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노 이발관>
<요시노 이발관>
  • 박선희 기자
  • 승인 2009.10.13 17:46
  • 호수 1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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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 <안경> 감독의 첫 작품

 일본의 작고 조용한 시골마을. 이 마을의 남자아이들은 모두 ‘요시노가리’라고 하는 바가지머리를 하고 있다. 대를 이어 바가지머리를 자르는 요시노 이발관. 마을사람들은 그곳에서 머리를 하는 것을 전통이라 여기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평화롭던 마을에 위기가 찾아온다. 바로 도시에서 갈색머리 학생이 전학 온 것. 사카가미(이시다 호시)의 갈색머리는 여학생들의 마음을 녹이고, 처음엔 재수 없다 여기던 남학생들조차 사카가미를 동경하기 시작한다. 사카가미는 바가지머리를 인권침해라며 머리자르기를 거부하고 급기야 이발사 요시노(모타이 마사코)의 아들인 케이타(요네다 료)를 포함한 다섯명의 14세 소년들은 반란을 일으킨다. 가출한 다섯 소년은 예부터 마을사람들이 신성시 여기던 ‘신의 날’ 행사에 한껏 멋을 부린 채 나타나는데….

 

지난 6월 25일 ‘스폰지 하우스’에서 개봉한 <요시노 이발관>은 <카모메 식당>, <안경>으로 유명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2004년 작이다. 이 작품은 당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특별 피쳐상을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2005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적이 있지만 5년 만에 극장 개봉한 것이다. 전국 13개 스크린으로 한 달 동안 관객 만 명을 돌파한 이 영화는 최근 DVD로도 출시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됐다.

<요시노 이발관>은 코미디지만, 여성감독인 오기가미 나오코의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다만 오래된 작품인 탓에 비교적 최근작인 <카모메 식당>(06년 작), <안경>(07년 작) 보다는 완성도가 떨어진다. 조용한 일본 시골 풍경은 다른 작품의 배경처럼 이국적이거나 미려하지도 않다. 하지만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화려한 헐리웃 영화가 보는 즐거움을, 블록버스터 영화가 속 시원한 쾌감을, 슬픈 멜로영화가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면 감독의 세편의 작품은 일상에서의 작은 감동과 긴 여운을 전해준다.

<카모메 식당>에서는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요시노 역의 모타이 마사코. 그녀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페르소나로 감독이 만든 세편의 영화에 계속해 등장하고 있다. <카모메 식당>에서는 헬싱키에 여행 왔다 짐을 잃어버리고 식당에 머무는 ‘마사코’ 역으로, <안경>에서는 매년 여름 해변에 찾아와 빙수를 만들고 메르시댄스를 가르치던 ‘사쿠라’ 역으로 등장했다. 이 영화에서 이발사 ‘요시노’로 등장하는 그녀를 보는 반가움 역시 이 영화의 즐거움이다.
단, 블록버스터나 헐리웃액션영화, 한국 조폭 식 코미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95분이 조금 길게 느껴질지도.

박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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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ppie@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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