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라는 단어의 무게중심은 ‘문화’보다는 ‘대중’에 있다. 아무리 ‘문화창달’이라는 좋은 의도로 제작했어도 대중의 관심을 얻지 못하면 생명력을 얻을 수 없다. 때문에 시청률 낮은 프로그램은 ‘만들었으나 만들지 않은 것’이 되어버리곤 한다.
대중문화가 원래 그렇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수용돼야 짧게나마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건전한 대중문화 형성에 이바지하는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다. 막장 드라마가 끊임없이 제작되는 것도, 막말 방송이 여과 없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왜곡된 생명성’ 때문이다. 경쟁에서 살아남자니 ‘문화’보다는 ‘대중’을 먼저 의식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정부는 시청률과 광고를 의식하지 않아도 독립적인 생존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제작을 지원하곤 한다. 상업광고 없이 운영되는 KBS1이 그렇고 EBS 채널이 그렇다. 이들 채널은 시청률 기복에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안정적 재원을 지원받기 때문에 양질의 다큐와 소외된 목소리에 주목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EBS의 <지식다큐>, KBS의 <열린채널>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이들이 있어 우리는 소수자의 ‘소외된 대중문화’를 접할 수 있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외국인 근로자와 구멍가게 주인, 그리고 환경 단체 사람들의 이야기는 시청률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가치를 갖고 있다. 바로 문화의 다양성이다.
평소 큰 관심을 갖지도 않았던 RTV가 생각나는 것은 ‘막장’과 ‘막말’로 도배되는 요즘 대중문화의 반작용 때문일 것이다. 정치적 성향이 어떻던 TV를 통해 다양한 세상을 접할 수 없게 된 것이 아쉽다. 막장 드라마나 막말 예능 프로와 같은 ‘대중문화를 위한 프로그램’은 그냥 남아있는데, ‘대중의 문화를 위한 프로그램’은 하나 둘 자취를 감춘다. 이러니 <대중문화 터치> 코너가 아이템 고갈에 시달릴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