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우 명예교수의 文集 <第二의 旅程에서> 서평
권용우 명예교수의 文集 <第二의 旅程에서> 서평
  • 정동수(소설가) 동문
  • 승인 2009.11.11 14:29
  • 호수 12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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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넓은 이해와 따뜻한 사랑

  “지금 나는 마른 눈물자국 같은 옛길을 걷고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떠나가고 남겨진 빈 길을. 그 길 위로 기억의 비늘(片鱗)들이 한 조각씩 떨어져 발끝에 와 닿습니다. 물고기는 비늘이 떨어지면 죽는다지요. 하지만 기억의 비늘들은 발끝에 닿는 순간 생명력을 얻어 추억으로 되살아납니다.”

이 글은 권용우(법학) 명예교수의 문집 <第二의 旅程에서>의 서두이다. 이 글이 암시하듯 문집의 내용은 저자가 33년간 교수로 재직하면서 겪은 체험과 사회적 관심사를 적은 것이다. 체험이란 어차피 과거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자의 관심은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비늘이 생명력을 얻어서 되살아나는 것을 추억이란 말로 표현했지만 그것은 박제화 된 추억이 아니라 농축된 에너지로 재생되어 미래를 향한 추진력이 되는 것이다. 그러한 생명력의 징후는  문집 <第二의 旅程에서> 곳곳에 발견된다. 법학을 전공한 저자이지만 저자의 관심은  법과 관계된 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특히 교육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이 책에 실린 모든 글에서도 느낄 수  있다.

“여러분들은 학생들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 교수로부터 가르침을 받아야 사회에 나가서도 남으로부터 인정받는 사회인이 된다.”
이것은 학생들에게 일러주는 충언으로 보이지만 실은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우러나는 신념인 것이며, 진정한 교육자의 자세와 권위가 무엇인가를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교육자의 권위를 무엇보다 소중이 생각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학생들에 대한 사랑을 전제로 한 것임을,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라듯’ 학생들은 사랑의 자양분이 필요하다는 말로 강조하고 있다.
이념대립 등 사회적 강등의 문제, 지나친 개인주의적 세태, 조국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문제등,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을 일일이 다 언급 할 수는 없지만 한결같은 저자의 정신은 모교에 대한 깊은 애정과 자부심, 조국에 대한 충정,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너무 안타까웠다. ‘코리언 드림’을 꿈꾸며 한국인 남편을 따라온 19세의 신부<후안 마이> 그러나 그녀의 아름다운 꿈은 한국인 남편에 의해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다. 술꾼인 남편의 손찌검을 이기지 못하고, 지하 셋방에서 갈비뼈가 18개나 부러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그녀, 그 것도 결혼 생활을 시작한지 1개월 만에….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월남 신부의 죽음’이란 제목을 붙인 이 글에서 저자는 신문에 보도된 기사를 보며 한없이 가슴이 아렸음을 말한다. 이웃 불행을,  아픔을 내 것으로 느끼는 마음. 이 글을 읽으면서 저자가 느꼈을 슬픔이 필자의 가슴으로 전이(轉移)되는 순간 필자의 가슴 역시 편치 않았음은 저자의 심중 그 진실이 주는 그고 깊은 파장 때문이었으리라.

 무릇 글의 매력은 진실성에 있다. 덕지덕지 화장으로 포장한 얼굴보다 건강한 맨 얼굴에서 매력을 느끼듯이 지나친 과장이나 억지로 꾸민 글에서는 감동을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부득이 수사(修辭)가 필요하다면 미인의 맨 얼굴에 로션정도를 살짝 발라서 얼굴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정도에 비유할 수 있을 만큼만 허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글을 쓰기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삶의 체험과 경륜을 녹여내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第二 旅程에서>는 바로 그런 면에서 감동과 재미를 함께 준다.  

 

정동수(소설가) 동문
정동수(소설가) 동문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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