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대학 정책, 늦은 만큼 빠르게 대처해야
변화하는 대학 정책, 늦은 만큼 빠르게 대처해야
  • 박준범 기자
  • 승인 2009.11.04 15:25
  • 호수 12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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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 전쯤 우리 대학 교수들의 논문 실적을 소재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국내 A급 논문에 해당하는 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 등재(후보) 학술지나 SCI(E)급 논문을 발표한 교수님들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다룬 기사였다. 2007년도에 교수 중 30%가 단 한 편의 논문도 발표하지 않았다는 결과가 함께 소개됐다. 기사가 나간 후 몇몇 교수들의 항의 전화가 온 것은 예상된 일이었다.

지난 달 23일 교무위원회의라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우리 대학 교수들의 논문 실적이 공개 되고, 연구 성과를 올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마련됐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1년 전 받았던 항의 전화가 생각났다. “나는 논문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던 교수님도 계셨고, “갖고 있긴 한데 발표하지 않은 논문이 한두 건이 아니다”며 미발표 논문까지 제대로 확인 취재하지 않은 기자를 탓하는 교수님도 계셨다. “등재를 했는데, 대학 측에 알리지 않았을 뿐이다”던 분들도 계셨다. 한창 대학종합평가 기간이었는데, 왜 있는 논문도 대학 측에 알리지 않았는지 궁금했으나 여쭤 보지는 않았다.

평가 기준이 단순히 ‘논문 몇 편’으로 획일화 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더러는 적극적인 사회 참여로 실천적인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 주시는 분들도 계시며, 또 더러는 강의실에서 후학 양성에 매진하시는 분들도 계시다. 실제로 연구를 이유로 잦은 휴강을 하는 등 강의는 뒷전으로 하시는 교원들도 있다. 10년 넘게 공부한 전문지식을 펼 수 있는 곳이 사회 현실이 되기도 하고, 강의실이 되기도 하며, 연구실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개교 기념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연구와 교육은 절대 별개의 것이 될 수 없다. 기념사를 빌려 표현하면 “연구에 소홀한 것은 교육에 소홀한 것이며, 교육이 소홀한 것은 학생들의 미래에 소홀한 것”이다. 단대신문 1253호(2008년 11월 4일자)에 소개 된 학술진흥재단 이종욱 경영혁신단장과의 인터뷰에도 꼭 같은 내용의 지적이 실려 있다. “사회에 나가서 하는 봉사도 있고, 학교에서 보직을 맡음으로써 봉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학생들을 길러내는 것이 가장 큰 봉사”라는 것이다. 연구와 교육이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이루어지는 통합의 시대이기 때문에 ‘연구보다는 교육을 충실히 하겠다’는 생각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개편을 주도한 교무과 측에서 “다른 대학에 비해 연구 여건이 크게 좋지 않음에도, 교수님들이 개혁의 구심점이 되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현실’에 있을 것이다. 이미 다른 대학들은 연구와 교육을 하나의 개념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우리 대학이 각종 대학평가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은 지표의 오류가 아닌 현실인 것이다. 김성곤 부총장이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는 절박한 시점”이라고 말한 것 역시 절대 과장이 아닌 현실이다. 현실이 변했고 남들보다 조금 늦게 제도가 변하고 있는 상황, 의식만큼은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 믿는다.

박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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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ar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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