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연애!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①연애!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 이명구 스포츠서울 기자
  • 승인 2010.03.12 21:10
  • 호수 12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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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라 판단되면 장밋빛 미래를 담보 하더라도 승부 걸어볼 만

①연애!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운명이라 판단되면 장밋빛 미래를 담보 하더라도 승부 걸어볼 만 



 개강이 시작되자마자 연일 내리는 봄비가 캠퍼스를 적신다. 개강 첫 수업은 언제나 그랬듯 하는 둥 마는 둥 교수님의 말씀을 듣다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끝난다. 다음 수업 까지 빈 시간을 때우기 위해 캠퍼스를 서성거리다 보면 봄이 오려는 기운에 어쩔 수 없이 봄 처녀의 마음은 뒤숭숭하다. 벌써 대학 3학년.

간간히 들려오는 농담 중에 대학 3학년은 새내기도 아니고 헌내기도 아니고 누더기란다. 1학년 땐 개강총회다 MT다 눈치 보며 여기저기 참여하다 다 가고, 2학년 땐 뭣 모르고 놀다가 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제는 누구 눈치 볼 짬도 지났고 제대로 노는 방법도 알 것 같은데 다가오는 졸업과 취업의 압박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누더기’ 3학년이 한탄스러울 뿐이다.

이러한 다잡지 못하는 마음을 더욱 뒤집어 놓은 건 개강 첫 수업 교수님의 몇 마디였다. 작심삼일이라 해도 학업에 열중하겠다는 각오를 갖고 등교한 개강 첫날, A교수님의 수업시간. 한 학기 일정에 관한 설명을 끝내고 교수님이 당부한 한 마디는 “여러분, 내 강의를 듣는 한 학기 안에는 꼭 연애하십시오. 아무리 학점을 4.0 아니 5.0을 받는다 해도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은 시든 꽃이나 다름없습니다”라며 ‘대학의 꽃은 연애다’라는 말씀.

그러나 바로 다음 수업시간, B교수님은 “3학년 여러분, 지금까지 헛되이 보낸 시간 반성하고 사회에 나갈 무기를 준비하십시오. 2년만 참으면 배우자 얼굴이 바뀝니다”라며 20대 청춘을 스펙 쌓기에 올인하라고 당부했다. 아무리 지나가는 말이라지만 참아라, 해라 누구 말이 옳은 것일까? 대학 3학년이 진정으로 올인해야 될 객관적인 정답은 없는 것일까? 운명적인 연애도 미래 위해 참는다면 불행한 일이다. 



 고백부터 하자면 이번 고민을 들어주기엔 스스로가 자격미달이다. 대학생활 대부분을 술로 보낸 입장에서 요즘 대학생들의 각박한 현실과 우울한 미래는 사실 제대로 체감되질 않는다. ‘공부냐? 연애냐?’의 햄릿식 고민은 솔직히 정답이 없다.

인간은 욕망의 동물이다. 이성에 끌리는 원초적인 욕망을 실현하느냐 아니면 미래의 성공을 위해 본능을 참고 억누르느냐의 고민에 누가 섣불리 답할 수 있겠는가. 득도를 위해 면벽수도를 하는 수도승도 아닌 바에야 연애에 빠져드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대학입학을 위해 고교시절 욕망을 희생한다.

대학에 와서는 취직과 미래를 위해서 또 욕망을 희생한다. 우리사회에서 생존경쟁력을 갖는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욕망은 어쩌면 언제나 희생돼야 할 운명에 놓여져 있다. 취직을 하고 난 뒤엔 승진을 위해 욕망을 희생 할 테고, 승진한 다음엔 더 성공하기 위해 욕망을 억누를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한국사회의 남녀들은 성에 있어서는 몰라도 연애와 사랑엔 서툴다. 목숨을 걸어도 아깝지 않은 연애는 드라마와 대중가요 속에만 난무한다. 대학시절 연애가 이성에 대한 탐색전이라면 소모전일 수 있다는데 동의한다. 하지만 연애의 결과를 어떻게 예측할 수 있겠는가.

그 연애가 일생일대에 잡은 유일한 기회였다면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를 만나는 기회였다면. 아마도 훗날 백만장자가 된다 해도 후회하지 않을까. 2년만 참으면 배우자의 얼굴이 바뀐다는 교수님의 말씀은 지극히 타당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이것은 배우자의 선택을 철저하게 자본주의적으로 바라본 것과 다르지 않다. 사회적 성공이든 재력이든 둘 중 하나만 남자가 거머쥔다면 미인을 차지할 수 있다는 논리인 것이다. 역설적으로 생각한다면 입도선매식으로 대학시절 연애를 통해 괜찮은 이성을 미리 찜해 놓을 수도 있는 일 아닐까.

물론 요즘 사랑은 쉽게 움직이고 쉽게 변하는 게 문제다. 연애와 사랑에 흔히 등장하는 닭살멘트의 핵심요소는 ‘죽어도 좋아’ ‘너밖에 없어’ 등이다. 사랑을 위해 목숨도 거는데 취업과 미래가 뭐 그렇게 중요한 일이겠는가. 대학 3학년 미묘한 시기다.

하지만 발정기를 잃은 인간에게 연애란 정해진 시기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운명적인 연애라고 느낀다면 장밋빛 미래를 잃더라도 승부수를 걸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반면 다시는 못할 것 같은 사랑으로 가슴에 피멍이 들더라도 안정된 미래를 위해 버리고 싶다면 그것 역시 선택하는 자의 몫이다.

이명구 스포츠서울 기자
이명구 스포츠서울 기자

 sextize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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