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동양의 자연철학
(33)동양의 자연철학
  • 이종우 (강원대, 한국교원대 윤리교육과)강사
  • 승인 2009.12.01 19:09
  • 호수 12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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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은 자연과학, 윤리 등 종합적 학문

[우문] 현대에는 인문철학, 수학, 과학이 일반 사람들에게 서로 전혀 다른 전문 분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들의 기원은 모두 ‘철학’이라고 합니다. 즉 세계에 대한 이해와 고민이 그러한 학문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 것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고대에는 소크라테스와 같이 인문철학, 수사학, 수학 등을 함께 탐구하는 철학자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동양 철학자 중에서도 도덕이나 윤리와 같은 인문철학 외에도 수리나 과학 등의 자연철학을 연구한 사상가가 있는지요.
  
[현답] 동양에서도 고대에는 철학, 자연과학, 종교 등이 모두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것을 분리해서 연구한 것은 오히려 근현대 서양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동양에서는 근현대 서양학이 전래되어 영향을 주기 전까지 학문이 분화되지 않고 종합적으로 연구되어왔습니다. 

고대에 그러한 것이 종합적으로 나타난 것을 대표적으로 들면 『주역(周易)』입니다. 주역은 본래 길흉(吉凶)을 판단하기 위하여 점치는 책으로서 종교적인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공자가 새롭게 해석한 것이 바로 『역전(易傳)』입니다. 주역은 64괘의 괘사와 384효의 효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본래 8괘인데 그것을 이중으로 쌓았기 때문에 64괘이고, 하나의 괘는 3효로 되어 있는데 이중이므로 6효이고 그것이 총 384효가 된 것입니다. 8괘를 태호복희가 처음 만들었고, 괘사를 주나라 문왕이 지었으며, 효사를 그의 아들 주공이 지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 후 공자가 새롭게 해석을 하였습니다. 하늘을 상징하는 건괘(乾卦)와 땅을 상징하는 곤괘(坤卦)에 대하여 해석한 것이 문언전이고, 나머지 괘사와 효사에 대하여 해석한 것이 상전과 단전인데 각각 상편과 하편이 있습니다. 또한 전체적으로 해석한 것이  계사전으로서 상편과 하편이 있으며, 그 밖에 설괘전, 서괘전, 잡괘전이 있습니다. 총 10개의 해석이기 때문에 10익(翼)이라고도 합니다.


주역 건괘의 괘사는 길흉을 판단하는 점에 대한 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점을 쳤을 때 건괘의 초효가 변효로 나왔다고 한다면 그것은 "연못에 잠겨있는 용(龍)이니 쓰지 말아야 한다"라고 효사가 되어 있습니다. 만약 사업을 하려고 한다면 아직 때가 되지 않았으니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자가 그것을 자연과학, 윤리적으로 해석하게 됩니다. 그는 건괘에 대하여 하늘이 끊임없이 운행하고, 이를 본받은 군자는 쉬지 않고 실천한다고 해석하였습니다. 이처럼 공자는 하늘의 운행이라고 하여 자연과학적으로 해석하였고, 그것을 인간에게 적용하여 실천한다고 하여 윤리적으로 해석하였습니다.

훗날 송나라 때 성리학의 집대성자 주희는 하늘은 끊임없이 운행하고 그로 인하여 춘하추동(春夏秋冬)이 생기고 그것이 인간에게 내재되었는데 바로 인예의지(仁禮義智)라고 하였습니다. 건괘의 괘사는 원형이정(元亨利貞)인데 원(元)의 운행으로서 나타나는 계절이 봄, 형(亨)은 여름, 이(利)는 가을, 정(貞)은 겨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한 원형이정의 운행으로서 사계절이 나타나고 자연과 생물이 생성되고 소멸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원형이정은 생물에 내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원이 인간에게 내재되어 인(仁)이 되고, 형은 예(禮), 이는 의(義), 정은 지(智)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한 인예의지는 바로 각각 측은(惻隱), 잘못했을 때의 부끄러움, 사양 또는 공경,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봄이 나머지 계절의 시작인 것처럼 인은 의예지를 포함하기 때문에 윤리의 대표적인 개념입니다. 인의 구체적인 행위로서 부모에게 효도하고, 임금에게 충성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처럼 주역에 대한 해석은 본래 길흉을 판단하기 위하여 점을 치고 그 결과를 모아 놓은  종교적인 책이었으나 훗날 자연과학, 윤리 등 종합적인 학문으로서 해석되어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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