한 편의 공연을 제작하는 단계에서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이 만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무수한 만남들은 연극에 활력과 매력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연극과 관련된 모든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들은 만남을 통해서 생겨난다. 또한 설렘과 긴장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만남을 사랑하고 멋지게 가꾸는 일은 공연예술의 시작임과 동시에 목표이기도 하다.


 연극은 소통의 예술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빚어서 만든 연극은 우리의 온몸을 통해 전달되어진다. 연극에서의 만남의 분량과 중요성은 커뮤니케이션의 분량과 중요성을 직감하게 하리라 본다. 소통의 문제에 있어서는 공연제작 과정의 마지막 단계임과 동시에 공연의 첫 순간인 배우와 관객의 만남이다.
배우가 관객과 마주하는 순간부터 공연은 시작된다. 그리고 공연이 막을 내리는 순간까지 배우와 관객은 우리들의 모든 감각과 지성을 동원하여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라이브무대 위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매 순간마다 대사는 물론이고 노래와 춤, 혹은 작은 몸짓과 은밀한 숨결 그리고 영혼의 진동까지도 공유하게 된다. 이렇듯 극장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배우와 관객 쌍방 간의 역동적인 힘의 충돌과 동화를 끊임없이 이어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집중과 긴장으로부터 양측은 사고와 정서를 나누며 공연을 형성해간다.


소통의 관점에서 보자면, 공연예술에서 다루어지는 이야기나 Show는 각각의 문화권에서 추구하는 인간의 모습과 현실의 문제점 그리고 아름다운 세계에 관한 이상을 저변에 담고 있다. 공연을 제작하고 관람하는 행위를 통해 각각의 사회가 추구하는 문화와 가치관에 대하여 공유하고, 구성원들은 그들이 속한 사회에서의 공동체의식과 존재감을 향상시키게 된다. 그렇다보니, 공연은 사회나 민족의 문화와 힘을 가장 예민하고 풍요롭게 반영하며, 외국과의 문화교류에서 필수적으로 다루어지는 부문이 되는 것이다.
온몸이 짜릿하게 전율하도록 생명력이 물씬 넘치는 공연을 통한 창의적인 만남과 소통의 즐거운 경험은 인간의 역사에서 끝없이 지속될 것이다. 분명히 미래에도 크고 작은 갖가지 극장에서 공연이 올라갈 것이며,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통쾌한 폭소를 터뜨리기도 하고, 창의적인 발상에 감탄하기도 하며, 가슴을 울리는 감동에 눈시울을 뜨겁게 적시기도할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 공연예술의 경험 또한 세계와 인간에 관한 통찰력을 높여줄 유익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대현(연극) 교수
이대현(연극)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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