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동아리 <티핑포인트>와의 인터뷰
■ 취업동아리 <티핑포인트>와의 인터뷰
  • 박준범 기자
  • 승인 2009.11.17 13:25
  • 호수 12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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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수용자 입장에서 바라 본‘취업률 향상 방안’
학생들의 긴장, 교수의 날카로운 평가, 대학 당국 공격적 영업 마인드 필요

취업에 대해 가장 고민하는 사람들은 대학 당국도 교수님들도 아니다.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든 4학년 학생들이다. 때문에 대학 측이 취업률 향상을 위한 정책을 만들 때 귀 기울여야 할 목소리는 이들 4학년, 그 중에서도 저학년 때부터 취업 문제를 고민해 온 학생들일 것이다. <단대신문>은 현재 대학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단국비전2017+ 도전과창조’의 세부과제 중 하나인 ‘취업률 80% 달성’과 관련해, 취업 동아리 티핑포인트 4학년 학생들을 만나 의견을 들었다. 전공교육 강화 정책이 실제 취업률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한 방안과 학교 측의 취업 관련 정책에 대한 건설적 비판들이 쏟아졌다. <편집자 주>

- 일시:11월 12일 오후5시 ∼ 6시20분
- 장소:티핑포인트 동아리방
- 참석자:최상호(경영·4)/ 정광훈(무역·4) / 노치두(화공·4)/ 익명A/ 익명B
- 진행: 박준범(언론영상·4) 기자
- 사진: 이상만(컴퓨터정보·3) 기자

인터뷰에 참석한 <티핑포인트>의 최상호, 정광호, 노치두 군(왼쪽부터).
▲전공교육 강화가 취업률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강의 현장에서 어떤 점들이 필요할까요.
- (익명B) 대학의 교육과 관련해 제가 바라는 것은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수님들도 ‘이 수업을 들으면 회사에서 어떤 도움이 된다’ 등의 많은 말씀을 해 주신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학생들의 참여 의지가 약하다는 것과, 교수님들이 그런 것들을 받아주신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프리젠테이션을 하더라도 굉장히 형식적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정말 한두 명이다.

형식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수님들의 시야가 날카로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수님들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면, 학생들도 그 수준을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대학 학생들과 연합해서 프로젝트(공모전)를 준비해보면, 1학년인데도 정말 똑부러지게 잘 한다. 그 친구들이 단순히 ‘좋은 대학 들어갔으니까’ 똑부러지는 걸까? 아니라고 본다. 학교 내에 다양한 커리큘럼이 있고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니까 역량이 늘어나는 것이다. 강의로써 키워줄 수 있는 부분인 것이다. 형식적으로 제출하고 평가받는 과제는 의미가 없다.

- (최상호) 비슷한 맥락에서, 교수님들이 세 시간 강의에 들어오셔서 한 시간 반 강의하고 나가시는 풍토도 개선됐으면 좋겠다. 서강대학교처럼 3시간 강의를 3일에 걸쳐 한 시간씩 나눠 놓으면 중간에 나갈 수도 없을 것이다. 학생들이 2시간만 넘으면 힘들어하고 교수님 역시 효율적인 수업을 위해 일찍 끝내시고…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 (익명B) 전공 커리큘럼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영어영문 전공을 하는 학생들의 경우 ‘영어’와 ‘영문’으로 세분된 강의를 들을 수 있는데, 많은 학생들은 ‘영어’보다는 ‘영문’을 수강한다. 영어 말하기, 영어 토론 등의 강의는 개설 되도 어렵다며 기피한다.

하지만 기업이 영어영문 전공 학생을 뽑을 때 원하는 것은 ‘영문’보다는 ‘영어’다. 전공에서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필수과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행 제도를 보면 1학년 때부터 4학년 때까지 영문학 수업만 듣고도 졸업을 할 수 있는 허점이 있다. 영문학 전공자의 대학원 진학률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이 셰익스피어만 배운 학생들을 뽑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교수님들께서 각 전공에 맞는 취업 현장을 먼저 분석해서, 그에 맞는 커리큘럼을 구성해 주셨으면 한다. 뜬구름 잡는 내용의 수업, 그런 수업 들으면서 현실감각을 잃어가는 학생, 4학년 돼서 취업 전선에 뛰어든 후에야 ‘죽고 싶다’고 푸념하는 것들이 안타깝다. 일부 전공과목이 이름만 다르고 똑같은 내용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도 전공교육 강화를 위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단계가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뉘는 과목을 전부 들어봤는데, 내용도 다 똑같았고 성적도 다 똑같았다. (나중에는) 노력하지도 않았는데도 성적이 나오더라.

▲대학 측에서 개설하고 있는 취업 관련 교양강좌와 다양한 프로그램들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 (최) 현재 ‘중견기업의 이해’와 같은 과목들이 개설돼 있는데, 이와 유사하게 ‘선배기업의 이해’라는 과목도 개설해달라는 의견이 (동아리 내에서) 있었다. 우리 대학 출신 선배들을 초빙해 두 시간 정도씩 강의를 맡기는 방식이다. 후배들에게 ‘나는 어떻게 준비해서 이 기업에 들어올 수 있었다’는, 실질적인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 (익명A) 졸업생들 중 취업자들을 강사로 초빙해 강좌를 꾸리는 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다. 우리 대학을 졸업했다는 것은 그만큼 비슷한 취업 환경을 겪었다는 것이니까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열정’을 가져야 한다는 식의 추상적 이야기가 아니라 ‘어떻게 취업했는가’라는 실제적 내용이다.

