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워치독’이다
언론은 ‘워치독’이다
  • 이건호 기자
  • 승인 2009.10.13 23:53
  • 호수 12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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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게 신문이 나온 후 걸려오는 전화는 숨겨 놓은 성적표를 부모님에게 들킨 것 마냥 두렵다. 전화의 내용은 오보를 지적하는 내용부터 기자의 자질을 묻는 내용까지 다양하다. 그러한 전화를 받게 되면 부끄러움이 밀려오고 의욕도 한풀 꺾이게 된다. 한 번은 1면에 실릴 기사라는 말을 왜 미리 안 했냐고 따지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1면에 실릴 내용인 줄 알았으면 취재에 협조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날치기 취재를 했다고 몰아붙였다. 사실 상대방이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린 것이었기 때문에 별 문제 없이 넘어갔지만 수화기를 놓고 나서 밀려드는 씁쓸함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 기사는 학생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나름 비협조적인 취재원을 잘 설득해서 좋은 기사를 썼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늘 해피엔딩으로만 끝나지는 않는 것이 기자 생활인 것 같다.


학생기자들은 취재를 하다보면 ‘기자님’이라고 불러주는 호칭 때문에 흐뭇한 경우가 많다. 누군가에게 존중 받는다고 느끼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학생의 신분을 벗어나기는 힘들다. 뭘 해도 어설프고 관련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항상 취재원의 눈치를 봐야하고 자존심 상하는 일도 참아내야 한다. 특히 친절하고 천사 같던 취재원도 조금 곤란한 내용을 묻거나 자료를 요청하면 180도 태도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 뻔히 자료가 있는 것을 알지만 없다고 하는데 방도가 없다. 힘없고 나약한 기자는 편집장에게 이번 기사 못 나가겠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할 뿐이다. 개중에는 특유의 집요함으로 취재원과 전쟁 아닌 전쟁을 벌이는 기자도 있고, 서러운 눈물이 상황의 반전을 가져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대부분 실패로 끝나고 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죽전캠퍼스 하자보수 기간 만료 문제로 시설관리과를 취재할 때 올해 하자보수 신청 건수를 얻어내는 것이 필요했다.이 자료는 기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하나의 요소였기 때문이었다. 시설관리과에서는 상당히 껄끄러운 내용이었기 때문에 쉽게 자료를 주지 않았다. 처음에는 하자보수를 신청한 자료를 모두 지웠다고 했다. 집요하게 묻자 하자보수 만료 기사를 쓰는데 대체 그 자료가 왜 필요하냐고 반문도 왔다.


결국 자료를 받는 데 성공했고 기사도 나갈 수 있게 됐다. 이것이 성공한 유형이라면 실패한 유형도 있다. 죽전캠퍼스에 지어지고 있는 복지관 내부에 들어올 시설에 대해 취재한 기자는 실패를 맛봐야 했다. 건물이 지어질 때 내부에 어떠한 시설이 위치하게 될지 정해놓고 시공하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건설이 끝나가는 이 시점까지도 내부에 들어올 시설이 안 정해졌다고 한다. 취재를 맡은 기자가 담당부서를 달달 볶아봤지만 아직 알려줄 수 없다는 대답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늘 순탄할 수만은 없는 것이 기자생활인 것이다. 취재원들과 끊임없이 눈에 보이지 않는 싸움을 벌이며 지치기도 많이 할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기자는 사회(학교) 조직과 조직의 행위에 대해 항상 감시하는 워치독(Watchdog)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건호 기자 GoNoiDa@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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