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서의 9박 10일
라오스에서의 9박 10일
  • 이보연 기자
  • 승인 2009.11.17 17:52
  • 호수 12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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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홍 고등학교에서 찍은 봉사단 단체 사진.

 

충청남도 청소년해외봉사단은 보건복지가족부가 주최하고 한국청소년활동진흥센터와 16개 시·도 청소년활동진흥센터에서 공동 주관하는 ‘대한민국청소년해외봉사단’으로 올해는 전국에서 모인 240여명의 단원들이 동남아시아 4개국 12개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대한민국청소년해외봉사단은 지난 2002년부터 8년째 활동해 오고 있으며 그동안 카자흐스탄, 러시아, 몽골에서의 고려인 돕기, 스리랑카에서의 쓰나미 피해복구활동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본지 기자는 10월 27일부터 11월 5일까지 라오스로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폰홍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페이스 페인팅을 해주고 함께한 본지 이보연 기자(좌)

한국어 교실·페인트 칠·음식만들기·환경캠페인 등 9박 10일은 짧기만 했다

살면서 이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 여러 나라의 원조로 생활하는 아시아 최빈국 중 하나인 라오스. 인구의 70%가 불교이며 공산국가, 인구 610만 명의 메콩강이 흐르는 나라. 이것이 봉사활동을 가기 전 라오스라는 약간은 생소한 나라에 대한 정보였다. 하늘에서 본 라오스의 모습은 울창한 숲과 붉은 흙 그리고 몇몇의 집들과 강이 전부였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후끈한 날씨가 느껴졌다. 열대 몬순 기후인 라오스의 10월은 우리의 늦여름과 비슷했다. 기자가 속한 봉사단이 자리한 곳은 수도인 비엔티안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폰홍 고등학교이다. 폰홍 고등학교로 가는 도로는 비포장이며 신호등이 없다.

라오스 사람들의 주요 교통수단은 노짝(오토바이)이다. 그래서 7살, 8살 꼬마들도 혼자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우리와 같이 쌀이 주식이여서 논이 많았고 들판에는 물소와 염소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야자수와 같은 열대 식물들이 동남아시아에 온 것을 느끼게 했다. 학교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함께 있었다. 우리가 탄 버스가 학교에 들어서자 라오스 아이들이 신기하고 반가운 듯 손을 흔들어 주었다.

한국과 라오스 각 나라 15명의 청소년들은 일대일로 버디를 맺고 9박 10일 간의 일정을 함께했다. 라오스에 도착한 날은 환영식과 버디와의 만남으로 하루가 끝났다. 다음 날부터 있을 봉사활동을 통해 라오스 사람들에게 한국의 따뜻한 정과 도움을 전하고 싶었다.

기자가 한국어 교실을 진행하는 모습.

한국어 교실시간에 한글 쓰기를 하고 있는 폰홍 고등학교 학생.

라오스는 지금 한류열풍 속에 있다. TV에서는 <바람의 화원>, <아내의 유혹> 등 한국 드라마와 각종 쇼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고 빅뱅, 원더걸스 등 한국 가수들의 인기가 높다. 이튿날은 한국어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기자가 책임을 맡고 있는 한국어 교실 프로그램이 실시됐다. 먼저 버디들에게 한국어를 알려주고 이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각 반에 가서 한국어 교실을 진행했다. 학교, 선생님, 친구와 같은 단어 20여 개와 간단한 인사말 그리고 자기소개를 가르쳐 줬다. 한류 열풍 덕분인지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의 열의가 뜨거웠고 단어 퀴즈를 할 때에는 서로 정답을 맞추려는 모습이 예쁘고 고마웠다.

이어서 교실 바닥 수평 공사와 벽 페인트칠을 했다. 버디와 일을 함께 하니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 어색했던 것이 조금은 사라진 듯 했다. 다음 날 보수공사가 완성된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니 땀 흘려 일한 보람을 느꼈다.

문화 교류 프로그램으로 양국의 음식 만들기를 했다. 한국 음식으로 잡채와 김밥, 그리고 불고기를 함께 만들어 먹었다. 버디에게 김밥 마는 법을 알려주니 처음일텐데도 곧잘 만들었다.

라오스 가정을 방문한 봉사단원들.

라오스의 가정을 방문해 볼 기회도 있었다. 가정 방문은 두 명의 한국 단원과 두 명의 버디가 한 조가 되어 버디 한 명의 집에 가는 것이다.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버디네 집은 우리와 같이 신발을 벗고 들어갔지만 따로 현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새로웠다. 라오스는 주 5일제를 시행한다. 가정 방문 프로그램을 토요일에 진행해서 버디의 부모님을 만날 수 있었다. 도우미로 함께 간 KOICA 선생의 통역으로 버디의 아버지는 은행원이고 어머니는 교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집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TV와 컴퓨터가 있었고 닭, 소 등 가축을 키우고 있었다. 손님 접대에 과일과 약간의 음식을 내오는 모습도 비슷했다.

