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그립다
단풍이 그립다
  • 김지영(국어국문·4) 양
  • 승인 2010.03.11 23:15
  • 호수 12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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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그립다


필자가 유독 추운 겨울을 겪으며 지나간 가을을 그리워하는 게 아니다. 지금 학교를 다니는 학번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겠지만 옛 한남동 캠퍼스 과학관 건물 옆에는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작은 식당이 있었다. 그 곳이 바로 ‘단풍’이다. 항상 같은 메뉴를 주문해도 질리지 않는 맛을 제공하던 그곳은 단돈 5천원이면 풍족한 점심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솔직히 이 식당만 해도 고급이라고 칠 수 있었다. 정문 앞 지하식당가에는 허름하긴 하지만 3000원이면 먹음직스러운 돌솥 불고기와 밥까지 무한 제공 받을 수 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 당시에는 ‘학관’으로 불리는 학생식당에 만족하는 학생은 많지 않아 늘 학교 근처 식당들은 식사시간엔 가게 밖 까지 길게 줄이 늘어지는 진풍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가끔 길게 남는 공강 시간이 지루해질 때 즈음 누군가의 제안으로 가게 되는 노래방은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여 낮 시간에는 7000원에 몇 시간이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고 이태원 상권과 이어지는 지리적 특성으로 항상 지루하지 않은 대학생활에 만족했다. 물론 한남동 캠퍼스 상권에 만족했다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한남동 캠퍼스의 상인들은 학생들의 얄팍한 주머니 사정은 고려해줬다는 것이다.

필자가 한학기의 짧은 휴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학교는 오래되고 허름한 한남동의 길거리 대신 깨끗함은 물론이요, 세련된 계획 신도시의 전형이었다. 적어도 07학번 이상의 학우라면 학교에 대한 첫인상은 만족스러웠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집에 가는 것 이외의 목적을 가지고 정문을 나서는 학우라면 고민 아닌 고민이 시작된다.

신도시라는 거창한 이름아래 부동산 가격에는 거품이 끼고 덩달아 비싼 임대료로 인하여 학교 앞은 이전한지 3년이 되어가도록 초라할 정도로 상권이 빈약하다. 가끔 걸려있는 현수막에 의해 상인회의 존재를 알게 되기도 하고 그 상인회가 상권을 키우기 위해, 자체적으로 먹자골목이라 칭하는 모습에서 오히려 안타까운 한숨만 나올 뿐이다. 이것이 학우들이 정문을 나설 때 하는 고민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가게의 비싼 임대료는 학생들이 이용하는 재화의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한남동 역시 비싼 임대료를 생각해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점포들은 우리 학교의 한남동 역사만큼이나 오랜 시간 전에 상권을 형성하기 시작했으므로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를 지불 할 수 있었을 것이고 물가의 상승에 따라 임대료가 상승한다하더라도 주변의 직장에서 학교 방학동안의 매출을 일정수준 보장해주기 때문에 재화의 가격에 죽전만큼의 영향은 미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죽전 캠퍼스 주변의 상권은 이미 거품에서 시작했으므로(이 거품에 대한 설명은 뉴스나 신문의 부동산 문제에 대한 기사를 참조하기 바란다. 집에 TV만 있어도 용인 신도시의 부동산 가격의 문제점은 귀동냥이라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애초부터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기도 어려웠다. 또한 빠른 시간 안에 상권을 잡기 위해 학생들의 가장 기본적인 수요를 고려하지 못한 채 한발 앞선 가격과 한발 앞선 업종으로 학생들의 관심에서 가까워질 수 없었다.

또한 정문을 나서 어느 건물을 둘러보더라도 학생들이 원하는 저렴하면서도 집을 떠나 그리워하는 가정식 백반집 대신, 타지에 자식을 보내는 부모의 심정을 공략한 똑같은 조건의 이름만 다양한 고시촌만이 즐비할 뿐이다. 물론 고시원이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고는 해도 남아도는 고시원의 방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올라오는 학교 게시판의 광고 글은 과연 고시원이 그 광고 글의 내용만큼이나 정말 가족같이 학생들을 챙겨주기 위해서 넓은 아량으로 생겨난 곳이라 할 수 있을까?


식당가 역시 마찬가지이다. 먹자골목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을 붙여놓기는 했어도 과연 그 골목이 이름 몫을 하고 있기는 한 것인지 의심을 하지 않는 학우는 아마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주린 배를 잡고 정문을 나서도 어디하나 맛있다고 추천할 만한 맛집은 없고 일정수준 이상의 가격을 요구하는 프랜차이즈 가게들만이 지갑을 보고 한숨 쉬게 한다. 이따금 가벼운 주머니를 생각한 저가격대의 식당들이 등장했다가도 새 학기가 시작될 때 즈음엔 어김없이 커피전문점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그나마도 유지되지 못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상권이 아주 비극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런 한숨을 해결할 술집들은 참 적당한 가격대에 적당한 숫자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잘 분포되어 있지 않은가.


사실 겨우 3년이라는 시간을 가지고 학교 앞 상권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평하는 것은 아직 이른 시기일 것이다. 이러한 상권의 생성과 실패의 과정들이 더 반복되면서 더 많은 시간이 흘러야 비로소 ‘상권’이라는 단어가 초라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10년 뒤 다시 학교를 찾았을 때 과연 그 상권은 얼마나 발전되어 있을까를 생각해보면서 지금의 임대여건이나 상인회들의 수많은 모임 결과가 과연 죽전캠퍼스 앞 상권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할지 답답함이 앞선다.


한 지역의 상권을 이루는 것은 임대업자와 상인들만이 아니다. 수요자 즉 학생들이 있어야지만 상권은 형성될 수 있는 것이고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죽전캠퍼스 앞 상권의 분위기는, 상인들이 돈을 버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 벌이를 넘어선 ‘투기’와 ‘투자’의 양팔저울질을 정작 수요자들인 학생들이 속수무책으로 구경하고만 있어야 하는 현실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 단국대학교가 한남동의 그늘은 벗은 죽전캠퍼스로서의 입지가 굳어지고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한 뒤에도 과연 수요자인 학생 외의 상권 구성원들이 상권 형성과 유지에 있어 누가 가장 중요한 존재인지 깨달을 수 있을까. 누구를 위한, 누구에 의한 상권인지를 깨닫는다면 지금쯤 매출 장부를 보며 한숨 쉬고 있을 업주들이나 임대업자들은 물론이요,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었을 때 우리학교 입장에서도 얼마나 지대한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는 홍대나 이대 등 이미 학교 명칭이 상권의 대명사가 되어있음을 볼 때, 학교 앞 상권의 형성과 발전에 대해 구성원들의 넓은 시각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음이 분명하다.

김지영(국어국문ㆍ4) 양

김지영(국어국문·4) 양
김지영(국어국문·4) 양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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