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부엌의 과학
(81) 부엌의 과학
  • 이봉우(과학교육) 교수
  • 승인 2010.01.24 20:30
  • 호수 12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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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에너지로 작용하는 가스레인지.

 어느덧, 2009년 한 해도 다 저물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긴 겨울 방학에 접어들었는데요. 겨울은 날이 춥기 때문에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들이 점점 길어집니다. 이번에는 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가스레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흔히 과학이라고 하면 컴퓨터 공학, 나노공학, 유전공학 등 어려운 것으로만 생각하곤 합니다. 그렇지만 과학은 우리 주변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지요. 자연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노력 자체가 과학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사회과학, 인문과학 등에도 ‘과학’을 붙여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특히, 부엌에서 과학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스레인지를 살펴봅시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 중 하나가 불을 다룰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럼 부엌에서 불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가스를 태워서 얻는 열에너지입니다. 보통 가스레인지로 불리는 것이 바로 이 경우인데, 이때 사용되는 가스의 종류는 두 가지 이상입니다. 바로 LPG와 LNG가 그 대표적인 것인데, 쉽게 말해서 프로판가스, 부탄가스라고 하여 가스통으로 사용되는 것이 LPG(Liquefied petroleum gas, 액화석유가스)이고, 도시가스로 불리는 것이 LNG(Liquefied natural gas, 액화 천연가스)입니다.

LPG는 석유성분 중에서 프로판 및 부탄가스 등 끓는점이 낮은 탄화수소를 주성분으로 가스를 상온에서 가압하여 액화시킨 것이고 LNG는 천연가스를 정제해서 얻은 메탄을 주성분으로 하는 가스를 냉각시켜 액화한 것입니다. 그런데 LPG의 20℃, 1기압에서의 밀도는 0.00075g/㎤으로 공기(0.00120g/㎤)보다 커서 공기 위로 뜨지만 LPG의 밀도는 0.00182g/㎤로 공기보다 무겁기 때문에 가라앉게 됩니다.

따라서 가정에서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집에 있는 가스경보기는 천정에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프로판가스류를 사용하는 곳은 가스경보기가 아래쪽에 있죠.
또 전기의 저항열을 이용해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전기밥솥이나 커피포트가 그 대표적인 예이죠.

그리고 최근에 나온 것으로는 유도가열방식이 있습니다. 소위 IH(Induction Heating)라고 불리는데 전기밥솥에 가장 많이 사용됩니다. 주파 전류가 코일에 통과되면 밥솥에 무수한 ‘소용돌이전류’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 소용돌이 전류가 밥통을 통과할 때 밥통의 전기저항에 의해서 열에너지로 바뀌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열판방식보다 더 강한 열을 낼 수 있고 사방에서 가열이 되기 때문에 밥물이 강한 대류를 일으켜 열이 골고루 전달되어 쌀이 구석구석 잘 익히게 됩니다.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맞는다고 하는 가마솥에서 지은 밥과 비슷한 원리(전체를 가열한다는 방식)를 적용한 것이죠.

유도가열방식을 이용한 레인지도 있습니다. 가스레인지와 가장 큰 차이점은 유도가열로 열을 내기 위해서는 금속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도가열방식의 레인지 위에 플라스틱이나 나무를 올려놓으면 뜨거워지지 않지만, 금속용기 속의 물을 펄펄 끓는 신기한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유도가열은 패러데이의 법칙이란 물리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주위에서 이 법칙이 적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예가 자이로드롭입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자이로드롭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브레이크의 원리이죠. 흔히 멈추는데 사용하는 마찰에 의한 브레이크를 사용하면 마모에 의해서 혹은 오작동에 의해서 브레이크의 고장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이로드롭에 자석을 설치하고 자석에 붙지 않는 금속을 기둥에 설치하면 자이로드롭이 떨어질 때 자기장의 변화를 반대하는 방향으로 생기는 힘에 의해서 자이로드롭의 속력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과학의 원리는 놀이공원부터 부엌까지 두루 이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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