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중력과 몸무게
(79)중력과 몸무게
  • 이봉우(과학교육) 교수
  • 승인 2009.11.24 19:59
  • 호수 12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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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마비'라는 말이 있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뜻의 이 말에 많은 사람들이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왜 그럴까? 바로 늘어나는 몸무게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는 바로 몸무게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물론 이 글에서 살을 빼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은 아니다. 그런 방법은 시중에도 많이 나와 있고, 또 어떤 것이 정답인지에 대한 논의도 짧은 글로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몸무게는 바로 무게이다. 이는 지구가 우리를 잡아당기는 힘인 중력의 크기를 나타낸다. 따라서 몸무게의 단위는 힘의 단위인 N(뉴턴)을 사용해야 한다. 보통 “내 몸무게는 오십 킬로그램이야”라고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킬로그램(kg)은 몸무게의 단위가 아닌 질량의 단위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킬로그램힘 또는 킬로그램중이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질량은 물체가 지니는 고유한 양으로 언제 어디서나 같은 값을 나타내게 된다. 하지만 무게는 그렇지 않다. 흔히 달에서는 몸무게가 1/6로 줄어든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달에서 중력의 크기는 지구에서 중력의 크기의 약 1/6이기 때문이다. 이때 몸무게는 사람의 질량에 중력가속도를 곱한 크기를 말한다.

그러니까 중력가속도의 크기가 지표면과 달의 표면에서 다르기 때문에 몸무게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는 중력가속도의 크기가 작은 지점으로 가면 되겠구나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 중력가속도의 크기가 작으면 몸무게도 적게 나온다. 보통 지표면에서 올라가면 갈수록 중력가속도가 작아지기 때문에 몸무게도 적게 나간다.

결국 높은 달동네에 살게 되면 몸무게가 적게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무게가 줄어드는 정도가 아주 미약한 것이 문제이다. 100km 정도 올라가도 몸무게는 겨우 3%정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중력가속도의 크기는 위도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난다.

적도에서의 중력가속도의 크기는 9.78(단위 생략)인데 반하여 극지방에서는 약 9.835정도다. 이것은 지구의 자전에 의한 효과가 65%정도 기여하고 나머지 35%는 지구가 찌그러져 있기(이도 역시 지구자전에 의한 효과이지만) 때문이다. 여기에 높이까지 고려한다면 우리가 아는 곳 중에서는 파나마 운하에서의 몸무게가 가장 적게 나갈 것이다. 또 한 가지 방법은 땅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방법이다. 물론 그것도 크기가 크게 줄어들지는 않는다.

몸무게를 10% 정도 줄이려면 땅속을 640km나 파고 들어가야 한다. 결국 위치를 바꾸어서 몸무게를 적게 나가게 하는 것은 단순히 저울에 표시되는 눈금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일 뿐 질량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눈속임밖에 되지 않는다.

몇 해 전 영국의 과학주간지인 ‘뉴사이언티스트’지에는 카펫 위에서 저울을 놓고 몸무게를 재면 더 적게 나간다는 글이 실렸다. 딱딱한 바닥과 푹신한 바닥의 몸무게 차이는 받침점과 힘점 사이의 길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딱딱한 바닥에서는 저울의 바닥면이 아래로 처져 받침점과 힘점 사이의 거리가 짧아지는데, 푹신한 카펫에서는 저울 바닥의 모양이 변하지 않아 받침점과 힘점 사이의 거리가 거의 변하지 않아서 카펫 위에 저울을 놓으면 딱딱한 바닥에서 보다 작용점에 가해지는 힘이 더 커져 몸무게가 더 많이 나간다는 것이다. 이 역시 눈속임밖에 되지 않는다.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는 들어오는 양을 나가는 양보다 줄여야 한다.

결국 열심히 운동하고 먹는 양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몸무게를 무조건 줄이는 것보다는 균형 있는 몸과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봉우(과학교육) 교수
이봉우(과학교육) 교수

 peak@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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