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 '가을에 모국어를 생각하다' 문학특강
고은 시인, '가을에 모국어를 생각하다' 문학특강
  • 고민정 기자
  • 승인 2009.11.06 15:52
  • 호수 12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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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창의성, 우수성 강조하며 신작시 '세종대왕' 낭송

▲ 모국어를 주제로 강연 중인 고은 시인. 사진 : 신해원 기자 adelashin@dankook.ac.kr
 

“지난 여름은 위대하였습니다. 지난 여름 충직하게 자라온 과육과 과육 속의 씨앗을 완성하는 결실의 계절, 가을의 정취가 느껴지는 캠퍼스에서 여러분을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지난 13일 죽전캠퍼스 인문관 소극장. 강단에 오른 고은(문예창작과 석좌교수) 시인은 “어느덧, 단풍의 황홀경을 맛보게 됐다”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또 어머니와도 같은 모국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리 민족의 위대한 유산, 그러나 지금은 상당한 위기에 빠져있는 한글에 대한 각성을 역설했다. 문예창작과 10주년 추계 학술제로 마련된 이번 자리에는 문예창작과 재학생뿐만 아니라 대학원생, 교직원, 지역주민 등 200여명이 참석해 고은 시인의 문학세계와 사상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특강에 앞서서 문예창작과 학생들이 고은 시인의 50주년 시집 『허공』에 있는 시 ‘스무 살’과 ‘앙코르 와트’를 낭송해 의미를 더했다. 낭송에 참가한 이주은(문예창작·2) 양은 “고은 선생님 앞에서 선생님의 시를 읽게 되는 영광을 얻어 기쁘다”며 “잊을 수 없는 강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은 석좌교수는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에 등재된 한글의 창의성과 우수성을 강조하며 “유네스코에 세종대왕 문해상이 제정된 것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떨리고 뿌듯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화와 함께 진입한 영어화의 시대에 대해 “일제시대 조선어말살정책과 같은 타자에 의한 위기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선택한 모국어의 위기”라며 모국어가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르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위기를 통해 “역사의식을 깨닫고 이에 대한 열렬한 통찰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특강은 10월 9일의 한글날을 기념하여 고 석좌교수가 집필한 신작시 ‘세종대왕’을 낭송하며 마무리 됐다. 이어진 자유질문 시간에서는 어떤 시인을 가장 좋아하냐는 질문에 이백과 페르시아의 시인 오마르 카이암을 꼽으며 그 이유로 “나처럼 술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재치 있는 답변으로 청중들의 웃음을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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