우리는 항상 5시에 일정을 끝내고 숙소로 왔다. 길에 가로등이 없는 라오스는 해가 지면 개와 소 같은 짐승들이 도로를 돌아다녀 사고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전날 한국 음식을 먹었으니 이번에는 라오스 전통 음식을 먹어 볼 차례다. 우리나라의 김치와 같은 라오스 음식 딴마쿵을 만들어 봤다. 덜 익은 파파야를 채 썰어 넣고 각종 과일과 소스 그리고 매운 고추를 넣는다. 처음에는 거부감이 없지 않았지만 버디 친구들이 자꾸 먹여주다 보니 젓갈과 비슷한 맛도 나면서 중독성이 느껴져 맛있었다.
또한 대나무 통에 찹쌀과 코코넛 가루를 넣어 찐 대나무밥은 씹을수록 달고 고소한 맛이 났다. 라오스 친구들에게 엄지를 들며 ‘ !’이라고 말해 주었다. ‘ ’은 ‘맛있다’라는 라오스 어이다.

우리가 빈국이었을 때 환경 문제에 무지했던 것처럼 라오스 사람들은 환경오염에 대한 심각성을 잘 모른다. 특히 비닐봉지를 너무 많이 사용한다. 심지어는 음료수도 두 겹의 비닐봉지에 넣어 준다. 그래서 우선 버디들에게 비닐봉지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교육을 했다. 그리고는 함께 시장에 가서 환경 캠페인을 펼쳤다. 사람들의 시선 집중은 그동안 갈고닦은 태권무와 꼭지점 춤으로 잡았고 설명을 위한 언어의 벽은 미리 준비한 상황극으로 해결했다. 라오스 어로 적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시장을 돌았고 한국에서 준비해 간 장바구니를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한 아주머니는 그 자리에서 비닐봉지에 담겨 있던 반찬거리를 우리가 나눠준 장바구니에 옮겨 담으며 웃음 지었다.

 짧은 시간인데도 라오스에서의 삶이 익숙해 졌다. 밤에는 꿀 같은 단잠을 자고, 새벽에는 사원의 어렴풋한 종소리에 저절로 눈이 떠지는 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벌써 일정의 반이 지나갔고 앞으로 라오스에서 지낼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을 하니 하나라도 더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에 의지가 강해졌다. 라오스의 날씨는 항상 맑고 숲에서는 기분 좋은 향기가 난다. 밤하늘의 달빛은 밝지만 별은 잘 보이지 않았다. 낯선 이방인의 ‘사바이디’하는 인사에 웃으며 맞아주는 라오스 사람들이 좋다. 평화로운 라오스는 꼭 다시 오고 싶고 살고 싶은 나라다.

 봉사활동 중 가장 행복했던 프로그램은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진행한 페스티벌이었다. 매직 풍선 아트 조와 페이스페인팅 조로 나눠 한국에서도, 현지에 가서도 밤마다 연습해 만발의 준비를 갖췄다. 기자의 허리까지 오는 라오스 초등학생, 유치원생들이 한국에서 온 봉사단의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똑같이 교복을 입고 줄을 선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고 깜찍했다. 아이들에게 시장에서도 인기 높았던 태권무로 한국의 멋을 알리고 원더걸스의 Nobody에 맞춰 춤을 췄다. 그리고 아이들의 얼굴에 태극기와 라오스 국기도 그려주고 동물도 그려줬다. 또 매직 풍선으로 강아지, 모자, 꽃 등을 만들어 주었는데 매직 풍선을 처음 접해 본 아이들의 얼굴은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풍선을 받은 아이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그 동안의 피로가 전부 사라져 버렸다.

봉사단원과 버디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관광 시간이 주어졌다. 비록 일본의 원조로 지어졌지만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댐인 남릉댐을 구경하고 동물원도 구경했다. 버디와 깊이 있는 대화를 많이 나누지는 못했어도 이미 눈빛과 손짓으로 그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가 됐다. ‘살면서 이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짠해졌다. 폐회식에서는 버디들에게 틈틈이 배운 라오스 전통 춤인 바살롭과 난봉춤을 함께 추고 조심히 잘 가라는 의미로 손목에 돈과 함께 실을 묶어주는 바이씨 의식을 했다.

라오스의 전통 의식인 바이씨의 모습.

불과 50년 전 만하더라도 다른 나라의 원조를 받던 우리나라가 이렇게 발전해서 다른 나라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고 라오스도 우리나라처럼 다른 나라를 도울 수 있는 나라로 성장해 가길 바란다. 좋은 사람들을 너무나도 많이 만났고, 이 기회를 통해 봉사활동의 참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평생을 간직할 추억이 생겨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보연 기자 boyoun111@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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