以柔克剛
以柔克剛
  • 조상우(교양학부)교수
  • 승인 2009.12.03 10:52
  • 호수 126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3. 以柔克剛

; 부드러운 것으로써 강한 것을 이긴다는 뜻.

以 : 써 이, 柔 : 부드러울 유, 克 : 이길 극, 剛 : 굳셀 강

대한민국은 요즘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난리입니다. 대통령은 영산강에서, 국무총리는 한강에서, 장관은 금강에서 첫 삽을 뜨는 시공식에 각각 참석하였습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광고는 TV나 신문, 라디오를 통하여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TV 광고에서는 ‘매기의 추억’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며 시청자들의 감정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업은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 이 분야의 전문가들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시공식이, 다른 한편에서는 사업 반대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정자들은 자신의 생각에 수정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은 그 지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이라고 하지만, 실제 이 곳 주민들은 자신들의 터전을 빼앗긴다고 생각합니다. 평생을, 아니 몇 대를 영산강, 금강, 낙동강을 중심으로 생활을 해온 사람들에게 강(江)은 생명과도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생각은 무시한 채 정부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4대강 사업의 주 골자를 보면 보(洑)를 만든다는 것에 있습니다. 물은 흘러가야 하는데 가두어 두면 물은 썩고 맙니다. 그런데 보를 만드는 이유 중 하나가 홍수의 범람을 막고자 하는 것이랍니다. 우리는 매년 장마철이면 홍수로 인해 재앙을 맞은 이재민을 보게 되고, 그들을 위하여 성금을 내서 도와주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정부가 할 일을 국민들이 나누어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홍수를 막자고 4대강 사업을 한다는 것입니다.


고대 중국에서 이와 같은 홍수가 범람했을 때 치수(治水)를 한 인물 중 대표가 우(禹)임금입니다. ??사기?? <하본기(夏本記)>에 의하면, 순(舜)임금이 곤(?)에게 어느 지방에 홍수가 났으니 처리하라고 명령을 했습니다. 곤은 그 지방에 가보니 흘러 내려오는 물을 막으면 홍수를 다스릴 것이라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하여 여러 사람을 희생해가며 흐르는 물을 억지로 막아 댐을 만들었습니다. 이어 곤은 피난한 백성들에게 안전하니 마을로 돌아오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런데 막았던 댐이 무너져 많은 사상자를 냈습니다. 순임금은 곤을 죽인 후 그 아들인 우(禹)임금에게 대신 홍수를 다스리라고 명했습니다. 우임금은 아버지 곤이 한 방식과는 다르게 물이 그 마을 빗겨갈 수 있도록 물의 길을 돌려놓았습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성질을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이리하여 우임금은 ‘물을 잘 다스렸다(治水)’고 말합니다. 순임금이 죽자 백성의 신망을 얻은 우임금이 임금 자리를 계승하여, 나라이름을 하(夏)로 고쳤습니다. 바로 우임금은 물의 성질을 이용하여 일을 처리한 것입니다.


물의 성질에 대해서는 노자(老子)가 다음과 같이 말 한 적이 있습니다. ??노자?? <미명편(微明篇)>에서는 “유약이 반드시 억세고 강한 것을 이긴다.[柔弱勝剛强]”고 하였고, <편용편(偏用篇)>과 <임신편(任信篇)>에서는 ‘천하에서 가장 유약한 것이 물이지만, 물은 천하에서 가장 견고한 금석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또 “말없는 교화와, 무위의 유익에 있어서는, 천하의 아무것도 물을 따라 갈 것이 없다.[不言之敎 無爲之益 天下希及之],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억센 것을 이긴다. 천하에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실천할 줄 모른다.[弱之勝强 柔之勝剛 天下莫不知 莫能行)]”고 하였습니다. 여기에서 ‘이유극강(以柔克剛)’이라는 말이 나온 것인데, 부드러운 것으로 강한 것을 이긴다는 말입니다.
노자는 굳고 센 것을 꺾는 데는 물보다 더 뛰어난 것이 없다고 말하면서 유약의 대표로 물을 들었습니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고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기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막상 이것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을 노자는 안타깝게 생각하였습니다.


학생들에게 말합니다. 우임금과 같이 물의 성질을 알고, 거기에 맞도록 일을 처리해야하는 것입니다. 또 노자와 같이 말없는 교화와 하지 않고도 유익함이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자연은 스스로 정화작용을 하기에 알아서 자신의 기능을 회복합니다. 여기에 인간이 억지로 대항(?)했다가는 큰 재앙을 맞이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모든 일은 정상적인 흐름이 있습니다. 백성들이 약하다고 해서 힘을 가진 위정자들이 밀어붙이기식의 정책을 펼치면 안됩니다. 백성은 결코 약한 존재가 아닙니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고 하였습니다. 강한 것만 고집하다가는 결국 부러지고 맙니다. 물이 흘러가는대로 그대로 두는 것, 이것이 법(法)입니다. 물이 지금처럼 흘러온대로 가도록 두는 것은 어떨까요.


조상우(교양학부)교수
조상우(교양학부)교수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