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라면
내가 너라면
  • 고경호(전산·96 졸) 대전일보 충남취재본부장
  • 승인 2009.12.01 18:07
  • 호수 12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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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캠퍼스를 거닙니다. 삶이 피로할 때죠. 젊은 날을 더듬어봅니다. ‘그때 대학시절을 이렇게 보냈더라면’ 막 대학시절 행 타임머신을 타려는데, 곧 졸업을 앞둔 듯 한 한 남학생이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느릿느릿 걸어갑니다. 암울해 보입니다. ‘저 학생을 짓누르고 있는 고민은 뭘까?’ 최근 한겨레 21 공모 ‘손바닥 문학상’ 본선 작들을 보면, 실직, 실업의 공포와 아픔, 비정규직의 불안한 삶 등이 주된 소재라 하더군요. 응모 작가들이 다 20,30대인데도요. 그 학생의 모습이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꿈을 펼 수 있는 기회와 조건을 만들어주기는 커녕, 젊음을 거세하는 이 세상이 미웠습니다. 타임머신을 타야겠습니다. 요즘은 그림에 푹 빠졌답니다. ‘미학’책도 읽고, 한 달에 한번 꼴은 미술관, 박물관에 가죠. 공연도 꽤 봐요. ‘지킬 앤 하이드’라는 뮤지컬은 최고였어요. 술, 담배 값 아껴가며 표살 돈 모으길 얼마나 잘했는지. 책도 무지 읽어요. 역사와 현인, 세상과 늘 대화를 나누죠. 중고시절엔 과외다, 입시다 하면서 좋은 책 한권 읽을 여유나 있었나요?

정말 많이 읽을 거예요. 이젠, 좋은 영화는 기를 쓰고 보구요, 느릿느릿 걷는 여행도 많이 다녀요. ‘체게바라’ 아세요? 의사가 되길 꿈꾸던 게바라는 23살 때 10여개 월 간 남미대륙을 여행하면서 민중들의 삶을 본 후에 혁명가의 길을 걷게 되죠. 세계적인 컨설턴트인 ‘브라이언 트레이시’도 스무 살 때 1년 동안 여행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자신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술값도 더 아끼고, 담배도 끊을 겁니다. 돈을 모아야죠. 내년쯤 휴학하고 긴 여행을 떠나려면요. 책을, 공연, 미술관, 박물관을 가까이 하고, 여행을 다니면서 제가 좀 달라진 것 같아요. 전, ‘섬세한 감성과 풍부한 정서를 기른다면 삶이 아름답고 너그러워진다는 말’을 믿어요. 지식도 쌓이고, 향기로운 냄새도 풍긴데요. 이양하 선생님(수필가·영문학자) 말씀처럼, ‘마음의 정원’을 정성스레 가꾼다면 내 삶도 풍요로워지겠죠?

 “성장기에 영양이 중요하듯, 독서도 여행도, 또 다양한 문화예술적 경험도, 그것이 인생의 참살이 되고 피가 되는 청년기에 쌓는 것이 가장 적기”라는 말씀을 전 믿어요. 그리고 신문도 꼭 볼 거예요. 삶의 주인이 되려면 세상 소식을 알아야죠. 신문을 뒤적거리고 있는데, 친구가 어깨를 툭 치네요. 대학에서 사귄 친구들이 불알친구(?)들 보다 더 좋아요. 인생을 설계하고 준비하는 시기에 고민도, 포부와 꿈도 함께 나누는 친구들이거든요. 독서처럼, 벗을 만나는 것도 좋은 때가 있나 봐요.

 좋은 친구 몇 명쯤 더 만들어야겠어요. 사랑 얘기 좀 할게요. 재수할 때 만난 여친을 열렬히 사랑해요. 착하고, 늘 힘이 되는 친구죠. 절대 한눈 안 팔죠.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고 하잖아요. 얼마 전 모 금융회사 주최 공모전에서 우리 대학 캠퍼스 커플이 나란히 대상을 받았대요. “사랑도 실력도 함께 키웠어요”라고 소감을 밝히는데, 얼마나 멋지던지. 한 가지 더. 몸도, 정신도 건강하고 정갈하게 하는 법도 배우고 싶어요. 타임머신이 되돌아가자고 보채네요.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버핏’이 모교인 컬럼비아대 강연에서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답니다. 버핏의 절친인 빌게이츠도 “최대한 많이 읽어야 한다. 길게 보고 건강한 자신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네요. 여러분은 젊잖아요. 소주병도 씹어 먹을 젊음 인데. 대학시절은 길지 않아요. 저도 그땐 몰랐죠. 젊음과 그리고 도전정신, 열정, 사랑 다 여러분들 것이에요. 한번 폼 나게 젊음을 불살라보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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