- (정광훈) 3, 4학년의 경우 면접이나 자기소개서 쓰기 스킬이 중요하기 때문에 현재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들으며 도움을 받고 있다. 강의가 좋다 나쁘다의 의견은 개인차가 있는 것 같다.

- (익명B) 물론 도움을 주는 강의도 있겠지만, ‘왜 이런 강의가 있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있었다. 취업에 도움을 준다고 해서 들었더니 서양인들과 만났을 때 악수를 하는 방법을 강의하는 등 취업과 연관 없는 과목들이 있었다. ‘우리 지금 이렇게 다양한 강좌들을 마련하고 있으니 다른 대학에 비교해 경쟁력 있다’라는 보여주기식 운영은 지양해야 한다.

퀄리티가 중요한데, 포장만 한다고 알맹이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아주대학의 프로그램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아주대학은 학생들마다 레벨이 나뉘어진다. 학년, 학점, 수상경력, 공인영어 성적 등 다양한 옵션들을 갖고 전교생을 평가한다. 어느 정도 레벨이 되면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학점과 약간의 토익 성적으로 장학금을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평가로 일정 수준의 자격을 갖추면 장학금은 물론 교환학생과 같은 파격적인 혜택이 돌아간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붙는다. 취업률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인 것 같다.

▲학교 측의 취업률 향상 정책에 대해 전반적인 건의를 한다면?
- (익명A) 솔직히 우리 대학이 전공이 약해서 취업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구직 활동을 하며) 연고대 학생들을 만나보면 우리 학생들이 능력으로 밀리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우리가 취업이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는 학교 레벨 때문이다. 영어능력, 인턴경력, 공모전 수상 실적 등등 어디 하나 꿀리지 않는 친구들이 그보다 준비를 덜 한 타 대학 학생들에게 밀리는 것이 취업 현장의 현실이다.

더 많은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기회 자체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문제다. 증권사를 노리는 학생들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다. 몇몇 증권사들은 우리 대학에 추천서조차 보내지 않는다. 학교 추천이 와야 이력서를 쓸 수 있는데, 대학 간판만으로 이력서를 쓸 기회도 얻지 못하는 것이다. 비슷한 레벨의 대학에는 추천서가 들어오는데 우리 대학이 제외된 경우도 있었다. 직접 전화해 추천서를 달라고 해 봤지만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개 학생이 이런 일로 기업에 전화까지 하게 하는 것은 조금 아니라고 본다.

학생이 기업에 전화해서 기회를 달라고 하는 것과, 대학 관계자가 직접 전화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실력이 비슷함에도 차별을 받고 있는데, 그런 차별까지 학생들이 일일이 전화하며 대응해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학생들이 열심히 하면, 학교는 그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만이라도 얻어달라는 것이다. 대학 측이 ‘영업’을 뛰어야 한다. 전공교육 강화가 장기적인 계획이라면 당장 취업현장에 뛰어 든 학생들의 현실을 위한 영업 마인드가 필요한 것이다. 학교 안에만 있을 것이 아니라, 학교 밖으로 뛰어줬으면 한다.

- (정) 현실적으로 당장 필요한 것은 대학의 홍보라고 생각한다. 특히 기업에서 우리 대학을 봤을 때 ‘이 대학이라면 어느 정도의 믿음이 간다’라는 신뢰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인턴을 통한 대학홍보’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다. 무역학과의 경우 교수님께서 매 학기 방학 때 마다 두 명씩 중견기업의 인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 이런 제도가 다른 과에도 많아지면 기업에서도 단국대학교 학생들의 간판이 아닌 실제 역량을 알게 될 것이다.

- (노치두) 전공교육을 강화한 다는 것이 ‘전공이 취업으로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에 대한 논의의 활성화와 같은 의미였으면 좋겠다. 수업을 들으면서도 내가 지금 배우고 있는 지식이 회사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들어본 적이 많지 않았다. ‘이 지식을 갖고 어디로 가야겠다, 어디로 갈 수 있겠다’ 등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자신의 진로에 혼란이 오기도 한다.

전공교육을 강화한다면, 이왕이면 기업과 연계해서 실질적인 정보를 많이 알려줄 수 있는 수업이 됐으면 좋겠다. 학생들이 연구원 쪽으로만 진로를 잡는 것이 아닌 이상 지금 배우는 전공지식이 어디서 어떻게 쓰일지 아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전공교육 강화의 취지가 살 수 있을 것 같다.

- (최) 전공교육 강화와 관련해서, 공모전을 소재로 강의가 개설됐으면 하는 의견이 있었다. 수업 내용과 관련 있는 하나의 공모전을 정하고 결과물을 만들면서 교수님의 피드백을 받으면 동기부여가 돼서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 늘어날 것이다. 공모전 수상 실적의 중요한 스펙 중 하나가 되고 있는데, 주변을 보면 이런 공모전에 관심을 갖는 친구들이 별로 없어 안타까웠다. 조금 강제적이더라도 수업을 통해 공모전 경험을 쌓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취업계 제도에 대한 의견도 많았다. 우리 대학은 학기 중 인턴활동을 할 경우 학점 인정을 해주지 않아 본의 아니게 9학기를 다니는 학생들이 있다. 어떤 교수님은 인정을 해 주시는 반면, 또 어떤 교수님들은 원칙대로 F를 주신다. 대학 측이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해 취업계 제도를 (공식적으로) 만들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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