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영화 <파주>
⑧영화 <파주>
  • 김유진 기자
  • 승인 2009.11.10 22:00
  • 호수 12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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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감정은 결국 무엇이었을까

 

어슴푸레한 새벽의 어둠. 달리는 택시 안에서 불안한 눈으로 뿌연 안개를 바라보는 젊은 여자. 영화 <파주>의 첫 장면은 푸르스름하고 안개라기 보단 연기로 자욱한 새벽풍경으로 시작한다. ‘형부와 처제의 금단의 사랑’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소재를 다룬 이 영화는 <질투는 나의 힘>을 만들었던 박찬옥 감독이(박찬‘욱’이 아니다) 7년 만에 내놓은 영화이다. 하지만 파격적인 마케팅에 비해 <파주>는 자극적이고 뜨겁기보다는 축축하고 스산하다.

 은모(이서우)는 몇 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몇 년 전 교통사고로 죽은 줄 알았던 언니 은수(심이영)의 죽음에 의심스러운 점이 있는 걸 발견한다. 신도시 개발을 반대하며 철거민대책위원장을 하고 있는 형부 중식(이선균)만이 의문의 해답을 알고 있다. 중학생 시절 은모는 중식과 언니의 결혼을 달가워하지 않았었고 그러던 중 언니가 죽어 형부와 함께 살다 어느새 중식을 좋아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두려워 고향을 떠났었다. 그리고 이젠 그 시절 언니의 죽음과 진실을 중식에게서 듣고자 한다.

사실 영화는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 중반까지는 스토리를 따라가기 쉽지 않고 카메라에 잡히는 풍경은 시종일관 뿌옇고 투박하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햇볕이 보이지 않는 영화를 찍으려고 했다는데 그 다짐을 충실히 이행한 듯 보인다. 또 영화의 내용은 민주화 투쟁과 학생운동, 도시개발문제, 모순적인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얽혀 들어가 진짜 이야기는 모호해 진다.

누군가 원점으로 돌아와 결국 그들은 서로 사랑한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 역시도 모호하다. ‘난 너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라고 말하는 중식의 사랑이 남녀 간의 사랑인지, 남아있는 99마리의 양보단 떠나버린 1마리의 양이 더 소중하다던 종교적 사랑인지, 죄 많은 자신의 인생을 속죄하기위한 숙제였는지, 어버이의 사랑인지 아니면 그저 그가 짊어져야할 업에 불과했는지. 영화는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어 중식을 대하는 은모의 행동들이 그저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어리광인지, 진실을 피하려는 몸부림인지,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배려인지도 알 수 없다. 영화는 수많은 의문점만을 남기고 안개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보이지 않는 그들의 마음처럼.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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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j9014@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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